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경제성장률 3% 기록…올해 목표치도 5%대 수준

[글로벌 현장]
1월 10일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들이 베이징 기차역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월 10일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들이 베이징 기차역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공식 목표치(5.5%)에 한참 못 미친 3%로 집계됐다. 인구 감소, 부채 누적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2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 늘어난 121조207억 위안(약 2경2198조원)으로 집계됐다고 1월 17일 발표했다. GDP 증가율 3%는 문화 대혁명(1966~1976년) 마지막 해인 1976년(-1.6%) 이후 둘째로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의 2.2%가 문화 대혁명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시한 성장률 목표인 5.5%에 크게 미달한 성적이기도 하다. 중국이 연간 목표치를 제시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실제 성장률이 목표치를 밑돈 것은 아시아 외환 위기 때인 1998년과 중국 부채 리스크가 불거진 2014년에 이어 이번이 셋째다.

방역 통제와 부동산 시장 냉각이 큰 영향

중국은 1998년 성장률 목표 8.0%를 제시하고 7.8%를, 2014년에는 7.5%를 내걸고 7.4%를 기록했다. 당시 목표와 실제 간 차이는 0.1~0.2%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해 목표치와 실제 성장률이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염병 예방과 경제 사회 발전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긍정적 결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중국의 성장률은 2021년 8.4%로 반등했다가 지난해 ‘제로 코로나’ 방역과 부동산 침체, 수출 부진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크게 둔화했다. 중국이 작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효과는 올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선진국 경기 침체와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내수 위축으로 강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중국 경제가 마주친 최대 암초로 꼽힌다.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중국의 2022년 말 인구는 14억1175만 명으로 전년보다 85만 명 줄었다. 중국의 인구가 감소한 것은 ‘대약진 운동’에 따른 대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1961년 이후 61년 만이다.

중국의 2022년 경제성장률 3%는 목표치인 5.5%를 크게 밑도는 성적이다.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강력한 방역과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냉각, 민간 경제 활력 저하, 수출 부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침체와 인구 감소 등의 악재가 여전해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제로 코로나 방역은 지난해 성장률 저하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이후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갑작스러운 통제 완화에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제 활동이 더 위축됐다.

2022년 4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로 조사됐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4.8%에서 2분기 0.4%로 떨어졌다가 3분기에 3.9%로 회복했다. 4분기 경기 둔화 요인인 코로나19 확산은 올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관 산업까지 포함해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은 중국 경기 반등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대출 및 주식 발행 제한을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로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하지만 3년간의 제로 코로나로 꺾인 구매 심리가 살아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민간 경제를 활성화해 경제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앤트그룹 상장, 디디추싱 신규 회원 모집 등을 허가하면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압박을 마무리하겠다는 신호도 줬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핵심 계열사의 지분과 이사 자리를 정부에 헌납하는 등 보이지 않는 통제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부진에 인구도 감소 추세

중국 경제 성장의 20% 정도를 책임지는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의 2022년 12월 수출은 2021년 같은 달보다 9.9% 줄어든 3060억 달러(약 380조원)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1~2월의 마이너스 17.2% 이후 34개월 만의 최저 기록이다. 중국은 춘제(설) 연휴가 있는 1~2월의 주요 지표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묶어서 내놓는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마이너스 0.3%로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11월 마이너스 8.7%로 감소 폭이 커졌고 12월 더 악화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주요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수요가 감소한 여파가 중국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3대 수출국(지역) 가운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7.5% 늘었지만 미국은 19.5%, 유럽연합(EU)은 17.5%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최대 수출국도 미국-EU-아세안에서 아세안-미국-EU로 바뀌었다.

유럽 국가 중에선 독일(-27.9%)과 프랑스(-18.9%)의 감소 폭이 컸다. 중국의 한국 수출은 9.7% 감소한 135억 달러, 일본 수출은 3.3% 감소한 141억 달러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중국의 최대 수출 상품인 PC 등 정보 처리 장치가 35.7% 급감한 175억 달러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집적회로가 16% 줄어든 136억 달러, 휴대전화가 29.2% 감소한 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가전제품(-20.9%), 섬유류(-23%), 철강재(-13.2%), 의류(-10.3%) 등도 감소 폭이 컸다.

여기에 61년 만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중국의 인구는 2022년 말 기준 14억1175만 명으로 2021년 말의 14억1260만 명보다 85만 명 줄었다. 마오쩌둥 전 주석의 ‘대약진 운동’ 결과 대기근이 강타한 1961년 이후 첫째 인구 감소다. 당시엔 1962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저출산·고령화로 비롯된 이번 인구 감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신생아는 956만 명, 인구 1000명당 출생률은 6.77명으로 각각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2019년 10.48명이었던 출생률은 2020년 8.52명, 2021년 7.52명으로 떨어졌다. 2016년 1가구 2자녀, 2021년 3자녀를 허용하고 각종 출산 장려책을 내놓았지만 추세를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16~59세)는 8억7556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은 62%로, 2020년(68.5%) 70% 선이 깨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는 2억978만 명으로 전체의 14.9%를 차지했다. 중국은 2021년 65세 이상 인구 14.2%로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유엔은 인도가 올해 인구 14억2800만 명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인구 대국에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가 중국의 지위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매년 3월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행정부인 국무원 업무 보고를 통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한다. 올해는 5% 또는 그 이상을 내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국무원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5.1%를 제시했다. 작년 전망(5.3%)보다 다소 낮춰 잡았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6.7%를 제시하는 등 중국 금융사들은 6~7%대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금융사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투자은행(IB)은 ‘위드 코로나’만으로도 중국 경제가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5.6%), 모간스탠리(5.4%)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세계은행이 4.3%, 국제통화기금(IMF)은 4.4%를 예상하는 등 국제기구들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4.6%에서 내년 4.1%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IMF도 2024년 4.4%를 예상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내수 시장 수요가 꺾일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