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음악, 책 그리고 내면의 영감과 마주하는 곳…이태원 그래픽
![책의 단면처럼 종이의 결을 표현했다는 '그래픽'의 외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AD.32332368.1.jpg)
요즘의 만화책은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특히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으로 일반 만화보다 더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룬다. 이런 어른들의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이태원 그래픽’은 그래픽 노블뿐만 아니라 일반 만화책·아트북·잡지 등 다양한 서적을 판매·소개한다. 절판된 도서는 물론 고가의 서적 등도 감상할 수 있어 책 좀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명소로 소문난 지 오래다.
![천장의 창을 만들어 따뜻한 자연채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AD.32332442.1.jpg)
포털 사이트에 이태원 그래픽을 검색하면 어떤 블로거는 서점이라고 소개하고 누군가는 고급 만화 책방이라고 표현한다. 또 다른 이는 북카페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곳은 이처럼 한 가지의 명사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다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곳의 건축가가 ‘술 마시는 만화방’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곳은 19세 미만 출입 금지다. 맥주·위스키·샴페인 등의 주류를 판매하고 성인 콘텐츠들을 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랩톱도 들고 올 수 없다.
![곳곳에 서적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AD.32332469.1.jpg)
1층부터 3층까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각 층마다 다양한 형태의 좌석과 다른 주제의 책들로 큐레이션돼 있다.
1층에는 미술·건축·디자인, 마블&DC코믹스, SF, 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 장르 서적과 판매용 도서를 소개하는 공간과 흡연 구역(테라스)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좁고 긴 곡선으로 된 통로가 나오는데, 이 통로의 벽면은 그래픽이 매월 자체적으로 선정해 인스타그램에 소개하는 도서들과 일상·힐링·성장, 모험·시대극·무협 등의 장르 서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중앙에는 판형이 큰 도서를 열람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안쪽에 들어가면 누울 수도 있을 정도로 편한 좌석이 마련돼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층에는 위스키·맥주·샴페인 등이 열 맞춰 서 있는 냉장고와 주류를 마시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바(Bar), 음악이 흘러나오는 커다란 JBL 스피커와 포토그래피·패션·음악 관련 서적이 함께 진열된 벽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더 안쪽에 들어가면 음료 라운지가 나타난다. 각 층마다 콘셉트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저마다 편한 장소를 고른 방문객들이 자유로운 모습으로 이 공간을 향유하고 있는 풍경은 동일하다.
이곳의 공간 기획에 참여한 그래픽 김수경 매니저는 “만화책과 음악 그리고 술을 즐기는 분들이 ‘그래픽’에 들어왔을 때 하루 종일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라고 느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독서하기에 편한 분위기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공항 라운지처럼 이용할 수 있게 많은 것들을 셀프 서비스로 제공하고 외부 환경에서 내부 공간을 차단함과 동시에 천창으로 따뜻한 자연 채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층마다 비치돼 있는 책들은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고 ‘그래픽’의 모든 책을 마지 탐험하듯 거닐 수 있는 동선을 배치해 자신만의 책을 찾는 재미를 더했다”고 이곳을 소개했다.
![2층에는 한국사/근현대사, 사회/철학, 아웃도어/스포츠 등의 장르서적이 비치되어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AD.32332367.1.jpg)
하지만 이곳은 이런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 주는 안내가 곳곳에 붙어 있다. 다 본 책을 올려 놓는 곳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북카트와 발 받침대 겸 짐을 놓을 수 있는 박스이니 편히 쓰라는 메모, 다 마신 음료를 수거해 가는 쟁반이라는 안내, 화장실 거울 앞 컵에 붙은 구강 청결제라는 것을 알려주는 메모까지…. 이곳의 세련됨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직접 이곳을 이용해 보며 방문객의 관점에서 궁금하고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보완해 갔다는 것이 느껴진다.
실제로 화장실에 붙은 QR코드를 통해 이용객들에게 불편했던 점과 좋았던 점 등의 피드백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해 3월 문을 열어 오픈한 지 거의 1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이곳을 조성한 이들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혹시 이곳의 책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 무엇을 읽어야 할지 헤맬 것 같다면 그래픽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먼저 둘러보고 가면 좋다. 그래픽이 보유한 다양한 책을 짤막한 카드뉴스 형태로 소개하고 있어 방문객들이 독서 목록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입장료는 1만5000원이다. 사람에 따라 비싸다고 느낄 수도, 거저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소장할 수 있는 돈으로 무궁무진한 영감과 취향을 담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싶다.
그래픽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39길 33
운영 시간 오후 1~11시(매주 월요일 휴무)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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