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월평균 9164억씩 고객 자산 순유입, 그중 84.8%가 은행에서 유입
금리 상승기 맞춰 금리형 상품 라인업 확대, 증시 부진 딛고 머니 무브 유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11월 말 기준 은행 정기 예금의 잔액은 959조3000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215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려 28.9%나 급증한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서며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정기 예금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부 대형 증권사는 예외다. 삼성증권에서는 여전히 은행권 자금이 유입되는 ‘머니 무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던 2022년에도 고객 자산이 11조원가량 순유입됐다. 이는 월별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이렇게 유입된 자금의 84.8%는 타 증권사가 아닌 은행에서 입금된 자금이었다.
삼성증권 박권식 상품지원담당은 “역머니 무브라고 부르지만 실제는 공모주 청약에 몰렸던 시중의 유동 자금이 예금으로 회귀한 부분과 은행권 상품 내에서 활발하게 자금 이동이 일어났던 부분이 컸다”며 “보통예금에서 이탈한 자금이 은행의 정기 예금과 함께 채권 등 경쟁력 있는 금리형 상품 라인업을 갖춘 대형 증권사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은행권 고객들을 사로잡은 핵심 상품은 채권이었다. 과거에는 증권사들이 주식형 상품 중심의 상품 라인업을 갖추다 보니 경쟁력 있는 금리 상품이 부족했지만 1000원 단위로 투자가 가능할 만큼 채권 거래가 편리해지고 모바일 매매로 주식처럼 언제 어디서나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고금리·증시 침체기에도 증권사를 통해 손쉽게 금리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국고채·공사채·회사채 등 다양한 발행사와 다양한 만기를 가진 채권을 적시에 공급한 전략이 주효했다. 실제 2021년 삼성증권에서 거래할 수 있었던 장외 채권 종목 수는 546개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965개로, 무려 76.7%나 늘어나며 상품군이 다양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하는 AA 등급 이상 우량 채권의 평균 금리도 2021년 말 2.4% 수준에서 2022년 말 5.2%까지 높아지며 경쟁력을 높였다.
은행권의 예금형 상품을 가입할 때는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 가입 금액 제한이나 자동 이체, 급여 이체, 신용카드 사용, 주택청약 등 다양한 조건 달성을 요구받는 반면 채권은 별다른 조건없이 시장에서 정해진 금리로 투자가 가능하고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 한도 내에서 원하는 만큼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높아진 경쟁력 덕분에 삼성증권에서만 2021년 11조원에 불과했던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지난해 50%나 급증해 1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또 채권은 지점에서 수십억 단위로 거래하는 상품이라는 편견과 달리 지난해 온라인에서만 2조7000억원어치의 채권이 판매됐다. 삼성증권 데이터애널리틱스팀에 따르면 이렇게 높아진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은행에서 삼성증권에 순유입된 자금은 7조8000억원에 달했다. 고객 특성별로 분석해 보면 1억원 이상 자산가 그룹에서 유입된 비율이 32%, 50대 이상의 비율이 58%로 가장 크게 나타나 은퇴 준비 등 안정적인 금리형 투자가 필요한 계층에서 증권사를 통한 투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추세는 올해 더욱 강화될 것을 예상된다. 삼성증권 채널부문장 박경희 부사장은 “최근 단기 금리 하락, 증시 반등 움직임 등에 따라 일선 지점에 장기채와 주식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동시에 크게 늘고 있다”며 “올 상반기가 채권과 주식 모두 저평가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될수록 금리형 상품과 주식 양쪽 모두에서 상품 경쟁력 있는 대형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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