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기업 미래 전략- SK에코플랜트

[ESG 리뷰]
“건설에서 환경 기업으로…자회사와 함께하는 ESG 경영이 강점”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변화를 천명한 이후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기반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나간다는 목표다.

2020년 수처리·폐기물 처리 전문 회사 환경시설관리(EMC)를 품에 안은 SK에코플랜트는 이후 연관 기업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볼트온 전략’에 따라 환경 사업 확장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환경 기업 12곳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초 글로벌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재활용 선도 기업인 싱가포르 테스(TES)를 인수해 환경 산업의 업스트림(upstream) 분야에 진출할 것이라고 알렸다. 기존 주력인 건설업은 환경·에너지 분야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있다.

새로 편입된 자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새로운 자회사의 ESG 데이터를 포함하는 한편 자회사와 함께하는 ESG 경영 체계를 수립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이성녀 ESG추진 담당임원에게 환경 기업으로의 변화와 ESG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고 회사가 재탄생한 셈입니다. 변화의 핵심이 ESG 아닙니까.

“건설업은 환경 파괴적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자원 집중형 섹터에 해당하는 반면 국내총생산(GDP)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기존 건설업에는 2가지 측면에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우선 수주형 사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자 관점에서 비우호적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이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한계로 딥 체인지(deep change)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죠. 마침 SK그룹에서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을 선포하면서 외부적으로는 SK그룹의 사회적 가치(SV)와 연계된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했고 내부적으로는 기존 건설업을 수행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 사업에 주목했어요. 환경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특히 ‘기후 변화’와 ‘순환 경제’ 등 2가지 어젠다를 중요하게 봤죠. 순환 경제는 자원 집중형 모델을 극복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바꿀 뿐만 아니라 생일도 바꿨죠. 기존 SK건설 시절의 창립 기념일인 8월 1일에서 SK에코플랜트로 출사표를 던진 5월 24일로 창립 기념일을 새롭게 정한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모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자는 최고경영자(CEO)의 뜻이죠.”

- 그 과정에서 연관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데 ‘볼트온 전략’의 성과는 무엇입니까.

“환경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 고민하다가 한국에서 가장 큰 환경 관리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환경 사업은 인허가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M&A를 통한 빠른 성장을 선택한 것입니다. SK에코플랜트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3개 영역, 즉 환경·에너지·솔루션 사업으로 구성돼 있어요. 그중 환경 사업은 2020년 EMC를 인수한 후 지금까지 의료 폐기물과 지정 폐기물 소각, 매립 사업,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등의 업체를 지속적으로 M&A하는 볼트온 전략을 펼쳐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 수처리 1위, 사업장 폐기물 소각 1위, 의료 폐기물 소각 2위, 매립 3위 등 한국의 선도적인 종합 환경 기업 지위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었죠. 특히 폐기물 분야는 영세하고 열악한 환경인데 다운스트림과 더 나아가 업스트림까지 전체 밸류 체인을 개선하고 레벨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에너지 사업은 미국 블룸에너지와 협력해 한국 1위 연료전지 사업자(2022년 한국 수주 기준)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기존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인 솔루션 사업은 한국 도급 순위 톱 10의 종합 건설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향후 환경 사업은 한국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환경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연료전지 중심의 에너지 사업은 재생에너지와 수전해 기술을 더해 ‘그린 수소 공급자’로 키워 나갈 겁니다. EPC는 환경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심의 디벨로퍼로 변화를 시작하고 있어요.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환경 사업, 그린 수소, 그린 디벨로퍼 사업을 연계해 순환 경제의 핵심 사업자로 도약할 것입니다.”

- 환경 사업에서 말하는 다운스트림은 무엇인가요.

“폐기물에서의 다운스트림은 수집·운반해 온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는 매립 제로가 돼야 하고 무엇보다 소각이 줄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소각 시 다이옥신 등 불완전 연소에 의한 환경 유해 논란이 있었지만 환경공학자의 말에 따르면 이는 상당 부분 해결됐다고 합니다. 소각장에서 나오는 열을 활용해 폐기물을 자원화(waste to resources)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반면 소각 자체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본연적 문제를 안고 있어요. 우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5개 소각장에서 평균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49.7%, 질소산화물을 12.4% 감축할 수 있었고 주요 기술을 공개해 다른 기업의 소각 시설에서도 활용하도록 논의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폐기물이 어떻게 배출되고 수집·처리되는지 연결고리가 다 끊겨 있었다면 우리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폐기물 밸류 체인을 완성하고 고도화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가 선보인 폐기물 전주기 관리 디지털 솔루션 ‘웨이블(WAYBLE)’은 폐기물 배출-수거-운반-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데이터를 확보·관리해 나중에는 인증까지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3’에서 스마트 시티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가치를 높여 다시 되파는 사모펀드(PE)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어요. 제가 아는 한 경영진에서 그런 생각은 없었고 이 섹터를 레벨업하는 방향으로 계속 연구를 진행하면서 웨이블 같은 플랫폼도 확보할 수 있었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리사이클링 중심의 업스트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죠. 전기·전자 폐기물 재활용 선도 기업인 테스(TES)와 말레이시아 폐기물 기업 센바이로 등을 거점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 ‘테스’는 글로벌 차원에서 어떤 기업인가요. 미국이나 글로벌에선 큰 규모의 폐기물 처리 환경 기업이 있나요.

