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미지는 경영 전략·방향 알리는 ‘섬네일’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등 CEO PI 분석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는 기업 정책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함축적 경영 메시지”라며 “CEO들의 이미지 변화는 기업의 전략적인 방향 전환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측면에서 작은 크기의 견본 이미지를 뜻하는 ‘섬네일’과 같다”고 말했다.
신년회, 현장 경영 등 언론에 공개된 최근 사진을 통해 ‘이미지 분석’, ‘이미지 포지셔닝’을 중심으로 봤을 때 이미지 전략이 돋보이는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 등 5인이었다.
CEO들의 프로필 사진도 신사업 추진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대 등 새로운 경영 전략과 조직 문화 변화에 발맞춰 바뀌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오랫동안 대표 이미지로 사용해온 공식 프로필 사진을 최근 교체하면서 기업의 전략적인 방향 전환을 알리는 이미지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미지 분석] 단정하고 세련된 기존 이미지를 바탕으로 시간·장소·상황(TPO)을 고려한 슈트와 셔츠 넥타이의 색상 조합이 대체적으로 무난하고 슈트 핏도 안정감이 있다. 남청색 슈트나 스카이블루 셔츠, 그레이 슬랙스 등이 어울리는 쿨톤 퍼스널 컬러로 진단되고 이미 자신의 체형과 피부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균형감 있게 연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착용한 스타일 아이템마다 ‘이재용 패딩’, ‘이재용 립밤’ 등으로 이슈 몰이를 하며 자연스러운 고급스러움 즉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패션’을 주도했다. 최근 베트남 출장길에서 노타이로 남청색 블레이저에 그레이 컬러 슬랙스를 코디한 비즈니스 캐주얼에 코듀로이 다운 베스트를 믹스매치한 드레스 이지(dress easy) 공항 패션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국내외 사업장 방문 시에는 직원들과 같은 노란색 단체복을 착용하면서 대중 친화적이면서도 소탈한 이미지로의 변화가 자연스럽다.
[이미지 포지셔닝] TPO에 어울리는 슈트와 넥타이를 통해 추진력 있어 보이면서도 글로벌하고 클래식한 리더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최태원 SK 회장
[이미지 분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고 있어 TPO에 따라 슈트 차림과 비즈니스 캐주얼을 적절히 활용하되 넥타이를 맬 때는 SK그룹의 상징색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염두에 둔 색상을 주로 선택하고 슈트는 감청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3’에서는 남청색 재킷과 네이비 셔츠를 매치하고 브라운 슬랙스와 브라운 슈즈를 코디해 톤온톤 스타일링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2022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면담 시에는 셔츠 칼라 사이가 다소 넓은 하프 와이드스프레드 셔츠에 어울리는 하프 윈저 노트 넥타이 매듭으로 균형감을 살렸다.
[이미지 포지셔닝] 기후 변화를 포함한 ESG를 실천하는 리더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미지 분석] 캐주얼 도입 등 능동적인 기업 문화 조성에 솔선수범하고 2023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도 캐주얼 차림으로 새해 경영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 연출을 하고 있다.
웜톤 피부톤으로 진단되는 정의선 회장에게 라이트블루 컬러의 니트는 베스트 컬러는 아니지만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비전을 표현하는 색상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보여주는 태도를 통해 도전과 변화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미지 포지셔닝] 도전을 통한 신뢰 구축과 변화를 통한 도약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도전과 변화, 미래 도약의 이미지도 함께 표현하는 이미지 포지셔닝을 했다. 구광모 LG 회장
[이미지 분석] 2023년 신년사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차별화된 고객 가치 제공을 모토로 하는 구광모 회장은 2022년 9월 LG 사장단 워크숍에서 아웃포켓 디자인인 네이비 컬러의 박시한 캐주얼 재킷을 라이트 스카이블루 드레스 셔츠와 라이트그레이 슬랙스로 매치하면서 쿨톤 피부톤에 어울리는 단정한 드레스 룩을 선보였다.
벨트가 필요 없는 노벨트 바지와 타이를 매지 않은 노타이 룩으로 심플함과 편안함을 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미지 포지셔닝] 그동안 “디자인은 고객 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이라면서 편리함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만큼 이미지 연출에서도 본질에 충실하되 군더더기를 최소화하는 디자인 철학이 함께 표현되도록 하는 이미지 포지셔닝을 했다.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
[이미지 분석] 현대중공업그룹에서 HD현대로 사명을 변경하고 ‘CES 2023’에서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니트를 착용했다. 무대에 서 있는 다리 간격을 조금 더 넓힌다면 안정감과 균형감이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지 포지셔닝]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직접 프레젠테이션하는 모습에서 드레스코드와 비전을 일치시켜 메시지 전달을 강화하고자 하는 이미지 포지셔닝의 의지가 엿보인다.
▶프로필 사진 교체로 CEO 브랜드 강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미지 포지셔닝] 최근 ‘상시적 위기’를 강조하며 위기 속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만큼 활동성을 높이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노타이 차림으로 공식 프로필 사진을 변경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타이와 예전보다 짧고 정돈된 헤어스타일, 입가 양 끝을 살짝 올린 미소는 상시적 위기 속에서도 계속 도전하는 새로운 롯데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미지 포지셔닝] ‘위기 대응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며 위기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정용진 부회장의 슈트 착용 이미지는 기본에 충실한 클래식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분석된다.
체형에 잘 어울리는 네이비 차콜그레이 짙은 색의 슈트에 동일계열의 청색 넥타이를 매치해 품격을 극대화했다. 목에 잘 맞는 하프 와이드스프레드 셔츠에 하프 윈저 노트를 함으로써 정갈함과 무게감을 연출했다.
기본의 핵심으로 고객에 대한 집중을 꼽은 만큼 과하지 않은 화이트 포켓 치프를 스퀘어 스타일로 코디하고 가지런한 치아가 보이는 미소로 고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미지 포지셔닝]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이부진 사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블랙 앤드 화이트 정장에 자연스러운 포즈에 겸손해 보이는 표정이 품격을 배가시켜주는 사진이라고 분석된다.
예전보다 길어진 롱 웨이브 헤어스타일과 포인트가 없는 내츄럴 메이크업, 깊은 눈빛을 통해 사진의 전반적인 느낌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호텔신라의 흑자 전환을 이끌고 디지털 전환에도 앞장서는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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