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요 권역별로 경제 블록화와 보호 무역주의 현상 강화로 세계 무역 성장 둔화 예측
무역의존도 높아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한 한국 수출 비상

[경제 돋보기]

한국은 지난해 수출 6839억 달러, 수입 7312억 달러로 472억 달러의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6.1%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 규모가 19%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사상 최악의 무역 실적을 기록한 한 해였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동안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던 대중국 수출이 지난해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과거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거둔 큰 흑자 규모가 다른 지역과의 무역 적자를 상쇄해 전체적으로 연간 수백억 달러의 흑자를 누려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중국과의 무역 수지가 무려 95%나 격감해 겨우 12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무역 수지를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중국과의 무역 수지 흑자 축소가 적자 규모를 확대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중국 수출 전망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한국의 수출 전략을 서둘러 개편하지 않으면 무역 수지 적자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쌍순환’ 전략과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공급망 수직 계열화와 자립형 경제 구조를 추구하면서 산업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2년은 한국의 수출입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시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국화 정책도 크게 작용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과 킹달러 지속 등 세계 경제를 강타할 수 있는 위협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것도 한몫했다.

2023년 세계 경제는 주요 권역별로 경제 블록화와 보호 무역주의 현상이 강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세계 무역 성장이 둔화되거나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이 2.5%로 낮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저탄소·친환경으로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 확보 경쟁이 격화될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 등 지정학적 갈등의 장기화, 긴축 통화 정책 유지,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 악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 신흥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던 세계은행은 올해 초 전망에서 1.7%로 낮췄다. 선진국 성장률은 1%대 초반이 될 것이지만 신흥국 경제가 적어도 3%대로 성장해야만 세계 경제 1.7%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2023년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46.9%로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16.9%)의 2.8배에 달했다. 수출 기업은 올해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칠 최대 대외 위협 원인으로 세계 경제 둔화를 꼽았다. 해외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고 다음으로 공급망 교란, 환율 변동 확대에 따른 우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KOTRA는 올해 한국의 수출이 전년 대비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 동력이 저하되고 디지털 전환의 시장 효과 감소로 주력 품목에 대한 수입 수요 감소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시 복구 수요,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 원자재 가격 안정 기대감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기존 리스크 요인에 올해에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 둔화, 이란 핵협상 중지로 인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 갈등 고조, 보호 무역주의와 긴축 정책 강화 등 수출에 불리한 요인이 많다.

한국은행·무역협회 등 대부분의 연구 기관들도 올해 한국의 수출이 3~5%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내수 진작이 어려운 가운데 수출마저 줄어들게 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 경제의 골이 한층 깊어져 긴급 처방이 시급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빨간불’ 들어온 수출, 긴급 처방 필요하다 [정인교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