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 시 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 3% 남기고 다 팔아야
'삼성생명법' 또는 '삼성해체법'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년간 국회에 계류돼온 법안이지만 지난해 말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상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는 미지수다. 보험사의 주식 보유액 산정 기준을 놓고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다시 주목받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알려진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법의 최초 발의는 2014년(19대 국회)이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고,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2020년 6월 다시 발의했다. 보험사의 주식 가치 평가 방법을 바꾸자는 게 골자다.보험사의 자산운용 비율을 산정할 때 여러 항목이 기준이 되는데, 이 가운데 '취득원가' 부분을 '시가'로 변경하자는 주장이다.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유가증권의 현재 가치를 자산운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자산운용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에서 관심을 받는 부분은 3%' 책정 기준이다. 현행법에서는 보험사가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그 보유 금액이 총자산 혹은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도를 정해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총자산의 3%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3% 산정의 기준'도 달라진다. 현재는 보험사가 확보한 타 기업 주식이 총자산의 3%가 넘지 않아도 개정안 통과로 현재 시가를 반영한다면 3%를 크게 넘길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 주식이 수십년 전 취득가액 대비 높아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발의 이후 2년 넘게 계류돼왔으나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에 상정되면서 최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정무위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6일에도 제1차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렸지만 삼성생명법은 다른 안건에 밀려 논의되지 못했다.
여기에 여야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박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개미투자자가 거부한다"라며 "주식 카페를 돌면서 법안을 홍보했지만, 오히려 비판받지 않았느냐. 민주당은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입법 폭주를 했다가 국민에게 피해를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용진 의원은 "보험업법의 취지는 자산운용 시 고객 돈의 안전"이라며 "안전을 위협하는 삼성전자의 편법을 바로잡고자 한 것이 삼성생명법이다. 삼성생명법을 향한 왜곡보다는 내용을 잘 아는 만큼 진영논리가 아닌 공정과 상식으로 경제정책에 접근해달라"고 맞받아쳤다. 보험업법 개정하는데 '삼성' 언급되는 이유는이로 인해 관심을 받는 곳이 바로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을 5억815만주(지분율 8.69%) 보유하고 있는데, 1980년 약 1072원의 취득원가로 따지면 5400억원 수준이다.
취득원가로 따질 경우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총자산(약 314조원)의 0.17% 비중이다. 3%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시가를 적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전자 주가는 20일 종가 기준 6만1800원이다. 이렇게 계산하게 된다면 약 31조4000억원의 주식을 가지게 된다.
3% 제한 규제로 보험사는 최대 약 9조원의 주식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31조4000억원 가운데 9조원을 제외한 약 22조원의 지분은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지배구조도 달라진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법 통과에 따른 지배구조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도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주주로 올라서고, 이 경우 총자산 38조8000억원 대비 자회사(1대 주주로 보유 중인 계열사) 가치가 21조4000억원으로 지주비율을 50% 상회하게 된다. 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며, 2년 이내 행위제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최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지주사 전환에 따라 생명, 바이오로직스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등 대응해야 하는데, 주가 충격이 우려되고 삼성그룹 지배력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전자에 대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75%에서 개정안 도입 이후 8.5%로 하락하게 된다. 삼성생명뿐 아니라 삼성화재 역시 삼성전자 지분 1.49% 가운데 2조6000억원 규모의 0.8%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지분의 특수관계인 9%에 대한 지배력 상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시장에 혼란이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20조원 이상의 주식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주가 변동률이 높아져 개인투자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찬성하는 쪽에서는 삼성전자가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 혼란을 없앨 수 있고, 개정안에 포함된 '최장 7년의 유예기간'을 통해 분할 매각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다양한 관점에서 개정안 도입에 대해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개정안은 자산·부채 평가에 대한 회계기준의 시가평가 전환에 따라 보험회사 자산운용한도 규제도 시가평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이해관계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 충분한 국회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따라 변동해 개정안에 따른 단·장기 영향을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다만, 매각 시 주가변동성 발생 및 이에 따른 주식시장과 소액주주 영향은 불가피하므로 국회에서 논의한다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향후 국회 논의 시 금융위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