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뉴빌리티·힐스로보틱스 등 한국 기업들도 차세대 로봇 선봬

CES 2023 (사진=연합뉴스)
CES 2023 (사진=연합뉴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가전 전시회(CES)는 다양한 신기술과 신제품을 대중에 알리고 시장의 반응을 엿보는 좋은 무대다. 그래서 매년 CES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로봇의 시제품이나 미래 콘셉트를 내놓기도 한다.

올해 CES도 예외는 아니다. 로봇 전문 스타트업부터 전통적인 제조 업체와 서비스 업체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개발 중인 로봇이나 로봇 관련 신기술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다양한 용도를 선보인 자율 주행 로봇CES 2023 로봇 분야에서는 새로운 신기술의 등장보다 고객 가치가 확인된 로봇 기술의 개선 움직임과 꾸준히 진행되는 서비스 로봇의 용도 탐색 노력이 돋보였다.

지금까지 자율 주행 로봇은 대부분 화물 운반이란 한정된 작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CES에서는 운반 외에 새로운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자율 주행 로봇들이 등장했다.

한국의 전기차 충전 솔루션 전문 기업 에바(EVAR)가 공개한 로봇 ‘파키(Parky)’는 사람이 호출하면 대상 차량이 주차한 위치를 스스로 찾아와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유소에 가 주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현재의 전기차 충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율 주행 충전 로봇을 이용하면 정해진 충전소의 충전 설비 바로 앞까지 자동차를 운전해 가야 하는 현재 방식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충전소와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는 공간의 제약과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이동시켜야 하는 시간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외 배송 기능을 갖춘 자율 주행 로봇들도 공개됐다. 미국의 오토노미(Ottonomy)는 보다 우수해진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배송 로봇 예티(Yeti)를 선보였다. 3차원 라이다와 카메라를 탑재한 예티는 고도의 자율 주행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실외 주행 과정에서 기존 배송 로봇들과 달리 훨씬 원활하게 장애물을 피해 다닐 수 있고 마트에서 산 물품을 싣고 주차장의 목표 지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한다. 예티는 노르웨이에서 우체국 내부 물류 작업용으로 테스트받고 오슬로 시내에서 라스트 마일 배송 작업에도 시범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스타트업 뉴빌리티도 도심 배달 서비스에 특화된 배송 로봇 뉴비를 소개했다. 뉴비도 기존 배송 로봇들보다 우수한 실외 주행 기능을 차별적인 강점으로 표방한다. 뉴비에는 멀티 카메라 기반의 V-SLAM 기술과 운행 환경과 주행 가능 영역 식별 기능이 적용돼 있어 도심의 밀도 높은 빌딩 환경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힐스로보틱스가 들고나온 자율 주행 로봇 하이봇은 경쟁 로봇들보다 저렴한 단가를 강점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기능까지 갖춘 자율 주행 로봇이다. 판매 단가는 로봇의 도입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하이봇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KAIST가 독자적으로 보유한 하이브리드 SLAM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라고 한다. 하이봇에는 360도 입체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회의 지원 기능과 살균, 공기 청정 기능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는 로봇의 자율 주행 영역이 지하로 확장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ACWA로보틱스가 만든 로봇인 클린 워터 패스 파인더는 지하에 매설된 수도관 내부를 자율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수도관의 두께를 측정하거나 부식 등 파손 여부를 조사하고 설치 지도를 만드는 수도관 매핑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클린 워터 패스파인더는 뱀처럼 움직이는 외형으로도 많은 이목을 끌었다.
니콘 부스. (사진=연합뉴스)
니콘 부스. (사진=연합뉴스)
꾸준히 등장하는 외골격과 휴머노이드 로봇미래 로봇 시장에서 다소 경쟁할 가능성도 엿보이는 외골격(exoskeleton)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은 매년 CES에 꾸준히 참가해 시장성 있는 고객 가치를 탐색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외골격 로봇은 독일 저먼바이오닉시스템(German Bionic System)의 크레이엑스(Cray X)다. 크레이엑스는 활동상의 부담을 한결 덜어주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모터와 배터리가 골반 옆에 위치하는 구조이므로 사용자가 착용했을 때 상반신에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크레이엑스의 모터는 최대 30kg의 하중을 지지하는 출력을 낼 수 있어 다양한 작업에 범용성 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촉발한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 덕분인지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다수 참여했다. 과거에 가정용 서비스 로봇으로 CES에 참가했던 일본의 아이올러스로보틱스(Aeolus Robotics)가 올해에는 다양한 용도에 사용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오(aeo)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이오의 상부 몸통은 카메라가 장착된 머리와 7개의 관절을 갖춘 로봇 팔 한 쌍이 장착돼 있고 하부는 자율 이동 로봇(AMR)으로 만들어져 있다. 아이오는 카메라를 이용해 경비 업무를 할 수도 있고 물체를 집는 그리퍼나 자외선 소독 기기 등 다양한 엔드 이펙터를 교체할 수 있는 두 팔을 이용해 문 열기, 물체 집기, 엘리베이터 조작, 방역 작업 등 다양한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오가 특히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노인용 지원 로봇으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아이오는 카메라 기반의 시각 인식 기능으로 노인의 자세와 위치를 파악하고 양팔을 이용해 물건을 전달하는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어 시니어 타운이나 병원에서 노인을 돌보는 로봇으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는 일부 시니어 케어 서비스 기업들이 현장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자 업체인 한국의 LG와 삼성이 서비스 로봇 사업을 육성하는 가운데 또 다른 전통 제조 업체가 로봇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일본의 니콘은 글로벌 카메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니콘은 자사의 강점인 카메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봇 비전 기술을 선보였다. 니콘은 레이저와 엑스레이, 광학 측정 기술을 결합한 정밀한 비전 시스템을 선보였다. 니콘의 로봇 비전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된 다관절 로봇들로 하여금 1mm 이하의 초소형 부품을 다루는 작업도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유용하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