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단계에 따라 해약금이나 위약금의 규모 모두 달라져

[법으로 읽는 부동산]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지급된 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이철웅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매물.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매수 과정에서 가계약금만 지급됐다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할까.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B에게 아파트에 관한 매매 중개를 위임받은 공인중개사 C에게 A가 매수 의사를 밝힌 다음 B의 계좌로 가계약금 10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C를 통해 A와 B 사이에서 매매 대금과 지급 기일에 관해 협의했지만 추후 정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상태에서 B에게 매매 계약 체결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달받은 C가 A에게 계약을 해지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B가 A의 계좌로 다시 1000만원을 송금하자 A가 B를 상대로 위 아파트에 관한 매매 계약을 B가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므로 계약금의 배액이나 가계약금의 배액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손해 배상을 구한 사례가 있다.

위와 같은 A의 주장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A와 B 사이에 매매 계약이 성립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그 종된 계약인 계약금 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고 봐야 하고 위 1000만원은 일종의 증거금인 ‘가계약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매매 계약과 계약금 계약의 성립 및 위 1000만원이 매매 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일부로 지급됐음을 전제로 한 A의 주장은 이유 없다”라 판단했다.

한편 A와 B 사이에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B가 A에게 계약금의 배액이나 가계약금의 배액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며 A의 청구를 기각했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수도 있겠지만 정식 매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약금만 지급됐다면 일방 당사자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고 계약금의 배액이나 실제 지급된 가계약금의 배액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지도 않는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위 사건에서 A가 상고하지 않아 대법원의 판단을 받지는 못했지만 타당한 판결로 이해된다.

다만 A가 B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인해 입은 손해가 있다면 그 손해를 입증해 배상을 받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위 사안과 달리 매매 계약은 성립됐지만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됐거나 계약금 전부가 지급되기 전이라면 어떨까.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매매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주된 계약인 매매 계약과 함께 종된 계약인 계약금 계약을 했다면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매매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계약금 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므로 계약금 전부를 지급하기 전에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위 민법 규정에 의해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편 대법원은 이에 덧붙여 “매수인이 계약금의 일부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매도인은 계약금 지급 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나아가 계약금 계약이 없었더라면 매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판시했다.

그렇다면 매매 계약도 성립됐고 계약금도 전부 지급됐다면 어떨까.

계약금이 전부 지급돼 계약금 계약이 성립된 경우이므로 당사자간에 이를 배제하는 특약이 없는 한 중도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또는 중도금 지급 없이 곧바로 잔금 지급을 하는 계약이라면 잔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당사자들은 계약금 전부를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며 일방적으로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억울하게 일방적인 매매 계약 파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 단계에 따라 계약 해지 가능성과 해약금이나 위약금의 규모를 달리하므로 그 사이에 신중하게 매매 계약의 유지나 완료에 대해 판단할 시간을 갖는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