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크 펌부터 복지 전쟁까지…대한민국 법률 시장 현주소

[스페셜 리포트 : 2022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 로펌업계 2022년 키워드]
로펌업계 강타한 2022년 키워드[2022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경제계에서 로펌의 역할은 막중하다. 신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옛 서비스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법률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기업 또한 겪어 보지 않은 위기나 새로운 법조항이 생겼을 때 로펌의 문을 두드린다. 2022년은 코로나19의 아픔을 떨치고 맞이하는 새로운 한 해였다. 경제 활성화가 예고됐지만 하반기 미증유의 복합 위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법률 시장의 지각변동도 컸다. 한국의 주요 로펌은 2022년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로펌업계가 직접 뽑은 2022 키워드를 정리했다.
①“작지만 강하다” 부티크 로펌대형화와 전문화. 로펌업계의 특징을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2022년은 특정 법률 분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작은 규모의 법률사무소인 부티크 로펌이 강세를 보였다. 지식재산권(IP)·정보기술(IT)·인수·합병(M&A)·금융 자문 등이 전문 테마다.
부티크 로펌은 높은 전문성으로 무장해 주요 사건에서 대형 로펌들과 경쟁하고 있다. 대형 로펌에서 경험을 쌓은 중견 변호사들이 독립해 한두 분야의 전문성을 내걸기 때문에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대한민국 최초 IP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다래,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IP 전문 변호사와 변리사가 주축이 돼 설립된 법무법인 그루제일, 국제 중제와 M&A 두 분야를 전문으로 내건 법무법인 KL파트너스, 서울대 공과대 석사가 이끄는 IT 분야 전문 법무법인 민후 등이 대표적인 부티크 로펌이다.
②발 빠른 거인, 전문 팀-중대재해대응센터기업 현안에 가장 민첩하게 반응하는 조직 가운데 하나가 로펌이다. 기업 또한 겪어 보지 않은 위기나 새로운 법조항이 생겼을 때 로펌의 문을 두드린다. 중소형 로펌이 부티크 로펌으로 특화한다면 대형 로펌들은 새로운 사업 영역별로 전문 팀을 신설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22년에는 메타버스팀·조세형사팀·증권범죄대응팀·가업승계팀·금융증권수사팀 등 새로운 전문 팀 등이 등장했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전후로 가장 부지런히 달린 곳은 로펌이다. 대형 로펌은 2021년 말부터 관련 조직을 출범시켰고 2022년에는 해당 법률 문제를 보다 전문적·체계적으로 자문할 필요가 생기자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격상시켰다. 한국 최대 김앤장은 2021년 말 내부에 ‘중대재해대응그룹’을 출범시켰다. 보건 의료·특허·건설·제조물 책임 등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맹활약한 노경식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를 필두로 100여 명에 달하는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조직을 구성했다.
광장도 기존의 ‘산업안전팀’을 ‘산업안전·중대재해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차출해 60인의 팀을 꾸렸다. 다른 대형 로펌들과 달리 공동 팀장 체제를 구축하며 차별화를 둔 것도 특징이다. 세종은 ‘중대재해대응센터’를 신설해 포괄적인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3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소송 총괄 변호사, 고용노동부 서기관을 역임한 김동욱 변호사(36기)가 센터장을 맡았다. 율촌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예방보상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박영만 변호사(36기)를 센터장으로 한 ‘율촌중대재해센터’를 출범시켰다.
③“현안에 정통하다” 전문 팀-금융증권수사대응센터상반기가 중대재해대응센터였다면 하반기는 금융증권수사대응센터가 새로 꾸려졌다. 소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2022년 5월 2년 만에 재출범하면서 금융증권범죄를 다룰 조직이 꾸려진 것.
시세 조종,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부정 거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 자본 시장 불공정 거래를 비롯한 각종 금융 증권 범죄 사건 조사와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분야의 업무 경험이 풍부한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증권범죄수사대응센터가 대형 로펌 곳곳에서 탄생했다. 화우·세종·율촌·바른 등 대형 로펌에 자본 시장 관련 전문가로 포진된 전담 팀이 주인공이다. 2023년에도 현안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전문 팀이 계속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④“비주류에서 주류로” 사내 변호사각 기업에서 위기 대응을 강화하며 사내 변호사의 수요도 증가했다. 특히 M&A나 신사업 등으로 법률 리스크에 취약한 IT·플랫폼업계에서 로펌 변호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며 ‘이직’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진격의 전자 상거래 업체인 쿠팡은 2021년 강한승 변호사를 경영관리 총괄대표로 영입한 데 이어 2022년 1월 정종철 변호사를 물류 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 법무부문 대표에 선임했다. 두 변호사 모두 김앤장 출신이다. 이들 외에도 최근 1년간 김앤장 변호사 10여 명이 줄줄이 쿠팡에 합류했다. 한국 IT 공룡 네이버도 2022년 3월 율촌에서 M&A 자문을 맡던 윤소연 변호사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플러스 리더로 영입했다. 그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 역시 율촌 출신이다. 억대 연봉을 보장 받는 로펌에서 사내 변호사로 이직하는 주요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워라밸’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⑤“법률 서비스의 미래” 리걸테크법률 서비스에 기술을 더하는 이른바 ‘리걸테크’도 로펌의 영원한 숙제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인공지능(AI) 리걸테크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량의 법률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는 사무 자동화 프로그램에서부터 딥러닝을 통한 AI의 판단과 분석까지 리걸테크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사·변호사의 성향을 분석하고 승소율을 예측하는 AI 리걸 서비스가 실제 운용되고 있다. 한국의 대형 로펌에서도 리걸테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업무 자동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과 AI 번역을 도입,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반복적으로 관리하는 로펌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중 율촌은 2015년부터 e율촌을 설립해 리걸테크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임정준 박사 등을 영입해 내부 업무 자동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⑥“인재 전쟁” 복지뺏기지 않으려면 강화할 수밖에 없다. 로펌업계 전반에는 최근 사내 복지 제도 강화가 단연 화두다. 지평은 2022년 1월 사옥을 확장 이전하는 과정에서 변호사와 직원의 아이디어를 받는 등 공간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율촌은 최근 임직원 1000명을 돌파하며 커진 조직 규모에 맞춰 최근 다양한 사내 복지 제도를 신설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정해 정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복장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자신이 출퇴근 시간을 결정하는 ‘시차 출퇴근제’와 2시간 단위 휴가 사용도 가능한 ‘반반차 휴가’도 새로 도입해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