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부문 올해의 CEO
[2022 올해의 CEO]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를 앞두고 한경비즈니스가 올해를 마무리하며 ‘2022년의 최고경영자(CEO)’ 25명을 선정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지속 성장 기반을 일군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 신사업 추진 성과, 경영 실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위기 리더십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오뚜기는 한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욕보다 칭찬을 더 많이 듣는 기업이다.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별칭은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친숙하다.
오뚜기를 이끄는 함영준 회장은 2세 오너 경영인이다. 1984년 오뚜기에 입사해 창업자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 밑에서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다가 2000년 사장직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 등장했다. 2010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오뚜기를 전면에서 이끌기 시작했다. 입사한 후 26년 만이다.
함 회장은 ‘정직하게 상속세를 납부했다’는 등의 미담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착한 기업인’으로 소문이 났다. 사무실보다 공장·거래처·대리점 등 현장 직원들과 대화하고 젊은 직원들과는 스스럼없이 어울려 맛집 탐방을 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수평적 소통과 스킨십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인류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경영 이념은 제품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오뚜기는 지난해 9월 컵라면 용기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컵라면의 물 붓는 선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시각 장애인들의 고충을 수렴해 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제품명과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등을 나타내는 기호를 점자로 표기했다. 저시력 시각 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인지하도록 점자 배경은 검은색,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했다. 향후 컵밥 전 제품으로 점자 표기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라면은 함 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은 뒤 가장 공을 들였던 사업이다. 농심과 삼양의 벽을 넘기 위해 수시로 시식회를 열었고 야구 선수 류현진과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 등 유명인을 대표 상품인 진라면의 광고 모델로 쓰기도 했다. 진라면은 2012년을 기점으로 점유율 2위다. 올해는 라면의 새로운 조리 방식인 ‘복작복작 조리법’을 개발, 4월 이를 적용한 짜장라면 ‘짜슐랭’을 선보였다. 짜슐랭은 6개월 만에 2000만 개 이상 판매되면서 짜장라면 시장점유율 10%에 육박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오뚜기는 ‘카레’, ‘3분 요리’와 같은 가정 간편식(HMR)의 원조다. 이 밖에 케첩 등 소스, 참기름 등 유지류 등에서 고르게 실적을 내며 성장해 왔다. 특히 소스와 냉동 피자 생산에선 따라올 자가 없다.
냉동 피자 열풍의 중심인 ‘오뚜기 피자’의 누적 판매량은 올해 1억 개를 돌파했다. 누적 매출액은 2700억원을 넘어섰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냉동 피자 시장에서 ‘오뚜기 피자’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40% 이상이다. 원형 피자, 사각 피자, 떠먹는 컵피자, 1인용 피자 등 다양한 냉동 피자를 앞세워 입지를 다졌고 ‘프리미엄화’에 방점을 찍고 소비자의 입맛을 적극 공략했다.
올해는 2017년 시작했던 지배 구조 재편을 완료했다. 오뚜기는 지난 10월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 합병했다. 이에 따라 상장회사인 조흥을 제외한 모든 관계 회사를 100% 자회사로 재편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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