“인수한 기업 중 언론에 가장 많이 나왔죠. 싱가포르에 있는 기업입니다. 전 세계 22개국에 44개 처리 시설을 두고 가장 많은 거점을 가진 기업이죠. 미국에선 리퍼블릭 서비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1·2위 폐기물 처리 업체에 해당합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주로 매립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매립장에서 메탄을 포집하는 폐기물 에너지화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러면 이 시장에서 SK에코플랜트가 글로벌 톱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 꿈을 갖고 있습니다.(웃음)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환경·에너지·기존 건설업인 솔루션 사업으로 구성돼 있어 해외에서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건설업도 EPC 사업을 혁신해 사용하는 원재료를 친환경으로 바꾸고 환경·에너지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있어요. 이러한 유일무이한 사업 구조를 지녔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습니다. 환경 사업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으로 먼저 다운스트림 영역은 한국 시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해외 거점 사업을 확보한 후 솔루션을 전파하는 방식을 택해 주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요.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최대 종합 환경 업체인 센바이로의 지분 30%를 인수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죠. 센바이로는 말레이시아 국영 기업으로 지정 폐기물, 생활 폐기물,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업 등을 영위하고 있어요. 향후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업스트림의 경우 지난해 인수한 테스의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해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요. 향후 데이터센터와 자율 주행, 헬스케어 등 미래 융·복합 사업 고객들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고객군을 넓혀 갈 예정입니다. 또한 업스트림 영역에서 가장 성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EV battery recycle)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죠.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사업의 관건이라고 보고 주요 지역별로 허브앤드스포크(Hub & Spoke) 전략의 거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예들 들어 최근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어센드엘리먼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북미에 신규 공장 신설을 준비 중이고 유럽에서는 물류 중심인 네덜란드에 전후 처리 공장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통해 폐배터리에서 원료를 회수하고 이를 다시 제조 단계에 투입하는 완결적 순환 체계(closed loop)를 완성해 글로벌 폐배터리 순환 경제 구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 열악한 폐기물 시장은 순환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대기업 진출을 두고 논란도 있습니다.

“2022년 한 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놓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 논의가 있었는데 상생 협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중소기업은 생활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물질 재활용 시장에,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 진출하면서 역할을 나누기로 합의했죠.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사업자로 변화하고 있지만 내심 환경 사업 자체를 SK에코플랜트가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환경 사업, 특히 폐기물 시장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요. 우리가 시장에 진입하던 2020년 당시 시장 자체가 매우 파편화돼 있었고(2019년 기준 전국 폐기물 처리 업체 수 1만4792개), 다운스트림에서의 처리 방식도 단순 소각·매립 위주 형태였습니다. 일부 사례지만 관행적으로 행해 오던 불법·편법 처리 방식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환경 사업 자체를 사회적 가치와 자산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시각이 팽배했죠. 그러다 보니 산업의 혁신을 위한 설비 투자나 기술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한 혁신의 첫 단추는 바로 디지털화였습니다. 환경 산업에서 가장 안 돼 있는 분야는 디지털 전환입니다. 기존 사업 방식은 소각장이나 매립장 같은 자산(asset)을 확보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인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 내 플레이어들에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개발한 솔루션이 ‘웨이블’입니다. 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소각장 최적 운전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혁신의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소각로는 법적으로는 섭씨 영상 850도 이상에서 운전해야 하고 이 온도보다 낮으면 일산화탄소 등 대기 오염 물질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운전 온도가 너무 높으면 소각로 내부의 내화 벽돌이 열화돼 정비가 필요해집니다. 결국 소각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운전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운전자의 감에 의존해 운영해 왔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ZERO4’라는 솔루션을 AWS와 함께 개발해 시범 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총 5개의 소각장에서 적용 운전하고 있습니다.”

