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전년 대비 껑충 올라 집마다 아우성
“이 금액이 맞나? 고지서 받고 충격” 성토글 잇따라
가스요금 인상 여파 현실화…2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처럼 이번 겨울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역대 최대 금액이 나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각 커뮤니티에는 관리비 내역과 함께 “코로나19로 풀로 재택 근무를 했을 때보다 2배 이상 많이 나왔다”, “이 금액이 맞나 너무 놀라서 관리사무소에 전화까지 해봤다” 등의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인증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도시가스 요금 급등의 여파가 현실화한 것이다. 특히 개별난방보다 가구별 온도 조절이 불가한 중앙난방 방식 아파트의 난방비 인상 폭이 더 컸다.
2022년 12월 관리비 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LNG 가격은 MMBtu(열량 단위) 당 34.24달러로 전년(15.04달러) 대비 128% 올랐다. 국내 LNG 수입 물량은 1년 전보다 1% 올랐지만, 수입액은 31조원에서 61조원으로 단가가 2배나 뛰었다.
LNG 가격이 치솟으면서 1년 새 열 요금(난방·온수)도 3차례에 걸쳐 40%가량 급등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주택용 열 요금은 지난해 3월 말 메가칼로리(Mcal)당 65.23원에서 4월 66.89원,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3차례 오르며 약 38% 인상됐다.
강추위 속 난방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전기장판 등 난방용 전기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12월 전력 수요는 7~8월 평균보다 급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월평균 최대 전력은 8만2176MW(메가와트)로 지난해 7월에 기록한 기존 최고치(8만2007MW)보다 높았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전력 수요는 여름철 피크 시기인 7~8월보다 낮은 경향을 보였지만, 지난해 12월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여름·겨울을 통틀어 최고치를 찍었다. 설 연휴 막바지인 1월 24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난방비 증가로 인한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전기·가스 등 공공 요금은 지난해 4분기에만 23%가량 올랐는데, 올해도 큰 폭의 인상이 예고돼 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1분기 동결한 가스 요금이 2분기에는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동절기 난방비 부담 등을 감안해 1분기 가스 요금을 동결했다”면서도 “2분기 이후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미수금은 2022년 말 8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산업부는 국회에 제출한 한국가스공사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미수금 해소를 위해서는 2023년 도시가스 요금을 MJ(메가줄)당 최고 2.1원씩 4차례, 혹은 2.6원씩 4차례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 요금은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kWh(킬로와트시)당 13.1원(전력량 요금 11.4원+기후환경요금 1.7원) 올랐다. 지난해 전체 인상분인 19.3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이번 전기 요금 인상률은 2022년 4분기 대비로는 9.5%로 1980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월평균 307kWh를 쓰는 4인 가구 기준 월 전기 요금이 4022원(부가세·기금 미포함) 늘어났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에 청구되는 전기 요금은 5만2000원대에서 5만7000원대로 뛰게 됐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연간 적자는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적자를 충분히 해소하기 위해선 올해 전기 요금을 지난해 인상분(19.3원)의 2배가 넘는 kWh당 51.6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앞서 정부가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를 통해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한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올해도 공공 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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