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서울 서초구 양재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차·기아 서울 서초구 양재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하반기 임원 인사에서 ‘안정 속 혁신’을 택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승진 규모를 지난해보다 소폭 줄이면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원 세대교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40대 젊은 임원을 이전보다 더 늘리고 여성 임원도 7명을 새로 선임했다.

현대차그룹은 20일 실시한 부사장 이하 인사에서 총 224명을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30일 발표했던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의 후속이다. 임원으로 신규 선임된 인원은 총 176명으로 지난해(203명)보다 소폭 줄었다.

임원의 나이는 젊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신규 임원(203명) 가운데 3분의 1을 40대로 채웠다. 올해도 신규 임원 승진 대상자 3명 중 1명을 40대로 발탁하는 파격을 꾀했다. 신규로 선임된 40대 임원은 총 176명이다.

특히 연구개발(R&D) 인재들을 대거 발탁했다. 현대차 전자개발센터장에 안형기(46) 상무, 자율주행사업부장에 유지한(48) 상무,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에 김창환(48)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에 박영우(40) 책임, 준중형총괄2PM에 전재갑(43) 책임을 상무로 임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은 모두 40대 차세대 연구개발 리더”라며 “R&D 기반의 미래 핵심사업 고도화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공을 세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문 승진자가 이번 전체 승진 인사의 70%(총 156명)를 차지했다. 폴란드에서 ‘K2 전차’를 대거 수주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현대로템은 역대 최다 수준인 9명의 승진 및 신규 임원을 배출했다.

디자인·브랜드 혁신과 해외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낸 우수 인재에 대한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기아의 디자인 정체성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 제네시스의 브랜드 입지를 구축한 송민규 제네시스 최고운영책임자(COO), 아세안 시장 성공의 기틀을 마련한 이영택 현대차 아태권역본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영택 부사장은 현대차 아세안권역장에, 송민규 부사장은 제네시스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여성 임원 발탁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여성 임원 7명을 신규 선임했다. 현대차 차량제어SW품질실장 김효정 상무,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장 제승아 상무, 연구개발인사실장 장혜림 상무, 역량혁신센터장 임지혜 상무, 글로벌PR팀장 차선진 상무, 기아 국내사업전략실장 김지민 상무, 현대건설 스마트건설연구실장 안계현 상무를 임원으로 새롭게 선임했다.

앞선 조직 개편에서 현대차그룹이 신설한 ‘GSO’ 조직의 수장은 현대차에서 미래성장기획실장과 EV사업부장을 겸직했던 김흥수 부사장을 발탁했다. GSO는 전기차, 반도체, 스마트시티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사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며 “성과 중심의 인적 쇄신에 이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