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강 삼일회계법인 ESG 플랫폼 리더
[비즈니스 포커스] ‘EU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
이번 공시 의무는 EU 내 기업뿐만 아니라 비EU 기업에까지 확대 적용된다. 즉 한국 기업들도 EU 국가 내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자회사 또는 지점이 있으면 EU가 정한 공시 기준에 따른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을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삼일회계법인에서 ESG 플랫폼을 이끄는 스티븐 강 리더는 “글로벌 주요 3대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 중 가장 복잡하고 광범위한 CSRD가 공식 발효됐다”며 “EU 소재 종속 기업 또는 지점이 있는 기업들이라면 지금부터 빠르게 준비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기업 내 ESG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사·세무·컨설팅 분야의 전문가들이 글로벌 네트워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함께 ESG 플랫폼을 구축했다. 강 리더는 2021년부터 ESG 플랫폼을 이끌고 있다. -최근 국내외 경제 불황에 ESG가 위축될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에서 더 강력한 지침이 발표됐습니다.“경제가 전체적으로 주춤하니 기업 차원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나 소비자들의 요구하는 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ESG는 경제 동향과 관계없이 시장을 관통하는 철학이 됐기 때문에 사라질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뒤처지기 전에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EU에서도 2022년 11월 28일 EU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 2023년 1월 6일 최종 효력이 발생한 ESG 관련 공식 지침이 발표됐습니다. ‘EU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이하 EU CSRD)’입니다.” -아직까지는 생소합니다.“한국 기업들 중에는 지침을 모르거나 대상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그런데 EU CSRD는 단순한 규정 준수를 넘어 기업의 행동을 바꾸는 아주 강력한 지침으로, 유럽에서는 굉장히 주요한 이슈입니다. 지속 가능성 보고를 재무 보고와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글로벌 3대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은 EU의 CSRD, 국제회계기준(IFRS)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 공시가 꼽힙니다. 이 중 CSRD 지침이 가장 먼저 법적 발효가 이뤄졌습니다. 또, 가장 복잡하고 광범위합니다. CSRD는 기업들에 지속 가능성 정보 공시가 단순히 기업의 자발성에 의한 것이 아닌 의무라는 강제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지침과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유럽 주요국들은 이미 2018년부터 ‘비재무 정보의 공개 지침(NFRD)’을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NFRD에 따라 제공되는 비재무 정보가 비교 가능성·신뢰성·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해관계인들은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그렇게 2021년 4월 NFRD를 보완할 CSRD가 처음 발표됐죠.
가장 큰 차이점은 적용 대상입니다. NFRD는 임직원 수 500명 이상인 상장사, 신용 기관, 보험사, 공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면 CSRD는 250명 이상의 임직원을 보유한 EU 내 기업뿐만 아니라 비유럽연합(non-EU) 기업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죠. NFRD의 포함 기업 수가 1만여 개라면 CSRD는 약 5만 개에 달합니다.
보고 내용 또한 광범위하고 구체적입니다. 기존의 NFRD에서 요구하는 정보에서 추가로 더 많은 정보를 상세하게 보고해야 합니다. NFRD가 환경·사회·부패 방지·인권·다양성에 대한 정보를 명시하는 정도였다면 CSRD는 현재까지 발표된 기준에 따르면 환경·인권·노동 환경·노동 조건·거버넌스와 관련된 내용을 보고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 기업과 기업의 가치 사슬 전반, 즉 납품 협력 업체의 정보까지 모두 포함해 보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NFRD는 제3자 인증이 의무가 없었지만 CSRD는 기업들이 공시한 보고서의 신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제3자 인증을 의무화했습니다. 상당히 강력한 지침이죠.”
기준에 해당된다면 기업의 가치 사슬 전반을 포괄하고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공시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CSRD는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협력사 등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인권, 노동 환경, 인권 문제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들은 자사에서 발생한 지속 가능성 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이슈들로 인해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공급망 관련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아직 공시 기준과 공시 위반 제재 등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수입니다.” -기업 스스로 대비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유럽 내 기업들은 이미 많은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성을 갖춘 기관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삼일회계법인도 한국 고객사들이 CSRD에 직간접적으로 해당되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공시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기업이 연결 기준으로 정보를 신뢰성 있게 집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공시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 관리 체계를 검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죠. 앞으로는 CSRD가 요구하는 공시 항목에 부합하는 공시 지표 정의서의 고도화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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