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는 성과급 8000만원 받는데” 박탈감 호소
네이버·LG생건, 내부 반발 진화에 진땀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로비로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로비로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과급 지급 규모를 둘러싸고 직장인들이 술렁이고 있다. 같은 기업 내에서도 사업부문별 실적에 따라 성과급 산정 기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직원들 사이에선 성과급 격차로 인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에선 성과급이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CJ올리브영은 파격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직무에 따라 차등 지급한 결과 본사 소속 상품기획(MD) 직군은 연봉의 최대 16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D 직군을 제외한 다른 사업부의 성과급 지급 규모는 연봉의 20~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동기가 1월에 성과급으로 8000만원 받았다’는 글이 돌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부서와 직군에 따라 다른 성과급 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성과급 반납하겠다” 사내 게시판 시끌

LG생활건강과 LG유플러스에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급 규모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월 1일 성과급 설명회를 진행하고 기본급의 100% 지급을 통보했다. 이 회사는 2022년 71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LG생활건강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도 7조1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성과급 규모가 전년(460%)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자 직원들은 반발했다. LG생활건강 회사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노력은 성과급과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영 성과급은 자발적으로 반납할 테니 회사 입금 계좌를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2022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지만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의 250%로 산정해 직원들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실적은 더 냈지만 성과급 규모는 전년(450%)보다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플랫폼 신사업은 가시적 성과가 확인되기까지 3~5년이 걸린다”며 “이 같은 투자를 적극 집행해 탁월한 성과로 이어진다면 다른 회사만큼 큰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직원들을 달랬다.

LG유플러스가 ‘2022년 경영 성과급 결과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성과급 삭감 근거로 최근 불거진 고객 18만 명의 개인 정보 유출 사태를 언급하자 블라인드에서는 ‘올해 발생한 정보 유출을 작년 성과급에서 빼는 게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LG유플러스 직원은 “매년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 최대 영업이익이 나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인재 이탈 막아라’ 실적 꺾여도 돈 풀어

네이버에선 성과급 이슈로 경영진이 고개를 숙였다. 네이버는 2022년 연결 기준 잠정 매출이 8조2201억원, 영업이익은 1조30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 줄며 성장이 둔화됐다. 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CIC)별로 차이는 있지만 성과급을 전년 대비 20% 이상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어든 성과급에 내부 반발이 심해지자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이후 임직원 소통 행사인 ‘컴패니언 데이’를 열고 성과급 축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CFO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생산성 지표를 비교하며 네이버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이 화근이었다.

블라인드에서는 김 CFO의 발언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김 CFO는 성명문을 내고 “의도와 다르게 메시지가 전달됐다. 경영 지표는 네이버 직원 여러분의 잘못이나 책임이 절대 아니고 경영진의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동기 부여를 위해 지급하는 성과급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LX세미콘은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 목표치 미달로 성과급이 기본급의 300%에 그쳐 직원들이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LX세미콘은 2021년에는 기본급의 600%, 2022년엔 9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었다.

신세계도 전 임직원에게 40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는데 내부에선 2022년 올린 성과에 비해 보상이 초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과급 불만이 인재 이탈(이직)로 이어질 수 있어 일부 기업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기 진작과 이탈 방지 차원에서 성과급을 푸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 이익 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2022년 4분기에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낸 SK하이닉스도 모든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820%(연봉의 41% 수준)를 성과급으로 줬다.

삼성 내에서도 ‘전자(삼성전자)’와 ‘후자(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삼성그룹 계열사들)’ 간의 성과급 격차가 존재한다. 삼성전자에서도 반도체와 그 외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에서는 DS사업부의 OPI 지급률이 가장 높고 스마트폰(MX)사업부 37%, 생활가전사업부 7% 등으로 차이가 난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정유업계 ‘횡재세’ 불똥 튈라…표정 관리

고유가 호실적에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여 다른 기업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정유·가스업계는 때아닌 ‘횡재세’ 논란에 휘말렸다.

정유업계는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고유가와 정제 마진 초강세로, 가스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현대오일뱅크는 모든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E1은 기본급의 1500%를 성과급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가 호실적을 거두자 최근 난방비 폭등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취약 계층 난방비 지원 재원 마련을 위해 정유사에서 횡재세를 걷자는 것이다.

횡재세는 정상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얻을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일시적으로 매기는 소득세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영국 정부는 2022년 에너지 업체 특별 이익에 대한 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횡재세를 도입하면서 비율을 25%로 정했다가 2023년부터 35%로 올리기로 했다. 영국계 글로벌 석유 업체인 BP는 최근 2022년 영국 사업 이익에 대해 횡재세 7억 달러를 포함해 세금을 22억 달러 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독일도 횡재세 도입을 논의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석유 기업들을 겨냥해 “엑슨모빌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국내에서 횡재세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은 분위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원유의 생산과 정제를 모두 수행하는 메이저 정유사를 갖고 있는 나라와 정제 마진에 주로 의존해 영업이익을 내는 우리 정유사와는 많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횡재세는 한국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