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그린 워싱 ①

[ESG리뷰]
그린 워싱으로 경쟁사 제소…공정 거래 핵심 요소 된 ESG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소송과 분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거론된 이슈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표시광고법 문제, 금융 상품의 그린·ESG 워싱 그리고 캠페인성 집단 소송 등으로 나뉜다. 이탈리아에서는 경쟁사 간 첫 그린 워싱 관련 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ESG 경영 확산과 함께 ESG는 투자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경쟁력과 가격 요인에도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경쟁 요소가 됐다. 기업은 녹색 분류 체계(택소노미), 공시 원칙 등에 기반해 ESG를 생산 활동과 판매 활동 전반에 반영해 분쟁과 평판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ESG 시대에 기업이 당면한 중요한 과제는 ESG 경영 도입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2023년부터는 녹색 분류 체계 시범 사업과 녹색 및 사회적 채권 가이드라인 활성화 등 기업이 ESG를 관련 기준에 맞춰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의 ESG 이행 수준이 투자자와 소비자의 의사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인과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수록 행색만 갖춘 ESG, 즉 ‘워싱(위장)’으로 인한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이미지 실추에 따른 평판 리스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ESG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자체 관리·감독 없이 ESG 열풍에 편승해 브랜드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정부의 제재와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린 워싱으로 경쟁사 제소…공정 거래 핵심 요소 된 ESG
증가하는 그린 워싱 리스크

ESG 법제화가 강화될수록 그린 워싱으로 인한 법적 분쟁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 사례를 분석해 보면 최근까지 1800여 개의 기후 관련 소송이 제기됐고 그중 4분의 3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ESG 관련 소송에서는 화석 연료 기반의 석유가스·유틸리티·운송 산업이 주요 고발 대상이고 금융·증권 부문의 판례 동향을 보면 기후 변화 촉발에 대한 고의성이나 방지 가능성(intentional or avoidable)에 대해 여러 해석이 제시됐다. 기후 관련 외 사회 부문으로도 소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1년 3월부터 기후 및 ESG 위법 행위를 규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SEC는 웹사이트에 2008년부터 2022년까지 ESG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한 제재 사례 16건을 공개했는데 그중 6건이 2022년 내린 조치다. ESG 태스크포스팀(TFT) 발족 이후 강화된 ESG 워싱 이슈에 대한 SEC의 단속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유럽은 환경 단체와 비정부기구(NGO)를 중심으로 한 국가 상대 소송이 증가하는 한편 2021년 11월 이탈리아에서는 경쟁사의 제소에 따라 기업의 그린 워싱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은 “ESG와 기후 관련 요소들이 제품의 가격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투자자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넘어 공정 거래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린 워싱으로 경쟁사 제소…공정 거래 핵심 요소 된 ESG
한국의 표시광고법상 주요 점검 사항

이탈리아 사례처럼 친환경에 대해 불분명하고 허위이며 증명되지 않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표현을 내세우는 그린 워싱 광고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한국의 법률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이다.

표시광고법 제3조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을 마련해 그린 워싱에 해당할 수 있는 표시·광고 유형이나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표시광고법 제3조를 위반해 그린 워싱을 하는 사업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위반 행위 중지, 법 위반 사실 공표, 정정 광고 등을 명할 수 있다(표시광고법 제7조).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린 워싱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매출액 또는 영업수익의 2% 이내).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 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그린 워싱 표시·광고 행위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같은 형사 처분도 가능하다(표시광고법 제17조 제1호).

한편 표시광고법은 이 같은 행정적 제재나 형사 책임 외에 민사상 손해 배상 책임에 대해서도 정하고 있는데,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그린 워싱 표시·광고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표시광고법 제10조).

ESG 및 그린 워싱 리스크는 국내외 법제화 강화 동향에 맞춰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SG가 이해관계인 중심의 경영을 표방하는 만큼 정부 규제 기관은 물론 소비자·투자자·시민단체·언론·경쟁 기업 등 다양한 주체의 감시와 압박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지침, 유럽과 한국의 녹색 분류 체계, 공시 원칙 등에 기반해 생산·판매 활동 전역을 점검해 ESG 전환 체제에 걸맞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소영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ESG랩 변호사·이연우 전문위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20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