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부문 올해의 CEO
[2022 올해의 CEO]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를 앞두고 한경비즈니스가 올해를 마무리하며 ‘2022년의 최고경영자(CEO)’ 25명을 선정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지속 성장 기반을 일군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 신사업 추진 성과, 경영 실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위기 리더십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올해로 취임 2년 차를 맞은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뼛속까지 ‘유한맨’이다.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34년간 영업 업무 관련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유한양행이 지금의 영업력을 갖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1926년 독립 운동가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은 4년 뒤면 100주년을 맞는다. 2026년까지 매출 4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혁신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화장품‧생활용품‧반려견 의약품 시장 등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유한양행이 매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비용은 매출의 10%가 넘는다. 특히 자체 개발한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폐암 환자의 80% 정도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다.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EGFR)가 있는 환자에게 쓰는 표적 항암제다. 현재는 폐암으로 진단받은 후 처음 사용하는 1차 치료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생겼을 때 2차 치료제로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다.
최근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1차 치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렉라자는 암이 추가로 진행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무진행 생존 기간(PFS)을 기존 치료제보다 11개월 정도 더 늘렸다. 렉라자가 암 진단 후 바로 복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내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렉라자의 1차 치료제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얀센과의 협조를 통해 미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단독 치료제 허가를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세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29조원이 넘는다. 앞서 2018년 미국 제약사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을 하면서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넘겼다.
조 사장은 제2‧3의 렉라자 개발을 위한 준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술 수출 신약 물질인 기능성 위장관 질환 치료제 ‘YH12852(미국 내 후보 물질명 PCS12852)’는 본격적인 미국 임상 시험에 진입했다.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역시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올해는 대학 및 공공 연구 기관과 손잡고 차세대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유한이노베이션프로그램(YIP)도 가동했다. 기초 연구와 원천 기술 확보를 지원한다.
유한양행은 한국 전통 제약사 중 1위다. 경기 침체와 고환율 등 악조건 속에서도 연 매출 2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 의약품과 안티푸라민 등 일반 의약품, 특목 사업(동물용 의약품 등)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매출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잇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 대표이사 직속 전담 조직인 ‘ESG경영실’을 신설하고 유관 부서로 구성된 ‘ESG 실무협의회’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8월 첫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 ESG 분야별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실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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