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갈등, 대규모 해외 투자 등으로 안정 어려워…대세는 ‘달러 가치 하락’

환율은 나라의 경제 실상 반영하는 얼굴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환율은 나라의 경제 실상 반영하는 얼굴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맞은 연초에 각종 예측이 또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 경제 주체들의 현실이다. 신년을 맞아 경기·금리·주가·환율 등 네 분야에서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넷째 주제인 환율 예측 방법을 다룬다. <편집자 주>


한 나라의 경제 발전 단계와 재테크 수단을 연관시키다 보면 경제 발전 단계 초기에는 주식이 관심을 받고 금융 상품·부동산·채권 순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문제는 경제 발전 단계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고 경제 시스템이 갖춰지다 보면 재테크 수단 간 평균 수익률이 비슷해진다는 점이다. 특정국이 이 단계에 도달하면 자금이 경제 전반에 골고루 분산돼 균형된 경제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럴 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은 바로 ‘환테크’다. 환율, 나라의 경제 실상 반영하는 얼굴한국도 환테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하루 환율 변동 폭이 해가 지날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도 이미 개인들이 해외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각종 글로벌 투자 상품에 가입할 때 모든 규제가 철폐돼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가운데 실제로 주식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도 많이 하고 있다. 그만큼 환율 움직임도 이제는 재테크의 필요한 지식이 됐다.

이론적으로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고 부른다. 그런 만큼 실로 많은 변수가 환율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한 요인이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고 그 반대 상황이 발생하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환율은 상대 가격 비율이기 때문이다.

환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환율 결정 요인을 잘 따져 환율 예측 능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개인이 환율 예측을 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위험을 잘 관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개인 차원에서 환위험 관리가 일천해 기업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물론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환위험은 환율 변동에 따라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변동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한다. 이런 환위험을 인식해 기업들이 다양한 관리 기법으로 환차손을 최소화하거나 환차익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환위험 관리다. 문제는 환위험은 인식 범위와 관리 기법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에 목적을 명확히 설정한 후 체계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들이 환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기업들이 인식해야 할 환위험 범위를 정해야 한다. 환위험 범위가 정해지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위험 변동을 신속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체계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환위험이 관리된 부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후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환위험 관리 기법은 내부와 외부로 구분된다. 내부 관리는 기업이 환위험 관리를 위해 별도의 거래 없이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다. 반면 외부 관리는 외환과 금융 시장을 통해 내부 관리 기법으로 제거하지 못한 환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말한다.

요즘 한국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리 기법을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환위험이 발생하면 먼저 내부적으로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만약 환위험이 내부 관리 기법에 의해 제거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외부 관리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순서다.

환위험 관리 기법이 결정되면 그다음에는 환위험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단순히 ‘환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환차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침이 명확히 서야 보다 적절한 환위험 관리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간헐적으로 수출하는 기업과 지속적으로 수출하는 기업 간 환위험 관리 전략도 달리해야 한다. 간헐적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수출과 동시에 선물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매출액을 일정 금액의 원화로 확정 짓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다.2023년 환율, ‘오징어 게임’에 대입하면…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환율 전문가, 환율 예측 전문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이제는 환위험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제다. 정도 차는 있겠지만 개인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앞으로 더욱 높아질 환위험을 관리해 나가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인이 주축이 된 대한민국 상위 1%의 부자들은 환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고 관리도 의외로 잘한다.
<그림 1> 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 (자료: 한국은행)
<그림 1> 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 (자료: 한국은행)
그렇다면 2023년 환율은 어떻게 될까. 많은 변수 가운데 2022년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물가를 잡기 위해 본격화되고 있는 역환율 전쟁 결과가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최고 드라마로 평가되고 있는 ‘오징어 게임’으로 역환율 전쟁 결과를 예상해 본다.

첫 무대에 오른 게임 참가자는 달러화와 엔화다. 결과는 관객이 긴장할 틈도 없이 너무 빨리 싱겁게 끝나 버렸다. 엔‧달러 환율은 1차 저지선인 구로다 라인(125엔), 2차 저지선인 미스터 엔 라인(130엔)이 잇달아 뚫린 데 이어 최후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50엔마저 무너졌다가 최근에는 수익률 곡선 통제(YCC)의 하루 변동 폭 확대 이후 132엔대로 회복됐다.

엔화가 추락한 데는 정치·행정 규제·국가 채무·젠더·글로벌 분야에서 일본이 5대 선진국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함정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던 국가가 중진국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아랑곳하지 않는 일본은행의 울트라 금융 완화 정책 고집도 패배 요인으로 가세한다.

달러화의 다음 상대인 유로화도 최후 저지선인 ‘패러티 라인(1유로=1달러)’이 힘없이 무너졌다. 유로화 가치는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 한 차례 붕괴될 위험에 몰린 적이 있지만 2021년 말까지는 유지됐다. 하지만 2022년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가 집중되면서 유럽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치욕적인 사태가 발생한 이후 50주년이 되는 날 파운드화가 또다시 무너지고 있다. 파운드화는 엘리자베스 트러스 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재정 지출로 영국발 금융 위기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최후 저지선인 ‘1파운드=1달러’ 선이 뚫리면서 달러화에 완전히 먹힐 가능성이 높다.

모든 통화 중 가장 늦게까지 버틸 것으로 여겨졌던 위안화도 ‘포치 라인’이라고 부르는 달러당 7위안 선이 무너졌다. 포치 라인이 뚫림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시황제 야망도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2분기 성장률이 0.4%로 추락한 것을 계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진국 함정 우려와 함께 양대 장애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신흥국 통화는 1990년대 중반보다 더 심한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발생함에 따라 국제 환투기 세력의 타깃이 되면서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잇달아 ‘디폴트 라인’을 넘고 있다. 문제는 1990년대와 달리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 사정이 자체 채권 발행을 검토할 만큼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신흥국 통화는 완전히 먹혀 법정 통화가 달러화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캉드시 라인’을 넘은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캉드시 라인은 1997년 여름휴가철 이후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는 ‘서든 스톱’이 발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으로 오르자 그때까지 펀더멘털론으로 맞서던 당시 강경식 경제팀이 손을 들어 외환 위기가 발생했던 최후 저지선을 말한다.

아직까지 국제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될 만큼 외화 사정이 악화되지 않았지만 무역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갈등, 불법 자금 해외 거래, 대규모 해외 투자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전히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는 새 정부 경제팀의 인식과 대응 자세도 문제다.

결론을 맺어 보자. 역환율 전쟁에서 벌어지는 ‘오징어 게임’의 최후 승자는 달러화가 될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달러 강세는 대표적인 근립 궁핍화 정책으로 조만간 피해를 본 국가가 반격하는 부메랑 효과도 우려된다. 달러화가 왕관에 쓰면서 ‘킹(king)’의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원‧달러 환율이 의외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