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비용 아끼고 리스크 줄이는 데 힘쓰는 카드사들…‘데이터 기업’으로의 변신에 희망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의 한 식당에서 고객이 키오스크에서 카드를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식당에서 고객이 키오스크에서 카드를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눈앞에 다가온 경기 침체로 카드사들의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우려와 염려 속에 시작됐다. ‘역대급 긴축’이 현실화되면서 벌써부터 녹록하지 않은 사업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카드사들은 조달 비용을 아끼고 위험 요소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의 이용 한도를 축소하고 대출 상품의 공급 규모를 줄였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자금줄에도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위기에 대비하기 시작한 카드사들2023년 새해 벽두부터 주요 카드사들이 대대적인 이용 한도 축소에 나섰다. 갑자기 이용 한도 축소를 통보받게 된 고객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졌다. 일부 회원은 카드 이용 한도가 30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2022년 12월 개인 회원을 대상으로 이용 한도를 점검한 뒤 일부 회원들에게 한도 하향 조정을 통보했다.

카드사들은 연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부여한 이용 한도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연말에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하향 조정 대상을 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도 이용 한도 축소 사실을 통보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한도 관리 강화를 위해서다. 업황의 어려움에 따라 연체 규모가 불어난다면 향후 커다란 리스크로 되돌아올 수 있다.

카드사들의 어려움은 2022년부터 예고됐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발 자금 시장 경색으로 카드사들의 유동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경기 침체에 돌입하면서 올해는 카드 대금 연체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처에 위험 요소가 깔려 있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최근 회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대신 소비자의 수요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디마케팅’으로 방향을 틀었다. 카드사들은 최근 자동차 할부, 카드론 등 대출 상품 공급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카드·캐피털사의 신용 대출 평균 금리가 15%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카드사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게 됐다.

무이자 할부 대신 선결제를 장려하는 것도 최근 카드사들의 달라진 트렌드 중 하나다. 연말부터 일부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금을 보유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선결제 완납을 하면 금액에 따라 캐시백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무이자 할부금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삼성·BC ‘민간 데이터 전문 기관’ 지정
카드사들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간편 결제 서비스의 등장으로 그간 굳건하던 카드사들의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역대급 긴축이 예상되는 올해는 카드사들이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며 위기에 대비하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한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을 전년 대비 4.3% 증가한 839조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카드 이용률이 민간 소비의 증가율을 웃돌고 가맹점이 증가하며 동시에 간편 결제 활성화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조달 비용 상승, 카드론 취급액이 줄어들면서 어려운 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카드론은 2021년까지 카드사들의 호실적을 견인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금리 상승에 따라 향후 카드론 취급액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수익성 악화가 확정된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신규 성장 동력을 찾아야만 한다. 기대를 걸 수 있는 게 ‘데이터 전문 회사’로의 변신이다. 한국은 2022년 기준 국민 1인당 평균 4.2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을 정도로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은 나라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보유한 데이터는 소비 패턴뿐만 아니라 동선·자산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로서 의미를 갖는다 .

지난해 12월 15일 신한·삼성·BC카드가 금융위원회에서 최초의 국가 지정 민간 데이터 전문 기관에 예비 지정된 것은 카드업계에서는 의미가 큰 일이었다. 데이터 전문 기관은 기업들의 신청에 의해 데이터의 익명, 가명 처리 적정성을 평가해 데이터를 결합해 준다. 가령 금융사가 통신사와 가명 정보를 결합하려고 할 때 데이터 전문 기관에 결합할 가명 정보를 보내면 데이터 전문 기관은 결합 후 이를 다시 회사에 제공한다.

신규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카드사들은 데이터 전문 기관 선정에 상당히 공을 들여 왔다. 이 때문에 선정된 카드사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여러 기관의 데이터 결합 참여를 지원해 공공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금융 당국의 제재로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못했던 삼성카드는 데이터 전문 기관 선정을 통해 다양한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BC카드는 모기업 KT의 통신·금융을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핵심 기술 역량을 적극 활용,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해 디지털 경제 전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