- 2022년 한 해 동안 ESG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지난 2년 동안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된 자회사가 12개입니다. M&A를 통한 빠른 성장을 선택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자회사들이 편입됐죠. 특히 2022년 4월 테스를 인수하면서 만약 22개국 44개 거점 중 한 곳에서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와 다른 자회사를 관통하는 ESG 경영 체계 기준 수립과 전파가 중요한 과제가 됐어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행복 공동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드라이빙 투 제로(Driving to Zero)’라는 슬로건 아래 주요 5가지 영역(컴플라이언스·인권·안전보건·환경·품질)에서의 리스크를 제로로 만들어 가자는 다짐을 담은 ESG 경영 체계를 수립했습니다. 우선 2022년 6월 이사회에 보고해 승인받았고 7월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모든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동의와 참여를 다짐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 자회사와 ESG 경영 여정을 함께하기 위해 ‘ESG 추진협의체’를 조직해 ESG 거버넌스 구조를 갖추게 됐죠. ESG 경영협의회는 ESG 추진협의체 내 존재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SK에코플랜트 CEO와 자회사 대표로 구성돼 있어요. 그 산하에는 5가지 제로화 추진 영역과 매칭되도록 역시 5개의 워킹 그룹을 둬 SK에코플랜트와 각 자회사의 임원급과 팀장이 참석하는 소위원회 방식으로 운영 중입니다. 또 전체 ESG 추진협의체를 운영하기 위해 ESG 사무국을 두고 SK에코플랜트의 ESG 조직이 담당해 운영 중입니다. 이렇게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기억됩니다.”

- 자회사 수도 많고 업종도 다양해 최근 ‘ESG 규제화’를 체감할 것 같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유럽 공시 규제에 해당하는 기업도 있습니까.

“2022년 처음으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자회사 데이터를 넣었습니다. 보고서가 7월 나왔기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EMC·테스·삼강엠앤티 등 주요 자회사의 데이터를 포함했죠. 만약 2023년 상반기 중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안이 나오면 합작법인(JV)을 포함하는 등 연결 재무제표 이상으로 관리해야 할 겁니다. 이 때문에 2023년 주요 과제는 데이터 관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스는 미국에 거점이 있는데,아직 SEC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추이를 지켜보고 있어요. 투자한 기업 중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 기업 ‘어센드엘리먼트’는 우리가 최대 주주이지만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은 의무 사항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장 여부를 떠나 기본적으로 환경 사업을 한다면 뚜렷한 환경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전사 전략과 프로세스에 내재화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재무적·비재무적 실적으로 나와야 합니다. 외부 공시 규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준비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은 환경 기업으로서 적절한 행동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제 자발적 공시에서 ESG 규제화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환경 관련 ESG 데이터 공시에는 좀 더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SK에코플랜트도 넷 제로 플랜을 가지고 탄소 저감을 해야 할 텐데 건설업 자체는 배출량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죠.

“2021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3만3242톤으로 목표 관리제 의무 대상은 아닙니다. 크게 보면 스코프 2(전력 사용 등 간접배출)가 30% 정도를 차지하고 그중 70~80%가 현장 전기입니다. 주로 양생 과정에서 장비 사용에 따른 배출에 해당합니다. SK에코플랜트 넷 제로 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건설회사에서 환경·에너지·솔루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함에 따라 다양한 산업군을 포괄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우선 건설 현장은 3년여간의 건설 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일시성과 배출원이 수십 개 현장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산업 시설과 달리 자본 집약적 감축 기술 도입을 통한 감축이 어려워요. 그래서 우선 전사가 참여하는 넷제로추진협의체를 구성했죠. 또 현장 사무실 지붕에 태양광 발전 설비(Roof-PV)를 설치해 프로젝트 수행 중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있고 건설기계·온풍기 등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배출량도 점차 감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온실가스 간접 배출에 대한 감축도 빼놓지 않고 있죠. 저탄소 구매 정책을 수립해 저탄소 레미콘 구매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자재 조달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SK에코플랜트가 추진하는 수소 사업 연계를 통해 건축물의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환경 사업은 재생에너지 도입이나 차량·기계의 전기화 등 현 단계에서 도입을 검토할 만한 수단을 통해 유의미한 감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또 폐기물이라는 특성상 사업자가 저탄소 원료를 선택적으로 도입해 감축하는 것이 제한됩니다. 즉 연소부터 배출하는 과정에서 감축해야 하는데 주요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탄소 포집은 아직 소각장에 적용하기에는 기술적 제약이 있고 포집 후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등 제약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파리협약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감축 목표이라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 과학적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목표를 제출해 검증하는 과정에 있어요. 보다 현실성 있는 접근을 위해 2030년까지의 중간 목표를 제출했고 추후 204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준비해 제출할 계획입니다.”

