기존 약물보다 부작용 적은 사이키델릭…색안경 벗어야 더 많은 이들이 혜택 누릴 것

[FuturePlay's Signal]

사이키델릭은 ‘정신(psych)’과 ‘드러내다’ 혹은 ‘나타내다(delos)’가 어원이다. 다시 말해 정신을 온전히 나타내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흔히 ‘환각제’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어쩌면 인류가 이를 탐닉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어떤 이는 환각용 버섯을 흡입하고 한 경험이 인생의 최고이자 가장 깨달음에 가까웠던 경험이라고 말할 만큼 우리 행복을 위해 필요한 무엇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베트남전 히피나 반정부 문화와 엮여 정치적 입지를 잃기는 했지만 항시 일부 사람들의 탐닉은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사이키델릭의 오락적 가치를 차치하고 생각해 보자. 그동안 터부시돼 오던 사이키델릭에 대한 신경과학·약리학적 연구가 다시 움직이는 양상이다. 바이오 분야와 관련해 치료용 신경 정신 약물(사이키델릭)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까지 정부의 관리 감독으로 소극적이었던 이와 관련한 연구는 지난 30년간 그 어느때보다 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과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과 같은 인간의 뇌 이미지를 보여주는 영상 기술의 등장과 규제의 변화다. 이런 양상은 우리 인류에게 더 없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FuturePlay's Signal] ‘환각제’라고? 우울증, PTSD 등에 탁월한 효능 ‘사이키델릭’

우울 장애, PTSD 등에 탁월한 효능 보이는 사이키델릭

대표적으로 세로토닌으로 더 잘 알려진 신경 전달 물질 5-히드록시 트립타민 (5-HT)은 무척추동물·척추동물·식물·곰팡이 그리고 심지어 단세포 유기체에서 다양한 분자 기능을 한다. 인간은 다양한 조직에서 14개 이상의 세로토닌 수용체를 발현한다. 이러한 수용체와 관련된 다운스트림 신호는 중독·공격성·식욕·불안·혈압·심박수·성욕·체온 조절·기억력·지각·위장 운동성·수면 등과 관련이 있다.

수용체 중 하나인 5-HT2는 –5-HT2a, 5-HT2b, 5-HT2c의 세 가지 하위 유형을 가지며 다음과 같이 다양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 과학자들은 5-HT2a를 ‘고전적인’ 사이키델릭 경험을 이끌어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세로토닌 수용체로 간주한다.
[FuturePlay's Signal] ‘환각제’라고? 우울증, PTSD 등에 탁월한 효능 ‘사이키델릭’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5-TH2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약물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견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FDA의 행보를 보면 5-TH 수용체에 대한 승인은 최대한 꺼리고 차단체의 승인만 늘리는 듯하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사이키델릭 약물, 즉 5-TH 수용체 계열은 우울 장애(MDD), 공황장애,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 (OU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다수의 신경계 질환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수많은 연구 과정에서 확인된 사이키델릭 물질들은 이미 FDA에 승인된 약물보다 부작용이 적거나 없다. 예컨대 5-TH2 차단체로 분류되는 파비렌즈(HIV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메플로킨(항말라리아제), 메티세르기드(마이크레인 예방제, 이후 승인 철회됨)는 뇌내 영향과 함께 심장 판막 기능에 장애성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5-TH 수용체로 분류되는 DMT, MDMA 등의 약물은 복용 후 약물 의존성, 이외 뇌 외의 부작용 역시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FuturePlay's Signal] ‘환각제’라고? 우울증, PTSD 등에 탁월한 효능 ‘사이키델릭’
그럼에도 FDA는 아직 사이키델릭에 대한 색안경을 벗지 못한 듯하다. 아직 사이키델릭 또는 사이키델릭 유도 치료제의 승인은 정신적 자극을 이유로 묘연한 상태다. 애초에 FDA 승인 과정 자체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은 상식인데, 그 금전적 비용과 시간적 비용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현재 평균 FDA 승인 연구·개발(R&D) 비용은 20억 달러가 넘고 소요 개발 기간은 7.5년이다. 승인이 묘연한 상품을 위해 이 정도의 비용을 투자할 회사는 없다. FDA가 사이키델릭에 대한 견해를 바꾸지 않는 이상 사이키델릭의 혜택을 우리는 보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열쇠
미국에서 2022년 MDD·OUD·PTSD와 관련된 추정 누적 경제적 부담은 <표1>에 설명된 바와 같이 연간 약 1조4000억 달러다. 직접 의료 비용은 약 27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 이러한 지표와 관련된 연간 의약품 판매 기회가 총 경제적 부담의 약 3.1%인 4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많이 오해하고 있는데 우울증은 신경계의 교란을 통해 일어나는 엄연한 질환이다. 단순한 나약함의 신호가 아니고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특히 한국은 우울증 유병률이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다. 이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심지어 SSRI 항우울제 처방도 60일로 제한돼 효율적 처방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금 더 완화된 기준으로 사이키델릭에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범사회적 단위에서 신경계 질환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으로 다스려질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은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FuturePlay's Signal] ‘환각제’라고? 우울증, PTSD 등에 탁월한 효능 ‘사이키델릭’
1920년대 미국에서의 금주법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몇몇 기독교 사회 단체의 로비로 전국에서 술을 마시는 게 금지됐고 미국은 13년간 술을 마시지 못하거나 몰래 마시는 사회가 됐다. 그 덕분에 1940년까지 주류 소비가 금주법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되고 개츠비는 위대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정말 막을 수 없는 것을 막고자 하는 우매한 정책이었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조금씩은 미쳐 있다. 적절한 처방이 필요한 개개인이고 사회다.

안지윤 퓨처플레이 전략기획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