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스캠으로 도난당한 금액 총 16억원…주로 선진국이 피해 입어
이더리움이 지난 9월 15일 ‘채굴’로 알려진 작업 증명(PoW)에서 지분 보유량과 보유 기간에 따라 이더리움을 공급하는 지분 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더리움 머지(the merge)를 진행했다. 이더리움 머지를 진행함에 따라 공급량이 기존의 10% 이내로 줄어 희소성을 높이고 채굴이 필요 없어짐에 따라 전력 소비도 0.0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더리움 머지 전후의 혼란을 틈 탄 사기도 일어났다. 그중 대표적인 사기는 ‘머지 스캠’이다. 머지 스캠은 신뢰 관계 기반 사기와 비슷하다. 주로 유명인을 사칭해 초기 지불액의 두 배를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주소로 1이더(ETH)를 보내면 그 대가로 2이더를 받을 수 있다고 유도한다. 머지 스캠은 총 120만 달러(약 15억6000만원) 상당의 이더를 도난당했다. 하루 피해액만 약 12억원
머지 전환이 이뤄진 9월 15일 이더리움 스캠의 피해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그중 대부분이 머지 스캠으로 인한 피해였다. 다른 모든 이더리움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7만4000달러(약 9600만원) 미만이었던 것에 비해 머지 스캠은 해당 일자에 90만5000달러(약 11억7000만원) 이상의 이더를 벌어들였다. 이 활동은 <표1>에서 보듯이 다음 날 빠르게 사라졌고 9월 말엔 거의 사라졌다.사건 발생일 전후에 머지 스캠은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9월 15일 상위 5개 이더리움 사기는 모두 머지 스캠이었고 상위 10개 이더리움 사기 중 8개에 이름을 올렸다.
머지 관련 사기는 머지 당일인 9월 15일 83%의 성공률을 보였고 머지 전후 며칠 동안 100%의 성공률을 보였다. 머지 스캠은 거의 매일 일어나는 다른 이더리움 스캠보다 성공률이 높았지만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사기꾼들이 사용자들의 이더리움 머지 관련 정보 부족을 악용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머지 스캠은 3개 이하의 국가에서 피해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리적으로 피해 국가들이 집중돼 있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범죄자들이 거주하는 국가의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삼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표2>에서는 총 101개 국가 중 머지 스캠과 다른 이더 기반 스캠 모두에 관여한 국가 35개국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오른쪽 아래 사분면은 상대적으로 머지 스캠에 더 많이 연관된 국가를 나타낸다. 여기에 있는 폴란드와 핀란드 같은 국가들이 희생양이 된 이유 중 하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스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핀란드를 타깃으로 한 세 가지 스캠은 핀란드의 머지 스캠 연관성을 높인 것으로 나타난다. 세 가지 스캠 중 하나이자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을 사칭한 ‘부테린 머지 닷컴(buterin-merge.com)’은 9월 한 달 동안 다른 이더리움 스캠보다 핀란드에서 피해가 매우 컸다. 전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부유한 국가를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모든 국가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머지 스캠이 그 외 스캠보다 GDP가 높은 국가의 사용자를 조금은 눈에 띄는 차이로 타깃 하는 경향이 높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즉, 머지 스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부유한 국가의 사용자들을 목표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머지 사기꾼들이 왜 다른 이더리움 사기꾼들에 비해 그런 경향이 더 높은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최근 대규모 디파이 해킹이 주요 신문 1면을 장식하면서 스캠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듯하다. 하지만 스캠은 여전히 가장 큰 가상 자산 기반 범죄이고 대부분의 스캠이 사용자의 신뢰를 깨는 방식으로 진행돼 전반적인 가상 자산 도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더리움 머지와 같은 산업 변화는 사기꾼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혼란 속의 정보 부족은 이러한 사기꾼에 의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지 스캠의 급증은 가상 자산업계가 이더리움 머지가 무엇인지와 주의해야 하는 일반적인 스캠 유형은 무엇인지 등 투자자를 위한 지속적인 가상 자산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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