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역 완화 기대감 나왔지만 현지 사정으로 매장 운영 변수 생겨
“중국의 방역 완화로 올해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전환돼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졌는데 상황이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네요. 현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 매장 운영에 애를 태우고 비자 관련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썩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장기전은 아닐 것 같으니 당분간은 지켜봐야죠.”중국 현지 상황에 대한 뷰티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말 중국 방역 완화 당시 소비 심리가 살아나 화장품 매출도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그런데 최근 현지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직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는 고객들의 발길도 끊겼다. 여기에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의무화와 중국의 비자 발급 중단 등이 겹치면서 당장 뷰티업계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일할 사람 없어요” 리오프닝에도 어려움 겪는 뷰티업계최근 중국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 1월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로이터·CNBC 등에 따르면 중국 보건 당국이 방역을 완화한 2022년 12월 8일부터 1월 12일까지 병원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5만9938명이라고 밝혔다.
이전까지 중국은 코로나19 발발 이후부터 최근까지 누적 사망자가 약 5000명대라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 발표한 수치는 이보다 11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수치 공개를 환영한다면서도 더 자세하고 세부적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별도로 확진자 수치는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방역 완화 이후 발생한 확진자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정상화를 기대했던 뷰티업계에는 큰 타격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로 경제 활동이 재개된다면 오프라인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 화장품 매출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지자 증권업계에서도 중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방역 완화와 동시에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했고 현지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매장은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회복하는 단계라 매장 운영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고객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백화점의 유입 인원이 늘지 않고 있다. 당장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한국의 주요 뷰티 기업들은 중국에서 수백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년 중국 매장을 줄이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설화수 176개, 라네즈 341개, 이니스프리 126개 등 여전히 6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된 형태로 2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현지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매장에 들어갈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방역 이슈’…韓 화장품, 또 미운털 박히나이들 업계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해외 사업 매출은 1조519억원으로 전년(1조2767억원) 대비 1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 적자는 96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별도의 해외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전체 뷰티 부문의 매출(2022년 1~3분기)은 2조34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1% 급감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현지 봉쇄로 오프라인 매장 영업 정상화가 지연되고 인플루언서에 대한 정부 제재 강화로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애경산업도 같은 기간 화장품 부문의 매출이 1613억원에서 1547억원으로 줄었다. 중국의 봉쇄 장기화와 소비 침체의 영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방역 완화 발표로 지난해 4분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 등의 해외 사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최근 방역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업황 회복이 불투명해졌다. 한국 정부는 1월 5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단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즉시 공항검사센터에서 유료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있다. 입국 이후에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목적으로 1월 10일 한국 등에 중국행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1월 11일에는 도착 비자(긴급 상황에서 도착 후 비자를 발급받는 형태) 발급까지 중단했다. 또한 중국 공항 경유자에 대한 단기 무비자 체류 프로그램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제품 불매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2016년 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면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 2017년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를 진행하고 자국민의 불매 운동을 부추겼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2017년 1월 “서울 백화점이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지만 이들은 정체성이 있다”며 “중국인들은 한국 화장품 때문에 국익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불매 운동 이후 중국 화장품 소비가 늘면서 바이췌링·자연당·프로야·위노나 등 로컬 브랜드는 성장한 반면 한국 화장품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연간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13.2% 감소한 79억6200만 달러(약 9조8500억원)를 기록했다. 농수산 식품, 화장품, 패션 의류, 생활 유아용품, 의약품 등 5대 유망 소비재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장은 큰 영향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불매가 발생하면 또다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해외 사업이 회복될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아직 큰 영향은 없지만 계속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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