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싱크탱크-기후변화센터

[ESG 리뷰]
위 왼쪽부터 서희원 기후 변화센터 정책연구팀 연구원, 제시은 개도국협력팀장, 최지원 지식네트워크팀장, 박채순 운영팀장, 안신영 커뮤니케이션팀 연구원, 아래 왼쪽부터 김소희 사무총장, 로즈윈 b 발렌수엘라(Roswin b Valenzuela) 연구원.사진=이승재 기자
위 왼쪽부터 서희원 기후 변화센터 정책연구팀 연구원, 제시은 개도국협력팀장, 최지원 지식네트워크팀장, 박채순 운영팀장, 안신영 커뮤니케이션팀 연구원, 아래 왼쪽부터 김소희 사무총장, 로즈윈 b 발렌수엘라(Roswin b Valenzuela) 연구원.사진=이승재 기자
기후 변화센터는 한국 첫 기후 변화 대응 비정부기구(NGO)다. 2008년 설립된 이후 시작된 ‘기후 변화 최고위 과정’을 통해 한국의 기후 변화 논의를 이끌어 온 대표적 단체이기도 하다. 창립 이후 매년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에 참가하며 글로벌 차원의 탄소 중립 대응 동향을 살피고 한국에 새로운 정책을 제안해 왔다.

기후변화센터가 운영하는 사업은 크게 한국과 해외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그린 리더십 구축과 정책 제안 등을, 해외에서는 개발도상국 저탄소 사회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는 미래 기후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과 2030 청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과정도 마련하고 있다.

그린 리더십의 ‘기후 변화 최고위 과정’은 고건 전 국무총리, 손경식 CJ그룹 회장, 하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등 지속 가능 경영을 이끌어 가는 한국 오피니언 리더들이 거쳐간 교육 과정이다. 매년 1회 진행되는 교육 과정에서는 정책, 시장 및 금융, 에너지, 건물 수송 등 한국의 산업 현황과 기술 점검이 이뤄진다.

청년 기후 활동가 배출

2012년부터는 2030 세대로 교육 대상을 넓혔다. ‘당신이 지구를 구하고, 당신이 우리를 구합니다(You Save the Earth, You Save Us)’라는 슬로건 아래 발족한 대학생 서포터즈 ‘유세이버스’는 자발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나선 대학생 자원봉사단이다. 2022년 15기까지 진행된 유세이버스 활동가는 총 411명이다. 기후 변화를 고민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낀 기후변화센터는 2019년 클리마투스 칼리지를 론칭한다.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인류(Homo Climatus)+대학(College)의 합성어인 클리마투스 칼리지는 다양한 기업 ESG팀 인터뷰, 공모전 참여 등을 통해 청년 기후 활동가를 배출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 매체 임팩트온과 협업해 MZ세대가 직접 그린 워싱 사례를 파악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그린워싱탐사대(청년 기자단)도 운영하고 있다.

더 나은 기후 정책을 위한 정책 제안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센터 정책위원회는 기후·에너지 대응을 위한 전문가 그룹으로 ‘에너지’, ‘배출권거래제’, ‘삼림녹화’, ‘지방자치단체’, ‘순환경제도시’ 등 분과로 구성된다. 올해는 순환 경제, 탄소 배출권 및 냉매와 메탄 시장 대응에 대한 정책 제언을 했다.

기후변화센터는 2020년 쓰레기 위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순환 경제 도시 가상 마을) 구축을 시작으로 폐자원 활용에 대한 정책 제언 및 연구를 진행해 왔다. 소각장을 에너지 회수 시설로 바꿔 에너지 전환과 영세 업체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도모한다는 맥락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환경부 차원에서 한국의 재활용 부문 통계 재정비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출했다.

