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벤츠 디자인 총괄 이일환 부사장 영입
애플처럼 ‘갤럭시 전용 칩’ 개발 속도…위기 정면 돌파 나서

[비즈니스 포커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2022년 8월 10일 미국 뉴욕의 ‘삼성 갤럭시Z폴드 시리즈 체험관’에서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Z 폴드4와 갤럭시Z 플립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2022년 8월 10일 미국 뉴욕의 ‘삼성 갤럭시Z폴드 시리즈 체험관’에서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Z 폴드4와 갤럭시Z 플립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22년 연말 조직 개편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던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에게 디자인경영센터장을 함께 맡긴 데 이어 최근 이일환(휴버트 리) 메르세데스-벤츠 총괄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MX사업부 디자인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일환 부사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동양인 최초의 벤츠 디자이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을 거쳐 패서디나아트스쿨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2년 벤츠에 입사해 뉴E클래스, 럭셔리 쿠페 CLS, 벤츠 SUV 등 메르세데스-벤츠 차종 대부분의 디자인에 관여했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나올 갤럭시 스마트폰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는 사용자 설문 조사에서 미래 고객인 10~20대의 선호도에서 아이폰에 밀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2022년 6월 18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18~29세의 53%가 아이폰을 사용했고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 비율은 42%였다. 30대는 갤럭시 54%, 아이폰 39%였고 40대 이상에서는 갤럭시 사용 비율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일환(휴버트 리) 삼성전자 MX디자인팀장(부사장)이 메르세데스 벤츠 총괄 크레이티브 디렉터 시절인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벤츠F125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이일환(휴버트 리) 삼성전자 MX디자인팀장(부사장)이 메르세데스 벤츠 총괄 크레이티브 디렉터 시절인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벤츠F125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그동안 갤럭시 스마트폰은 ‘아재폰’으로 불리며 디자인과 감성 면에서 아이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박한 평가를 받아 왔다. 노태문 사장의 야심작인 갤럭시 폴드4는 2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이 진입 장벽을 형성하면서 10~20대보다 자본력이 있는 30~40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신도시 아재폰’ 이미지라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은 2022년 초 발생한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 이후 그동안 논란이 된 원가 절감 등 수익성 중심의 전략 대신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2022년 12월 15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의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고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 절감에 치중하기보다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에 집중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제품 성능 개선에도 나섰다. MX사업부 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하고 팀장으로 퀄컴 출신의 최원준 MX개발실장(부회장)을 선임했다. AP솔루션개발팀은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의 최적화 솔루션 개발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GOS 사태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은 위기라는 평이 많았다. 프리미엄 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뒤처지고 보급형 시장에서는 중국의 매서운 추격으로 ‘넛 크래커’ 상황에 놓여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애플 24.6%, 삼성 20.2%로, 삼성전자가 시장 선두 자리를 애플에 넘겨줄 것으로 예측된다.

400달러 이상 가격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은 애플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57%로 점유율 1위 입지를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는 19%로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가격이 1000달러를 넘는 울트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94% 성장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노 사장은 2025년까지 프리미엄 갤럭시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폴더블폰으로 확대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아직 폴더블폰 시장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3%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수준이지만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이 2024년 30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이어 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 세계 폴더블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하며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노 사장의 폴더블폰 전략이 위기에 빠진 갤럭시 스마트폰의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