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높이고 소비자 접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전략

모빌리티 산업의 통합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쏘카)
모빌리티 산업의 통합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쏘카)
정지한 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젖 먹던 힘까지 써야 한다. 바퀴가 구르기만 하면 목표까지 가는 길은 훨씬 쉬워진다. 새로운 일을 할 때는 최대한 빨리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모빌리티 트렌드는 최대한 빨리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닿기 위해 ‘하나로 통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나로 빠르고 쉽게 통합해 제공해야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시장이 무엇을 어떻게 ‘통합’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자동차 서비스 앱의 통합최근 모빌리티 기업들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통합 이동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티머니는 대중교통, 택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 퀵보드를 모두 통합했다. 티맵은 앱 안에서 다양한 킥보드 브랜드를 공유해 확인·대여·결제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항버스 업체를 인수해 항공기 이착륙과 연동되는 공항버스 좌석 관리 서비스도 출시했다.

카카오는 택시와 여러 이동 수단을 카카오 앱에 모아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로 만들었다. 여기에서 기차, 전기 바이크, 킥보드, 시외버스, 시티투어 버스, 항공 통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내비는 별개로 제공되던 카라이프 서비스들을 내비게이션 앱에 통합해 서비스 탐색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한다.

쏘카는 차량 공유 서비스, 전기자전거 철도 서비스를 쏘카 앱에서 경험하도록 통합, 연결한 원스톱 서비스를 만들었다. 제휴 주차장을 운영하는 업체를 인수해 멤버십 서비스도 강화했다. 주차장에서 할 수 있는 세차·정비·주유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는 뜻이다.

롯데렌터카는 2022년 8월 그룹이 가진 백화점·마트·호텔·시네마라는 오프라인 거점을 기반으로 차량 정비·세차·충전 서비스를 통합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룹이 가진 기존 장점을 활용한 시너지도 냈다.

우버는 2022년 3월 뉴욕의 모든 택시 서비스를 우버 앱으로 통합했다. 기차·버스·렌터카·비행기·호텔까지 앱에 추가했으니 그야말로 여행 중 이용하는 모든 수단을 우버 앱 하나에서 다 경험하게 하는 슈퍼 앱이 됐다.자동차와 엔터테인먼트의 통합이스라엘 스타트업 사일렌티움은 자동차 좌석별로 다른 음향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전석에 있는 아버지는 교통방송, 뒷좌석에 있는 사람은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원하는 구역에 집중된 음향을 전송하는 동시에 다른 곳에는 음의 강도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차량에 탑재됐다.

자동차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새 타깃이다. 자율 주행 시대,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자동차가 직접 운전을 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동하는 동안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 됐다.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자동차업계는 수익을 다각화하기 위해 계속 시장을 넓히고 있다.

테슬라는 차량 스크린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다. 테슬라 시어터라는 서비스를 사용하면 실제 영화관 버금가는 퀄리티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BMW가 아마존 스마트 TV 플랫폼인 파이어 TV 내장 스크린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뒷좌석에 31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2021년 현대차도 탑승객에게 OTT 서비스를 제공했다.자동차 빅데이터와 보험 서비스의 통합자동차 보험도 이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과거에는 자동차 보험이 주로 운전자 나이, 과거 사고 등 단순한 이력 정보를 기준으로 자동차 사고 확률을 추정했지만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자동차 주행 거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전자가 자동차를 사용한 만큼 보험료를 내는 보험도 등장했다. 급감속·급가속 등 개인 운전 습관도 보험료에 반영된다. 개인 운전 습관과 보험사 손해율 사이에 빅데이터로 계산한 상관관계가 있으니 계산도 직접 가능해지고 그 계산에 대한 신뢰성도 확보된다.

위성항법장치(GPS) 기반의 위치 데이터만 의존하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이동 데이터는 실제 사람의 운전 여부를 알 수 없어 한계가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차량 데이터는 다르다. 차에서 발생한 브레이크 동작·핸들링 등 차량 내 제어기에서 직접 발생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사람의 정교한 운전 습관도 파악한다. 차량 빅데이터가 있으니 앞 차와의 거리, 차로 유지 여부, 신호등 변경 시 사고 귀책 여부 등을 정밀하게 파악해 이 데이터에 기반해 손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 보험료와 귀책 사유 역시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계산된다. 자동차 업체도, 보험 업체도, 소비자도 모두 환영할 일이다.

현대차도 모든 차에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고 차량 데이터를 통해 보험 상품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2021년 10월 텍사스 주를 시작으로 안전 점수에 따라 실시간으로 요금이 변경되는 보험을 출시했다.

제너럴모터스(GM)·다임러·포드도 독자적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빅데이터 기반으로 통합된 정보를 이용한 보험 서비스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왜냐하면 카메라, 자율 주행 센서, 라이다 등 각종 센서가 자동차에 더 많아짐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양질의 빅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도, 보험 업체도, 이 양질의 빅데이터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자동차와 로봇의 통합 테슬라는 로봇 시장에 앞장서고 있고 지배력도 키우고 있다. 로봇·전기차·자율 주행차 개발의 기술적 교집합이 있기 때문에 테슬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쉽게 장악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테슬라 인공지능(AI) 데이에 참석한 엔지니어는 “우리는 기술을 바퀴에서 다리로 옮겨 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율 주행 차가 도로에서 다른 차를 만나 속도를 늦추거나 빠른 길을 찾는 것은 로봇이 집 안에서 사람을 인지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학습하는 데이터의 양과 케이스가 더 많은 것이 차이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머신러닝을 이용한다는 점은 같은 전략이다. 차에 쓰이는 배터리와 로봇에 쓰이는 배터리 역시 무게만 다르지 필요한 요구 사항은 같다. 둘 다 안전하면서 동시에 오래가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잡는 회사라면 이런 시장을 놓칠 이유가 없다.슈퍼 앱을 키우는 분야메타버스를 이용한 부동산 서비스업을 보자. 직방은 직접 집에 가보지 않아도 낮의 일조량, 밤의 위풍, 조망권, 주변 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기술(IT)과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다. 부동산 관련 모든 서비스가 직방 앱에서 다 해결된다. 온택트 파트너스 서비스는 부동산 중개업자, 인테리어 업자, 집 청소 전문가, 배달 전문가, 집을 구하는 사람 모두가 모일 수 있게 한다.

여행업과 모빌리티의 통합도 놓칠 수 없다. 야놀자는 2022년 3월 렌터카 플랫폼에 투자했다. 렌터카 공유 경제 서비스와 차량 구독 서비스 플랫폼에 여행업이 플러스로 붙는다.

양쪽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를 통합해 재미있고 편리한 여행 경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할 야심을 가지고 있다. 알고리즘과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모빌리티 서비스를 쓸 수 있으니 비행기도, 대중교통도, 공유 자전거도, 택시도 실시간으로 연계될 수 있어 이용자들이 여행의 시작과 끝을 편리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

고객의 요구가 달라졌다. 애자일한 대응은 빠른 요리가 아니다. 빠른 태세 전환이다. 고객은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고객의 모든 니즈를 한곳에서 ‘통합’해 제공하는 전략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