메탄에 대한 사전 대응도 예고했다. 메탄 감축 선언은 2021년 글래스고 유엔기후 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의 주요 결과 중 하나였다. 한국은 특히 아시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 중 한 곳으로, 메탄세 역시 제2의 탄소 국경세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메탄 배출 현황에서 중요한 점은 파이프라인에서 새는 탈루를 막는 것이다. 정확히 한국의 메탄 배출량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통계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다. 또 기후변화센터는 오일·가스 메탄 파트너십(OGMP)에 한국 기업의 가입을 독려하며 국제적 대응 동향을 따르도록 권고한다.

개도국 참여 도모하는 CDM

해외에서는 실제로 탄소 배출권 사업도 진행했다. 기후변화센터는 2018년부터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청정 개발 체제(CDM) 사업에 진출했다. 고효율 쿡스토브는 나무 땔감·숯 등을 연료로 한 고효율 취사도구다. 주로 나무를 취사용 연료로 사용하는 개도국 국민의 보건 안전과 온실가스 배출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 기후변화센터는 SK 계열사, 발전 기업과 함께 미얀마 현지에 진출해 해당 사업을 매년 진행 중이고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의 CDM 사업으로 인정받았다. 기후변화센터는 주민 소통, 쿡스토브 보급 및 관리, 통계 구축을 함께 지원함으로써 개도국 정부의 역량 강화를 또 다른 목표로 삼았다. 기존의 공적 개발 원조(ODA)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고 개도국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도모한 것이다.

개도국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 사업 제안서 작성에도 참여한다. GCF는 개도국의 이산화탄소 저감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국제 금융 기구로, 녹색 자금 투자와 감사를 맡고 있는 기관이다. 개도국 정부는 기후 변화 적응을 위한 사업 지원금을 받고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 우리의 기술을 소개한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파력 발전 사업을, 필리핀에서는 자연 기반 해법(NBS)과 물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는 2023년 한국 최초의 기후 중립 민간 인증 제도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의 그린 워싱을 막고 소비자가 녹색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 아마존에서는 친환경, 녹색 인증을 받은 제품을 별도로 검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녹색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은 관련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친환경 인증 마크의 한계를 고민하고 글로벌 차원의 자발적 인증 마크를 한국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2022년 진출한 자발적 탄소 시장 플랫폼 ‘아오라’를 통해 기업의 해외 자발적 탄소 감축 활동 크레딧 거래 지원, 검인증 등을 진행하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인터뷰/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기후 문제 정치적 개입 줄여야”
 “기후 변화 리더십 교육 선도…민간 기후 중립 인증제 추진”
-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확산 이후 기업의 기후 대응에도 변화가 생겼나.

“내부적으로 어떠한 전문가 조직을 마련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C 레벨 차원에서 ESG팀에 관여하는 기업과 홍보·커뮤니케이션 부서가 ESG팀으로 바뀐 기업은 분명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또 기후 문제는 더 이상 생태학적·윤리적 관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경제 이슈와 직결된 문제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시장에 기업 접점이 커진다면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정권 변화에 따라 기후·환경 정책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에너지 문제가 그런 양상을 띤다. 재생에너지는 원자력과 대비되는 문제가 아니다. 탄소 배출 저감 문제에서 석탄과 맞서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재생에너지 vs 원자력’이 돼 버린 상황이 안타깝다. 기후 변화 문제는 정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센터는 비정치·비종교 활동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EDF(Environmental Defense Fund)’ 전문가들은 정치적 신념을 과학적 사실과 결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100년 이상 된 기관들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 올해 새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나.

“새 정부 출범 이후 탄소 중립이 많이 다뤄지지 못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출범 등 한국의 탄소 중립을 위한 정책적 기반이 2022년 하반기에 완성됐고 2023년 3월까지는 부문·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반영한 국가 탄소 중립 녹색 성장 기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은 긴 호흡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3월까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탄소 중립은 이제 경제 성장과 함께 가야 할 목표인데 아직까지 환경 규제적 시각에 그치는 점이 아쉽다. 정부 정책과 방향을 맞추기 위해 투자 시기를 기다리는 기업도 많을 것이다. 저탄소 산업이 성장하려면 정부가 지속적으로 이를 위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20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