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일해온 구찌 떠난 알레산드로 미켈레
구찌, 새로운 디자이너로 사바토 드 사르노 영입
기존 CD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떠난 자리에 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새로운 구찌보다 미켈레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할까요. 대중들에게 지금의 구찌를 각인시킨 인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미켈레는 처음부터 유명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2002년 가죽 담당자로 입사하며 구찌와 연을 맺은 미켈레는 그로부터 13년 뒤인 2015년에 CD로 발탁됐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구찌의 모기업인 케어링그룹의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켈레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이유에서죠.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뭘 믿고 무명 디자이너에 구찌를 맡기냐는 겁니다. 실제로 당시 미켈레는 전임 CD인 프리다 지아니니가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예정보다 두 달 일찍 방출되면서 급하게 발탁한 인물이었습니다.
1월에 선임되고, 당장 한 달 만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남성복 컬렉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명 디자이너들은 구찌에 오길 꺼렸다는 속사정도 한몫했을 겁니다.
실제로 구찌는 이번에 선임된 사바토 드 사르노에 8개월을 줬습니다. 오는 9월 열리는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데뷔한다고 합니다. 반면, 2015년 1월 미켈레 선임 당시 구찌는 "미켈레가 2월 2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이게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큰 기대 없던 첫 컬렉션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완벽하게 새로운 구찌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왔고, 구찌의 부흥을 주도했습니다. 실제 구찌는 2014년까지 실적 정체가 지속됐지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크게 성장했습니다. 36억유로 수준의 매출은 2019년 96억유로까지 뜁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시장이 구찌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매출에서 증명됩니다.
미켈레의 '과도한 로고플레이' 전략은 젊은층을 사로잡았습니다. 옷이나 가방, 모자 등을 만들 때 절반 이상을 구찌의 로고로 덮고, 여기에 호랑이, 뱀, 벌 등 다양한 동물들까지 추가해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이게 통했습니다. 여기에 '레트로 디자인'도 선도했습니다. 과거 구찌를 재해석한 2016년 컬렉션에서는 1970년대 유행하던 패턴이나 꽃무늬, 프릴 디자인을 적용하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구찌의 맥시멀리즘, 레트로, 젠더리스 등의 디자인이 그의 대표적인 혁신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런 미켈레가 7년 만에 구찌와 헤어지게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내놓을 컬렉션에 대해 회사와 디자이너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켈레 역시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에 남긴 "각자의 관점이 달라서 갈라설 때가 됐다"라고 적었죠. 그로부터 두 달 만에 구찌는 새로운 CD를 구했고요.
미켈레가 맡을 새로운 브랜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구찌의 전성기를 이끈 미켈레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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