- 환경과 건설 그리고 또 하나가 에너지 분야인데 ‘그린 수소’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에너지 사업의 미래 비전은 그린 수소 공급자(provider)입니다. 이에 관한 모든 밸류 체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실 개별적인 단계의 솔루션이 있어야 가능하겠지요. 그린 수소 비즈니스의 밸류 체인은 ‘재생에너지 공급-수전해를 통한 수소생산-수소 운송-연료 전지발전-수요처 공급’ 단계로 볼 수 있는데, 각 단계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역량을 축적하고 있어요. 우선 재생에너지 공급에서는 해상 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지난해 8월 인수한 해상 풍력 터빈 하부 구조물 제조 업체인 삼강엠앤티와 함께 부유식 해상 풍력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2.6GW 규모의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글로벌 기업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 기업 최초로 사업 개발, 인허가, 구조물 제조, EPC, 발전 사업 운영 등 해상 풍력 분야의 밸류 체인 전반을 확보할 수 있었죠. 태양광 발전은 지난해 6월 한국의 대표 태양광 전문 기업인 ‘탑선’에 12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시행해 사업 개발과 EPC, 모듈 제조 분야의 역량을 확보하고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다음 단계인 수전해에서는 2022년 초 매우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어요. 미국 블룸에너지와 손잡고 구미에서 진행해 온 130kW 규모의 고체 산화물 방식 수전해 설비(SOEC :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실증 사업에 성공한 것이죠. 이 실증 사업의 결과로 SOEC는 타사의 경쟁 기술보다 월등히 높은 효율을 보여 줬어요. 향후 이를 그린 암모니아와 연계하면 생산 공정 중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해 훨씬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아직은 매출 비율에서 기존 사업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기존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린 워싱 때문에 ‘그린’이라는 표현을 되도록 쓰고 싶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린 디벨로퍼가 되자고 말하곤 합니다. 사실 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진행하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2가지 측면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요. 하나는 사업에서 사용하는 원재료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EPC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것입니다. 토목과 건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원재료 중 하나는 바로 철근과 콘크리트입니다. 철강 산업과 시멘트 산업은 모든 산업군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곳이죠. 이 부분에 대한 해결 없이 과연 우리가 ESG를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어요. 기존 EPC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시공 노하우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바탕으로 환경·에너지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나아가 고객들의 친환경 니즈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린 디벨로퍼가 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개발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탄소 중립 산업 단지나 재생에너지 EPC 등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난해 착공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프로젝트는 우리의 수처리 기술, 폐기물 자원 회수, 수소 연료전지 및 태양광 등의 솔루션을 적용한 탄소 중립 산업 단지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그간 축적된 항만·교량·해저 배관 등의 해상 공사 역량과 경험을 활용해 해상 풍력 EPC에 진출할 계획인데 이 부분에서는 지난해 인수한 해상 풍력 하부 구조물 제조업체인 삼강엠앤티와의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회사의 비전인 ‘순환 경제 디자이너’를 구현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사실 순환 경제를 구현한다는 것은 어느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룰 수 있는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경제 생태계에 있는 모든 주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이고 나아가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가 같이 변해야 하는 큰 혁신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회사의 비전 자체가 순환 경제 디자이너이다 보니 순환 경제 구현이라는 과제에서는 좀 더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순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프리 그린(pre-green)’ 단계와 ‘포스트 그린(post-green)’ 단계를 구분해 추진하고 있고 결국 이 두 단계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리 그린은 에너지와 자원의 공급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사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 그린 수소 사업화 등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포스트 그린은 3R(Reduce·Reuse·Recycle)에 맞게 폐기물의 감량과 친환경적 처리·활용이 과제입니다. 역시 환경 사업을 통해 AI·DT 기반의 폐기물 산업 고도화 전기·전자 폐기물과 폐배터리 자원화 등으로 대응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두 단계의 연결을 위해 소각열 회수 등 폐기물 에너지(waste-to-energy) 사업과 유기성 폐기물에서 직접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등 테크 기반의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에피’라는 용어가 있는데 ‘에코피플’을 줄인 말입니다. 에피는 1차적으로 회사 구성원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광의로 해석하면 지구를 살리는 데 진심을 다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합니다.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 후 이전과 다른 다양한 고객·파트너·투자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는 또 다른 에피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렇듯 뜻을 함께하는 다른 에피들과 협력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대담=장승규 한경ESG편집장, 정리=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16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