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계약금·중도금·잔금 지급 등 단계별로 나눠 해석하니 주의 필요

[법으로 읽는 부동산]
부동산 매매 계약 시 ‘자동 해제’ 문구의 유의점은[이철웅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대부분의 계약이 그렇듯이 부동산 매매 계약도 ‘계약의 해제’에 관한 조항이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채무 불이행 등 특정 사정이 발생했을 때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특약을 넣었다면 표현 그대로 특정 사정의 발생 자체로 자동적으로 해제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해제권자가 일정한 법률 행위를 해야 해제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계약금·중도금·잔금 지급의 각 단계를 나눠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먼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살펴보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는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계약 해제 조항이 포함된 것이 많다.

이는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표현이 없으므로 특정한 경우에 매매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약정이 아니라 중도금 지급 시기 이전에는 양 당사자가 채무 불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최고나 통지를 함으로써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는 갖는다는 약정이다. 따라서 해석에서 특별한 다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와 같은 약정 내용에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매도인이 위약 시에는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이 위약 시에는 지급한 계약금을 매도인이 취득하고 계약은 자동적으로 해제된다거나 하등의 통지 없이 해약하기로 한다고 약정했더라도 본건과 같은 매매 계약은 쌍무 계약임이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또 매매 당사자의 어느 일방이 채무를 선이행해야 할 사정도 엿보이지 않으므로 이 약정은 위약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해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배상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해제권 유보 조항이라고 할 것이고 최고나 통지 없이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일반적인 채무 불이행은 ‘자동적으로’라는 표현을 넣었을지라도 해제권자가 최고나 통지라는 법률 행위를 해야 해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매매 계약에서 매수인이 중도금을 약정한 일자에 지급하지 않으면 그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 매수인이 약정한 대로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해제의 의사 표시를 요하지 않고) 불이행 자체로 계약은 그 일자에 자동적으로 해제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 의무가 선이행 의무이므로 중도금 미지급 사실만 있으면 최고나 통지라는 법률 행위가 없더라도 자동적으로 해제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잔금 미지급도 중도금 미지급과 같을까.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매수인이 잔대금 지급 기일까지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취지의 약정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이행의 제공을 하여 매수인을 이행 지체에 빠뜨리지 않는 한 지급 기일의 도과 사실만으로는 매매 계약이 자동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갖췄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매수인의 지급 기일 도과 사실 자체만으로 계약을 실효시키기로 특약을 했다거나 매수인이 수회에 걸친 채무 불이행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잔금 지급 기일의 연기를 요청하면서 새로운 약정 기일까지는 반드시 계약을 이행할 것을 확약하고 불이행 시에는 매매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매수인이 잔금 지급 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그 매매 계약은 자동적으로 실효된다”고 했다.

매수인의 잔금 지급의무는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 등기 필요서류 제공 의무와 동시 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 의무를 불이행하더라도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 필요 서류를 제공해야만 비로소 자동적으로 매매 계약이 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묻지 않는다”거나 수회의 채무 불이행이 있은 후 잔금 지급 기일을 연기하면서 “잔금 미지급 시 자동적으로 해제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약정을 명확하게 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 필요 서류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매수인이 잔금 지급 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매매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고 봤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