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범죄로 송출 중단 사태
연매출 1200억원↓ 중소 협력 업체도 타격 불가피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롯데홈쇼핑이 6개월간 새벽 시간대에 상품 판매 방송을 못 하게 됐다. 방송 재승인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범죄 행위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내린 업무 정지 처분이 적법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와서다.

정부의 방송 중단 처분이 법정에서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로 롯데홈쇼핑은 한동안 실적 부진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직원 범죄 숨겨 방송 재승인”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롯데홈쇼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 정지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11월 30일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롯데홈쇼핑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오전 2~8시 방송을 할 수 없게 됐다. 방송 중단 시점은 향후 과기부가 결정할 예정이다.

같은 날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도 확정됐다. 강 전 사장은 방송 재승인을 받기 위해 임직원 범죄 행위 항목을 거짓으로 적어 제출한 혐의(방송법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로 2015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임직원의 급여를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회삿돈을 빼돌리고(업무상 횡령), 검찰의 롯데홈쇼핑 압수 수색 때 비서에게 시켜 개인 컴퓨터 안에 저장된 일정 및 업무 관련 파일을 지우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이번 사건은 2014년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원 10명이 납품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비롯됐다. 그해 롯데홈쇼핑은 채널 재승인 신청서를 미래창조과학부(현재 과기정통부)에 내면서 임직원들의 범죄 혐의를 숨겼다. 정부는 해당 범죄 내용을 알아채지 못한 채 2015년 롯데홈쇼핑의 방송을 재승인(3년)했다.

롯데홈쇼핑의 허위 보고는 다음 해인 2016년 감사원의 감사로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감사원은 롯데홈쇼핑이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고 미래부는 그해 5월 롯데홈쇼핑에 6개월간 매일 6시간(오전 8~11시, 오후 8~11시) 영업을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롯데홈쇼핑은 해당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내 승소했다.

징계가 무산된 과기정통부는 2019년 5월 롯데홈쇼핑에 다시 6개월간 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직전 징계 시도 때와 달리 이번엔 매일 오전 2~8시 방송 송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롯데홈쇼핑은 곧바로 취소 소송을 제기해 맞섰다. 하지만 이번엔 1심부터 3심까지 줄줄이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배임 수재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현직 임직원이 총 8명임에도 6명으로 허위 기재한 사업 계획서를 미래부에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받았다”며 강 전 사장과 롯데홈쇼핑이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은 대법원까지 올라가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매출 10% 날릴 수도

정부의 징계 처분이 법정에서 인정되면서 롯데홈쇼핑은 당분간 고객 이탈에 따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전 2~6시에는 비주력 상품 등에 대한 녹화 방송이 나가긴 하지만 그 이후엔 생방송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이 적지 않아서다.

이 시간에 방송을 전혀 하지 못하면 오전 8시 이후 판매 전략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해당 처분이 확정되면 연매출 약 1200억원이 줄어들 것이란 추정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2021년 매출(1조1030억원)의 10.8%를 날릴 처지에 놓인 셈이다.

평판이 훼손될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상태다. 정부는 홈쇼핑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시간에는 왜 방송이 중단돼 있는지를 고지하는 정지 영상 등을 내보내도록 권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상황에 적용하면 매일 오전 2~8시 임직원들의 범죄로 방송 송출 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비대면 소비 활동 증가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봤지만 2021년부터 이익이 감소했다. 이 회사의 2021년 영업이익은 1020억원으로 2020년보다 18.5% 줄었다.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800억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1% 감소했다.

협력 업체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홈쇼핑의 오전 2~8시 방송에서 중소 협력 업체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90%대에 달한다. 현재 이 회사의 협력 업체 850여 곳 중 560여 곳이 중소기업이다.


[돋보기]
서울 중구 매일경제방송(MBN)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중구 매일경제방송(MBN)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종편 중에선 MBN이 업무 정지 위기

한국 종합 편성 채널 중에선 매일방송(MBN)이 업무 정지 위기에 처해 있다. 이 회사는 롯데홈쇼핑과 마찬가지로 불법 행위를 숨긴 채 허위 서류를 작성해 채널 승인을 받은 게 드러나 정부로부터 6개월간 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이 적법한지를 두고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MBN은 2010년 종편 채널 승인을 앞두고 2769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 3950억원을 납입하겠다는 계획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자금 조달이 되지 않자 임직원 16명을 차명 주주로 세워 556억원을 회삿돈으로 냈다.

임직원 4명이 부담할 주식 매입 대금을 MBN의 최대 주주인 매일경제신문과 매경닷컴이 대신 내기도 했다. 주요 주주의 지분율 변경을 금지한 기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자본금을 정상적으로 확보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재무 제표와 주식 청약서 등의 서류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방통위에 제출했다. 허위 서류는 2014년과 2017년 재승인 심사 때도 그대로 사용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방통위는 2020년 MBN에 6개월간 방송을 완전히 정지 처분을 내렸다. MBN은 이에 불복해 2021년 1월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에서 패소하면서 6개월간 방송을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2022년 11월 3일 “MBN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종편 승인을 받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차명 주식 없이는) 최초 승인 심사에서 최저 기준 점수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자본금 납입 규모는 자기 자본 순이익률, 부채 비율 등 핵심적인 재무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받는다.

재판부는 “6개월 업무 정지는 과하다”는 MBN 측의 주장엔 “(업무 정지) 처분으로 원고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비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 요소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공공성·공익성이 요구되는데 비위 행위의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언론 기관으로서의 MBN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MBN은 지난 11월 7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1월 23일엔 업무 정지 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도 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가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당장 방송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는 피했다.

업무 정지의 효력은 항소심 판결 선고 후 30일이 지날 때까지 정지된다. MBN이 업무 정지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성 한국경제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