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중심 공급망 구축이 다국적 기업의 최대 과제
과거와는 다른 법인세 인하 효과 전망
미‧일‧중 등은 기업 지원 포함해 산업 정책에 적극적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진입과 기업 투자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 낮춰야
2022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1970년대 이후 최대의 에너지 쇼크로 비틀거리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물가 급등으로 많은 국가에서 실질 임금이 하락해 구매력이 약화되고 있어 각국은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우선 정책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1년 성장률의 절반 수준인 3.1%, 긴축과 고금리 정책이 유지될 2023년에는 2.2%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여러 국가에서 고금리 정책이 완화하면 성장률은 2.7%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지역은 2023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약 4분의 3을 기여하게 되고 미국과 유럽 경제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는 2024년까지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난방 수요가 몰리는 겨울에는 문제가 더 악화되고 인플레이션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2월 중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아시아 개도국의 2022년 및 2023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4.2%와 4.6%다. 이는 직전 9월 전망치 대비 0.1%포인트와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202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6%로 세계 평균 및 아시아 개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을 것이고 2023년 성장률은 1.5%로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시아 개도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중국 경기 둔화가 될 것으로 ADB는 분석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완화 정책으로 소비 회복이 예상되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경제 회복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2년 12월 15일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0.75%포인트 자이언트 스텝을 피하긴 했지만 금리는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최대 1.25%로 확대돼 금융 시장 불안 요인이 심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도전과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과거 금융 위기는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도화선을 제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저소득 국가에서 부채 위기가 악화될 것이고 미국 달러에 대한 통화 가치 하락은 경제 위험을 가중시킬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에너지 위기와 세계 식량 불안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여파가 극한적인 기상 현상과 결합되면 세계 식량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
대외 통상 환경이 워낙 어렵다 보니 한국 기업들은 비상 자금 확보에 몰두하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다. 2022년 12월 초 모 경제 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500대 기업의 절반 정도가 2023년 투자 계획 자체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2023년 고용 절벽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내수가 최악인 상황에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 2022년 무역 수지 적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을 것이고 2023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적자 발생이 예상된다.
최근 국회에서는 법인세 인하 논쟁이 뜨겁다.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진입과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과 법인세 인하를 대기업·중소기업 프레임에서 평가하고 ‘부자 감세’로 반대하는 야당의 주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반대론자들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기초로 법인세 인하의 투자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외 통상 환경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 요소가 큰 상황이다. 미·중 갈등으로 탈중국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동맹국 중심 공급망 구축이 다국적 기업의 최대 과제가 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 효과는 과거 통계치 분석과는 다를 것이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기업 지원을 포함한 적극적인 산업 정책에 매진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과 초격차 기술 선점이 경제 위기 극복과 경제 안보 강화에 핵심 요건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법인세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고 신성장‧전략 기술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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