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낙관론 결합되며 상승 시너지…MS·구글·엔비디아·암바렐라반도체 등 대표 수혜주
[스페셜 리포트 : 챗GPT 쇼크] “한동안 죽었다”던 빅테크, 왕의 귀환 분명 시작은 암울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2023년에도 글로벌 경기는 인플레이션과 긴축 그리고 침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하반기에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저하고’다. 그런데 안갯속 증시에 터널이 보이기 시작했다.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걷힌 때문일까. 미국 중앙은행(Fed)의 답은 “아니다”였다. 제폼 파월 Fed 의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기존과 동일한 어조를 이어 가고 있다. 증시 분위기를 반전시킨 카드는 바로 빅테크, 왕의 귀환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챗GPT’가 있다. 빅테크의 랠리‘깜짝 랠리’일까.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 종가 기준 2218.68(1월 3일)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여 만에 2480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뉴욕 3대 지수도 나란히 상승세다. 나스닥 종합 지수는 1월 3일 1만386.99에서 2월 7일 1만2113.79로, 다우존스지수는 3만3136.37에서 3만4156.69로 뛰었다.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 것은 ‘종목 장세’다. 그중에서도 빅테크와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올해 초 종가(1월 3일) 기준 89.12를 기록했던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의 주가는 2월 7일 현재 107.64에 마감됐다. 이 기간 마이크로소프트(MS)는 239.58달러에서 267.56달러으로, 아마존은 85.82달러에서 102.11달러로 올랐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자금이 몰렸다. ETF ‘KODEX 미국FANG플러스(H)’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지난해 11월 7일부터 2월 7일까지)은 33.08%로 집계됐다. 이 기간 자금 순유입 규모는 1113억원에 이른다.
연초만 해도 ‘빅 테크는 잊으라’던 일부 전문가들의 말이 틀린 것일까. 2020~2021년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을 사랑을 받았던 종목은 빅테크다. 빅테크는 주식 시장에서 평균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기록을 보여줬지만,2022년에는 달랐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빅테크마저 주저앉았다.
2023년 전문가들의 빅테크 전망은 엇갈렸다. 긍정론이 앞섰지만 일각에서는 약세장의 지속을 논하기도 했다. 미국의 자산 운용사인 랜즈버그 베넷의 마이클 랜즈버그 최고투자책임자(CFO)는 “기술주는 한동안 죽었다”고 경고했고 모간스탠리투자운용의 지타니아 칸다리 CFO는 “최근 10년간 미국 기술주들이 주식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이제 신흥 시장이 빛을 발할 때”라며 미국 주식에서 돈을 빼 신흥 시장에 집중 투자할 것을 권했다.
1월 30일 발표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MS의 4분기 실적은 예상대로 부진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로 올해 1분기 실적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빅테크와 주식 시장을 끌어올린 것은 ‘낙관론’에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식 시장의 급등에 대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결합된 영향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낙관론의 주축에는 증시 돌풍의 주인공, ‘챗GPT’가 있다. 챗GPT는 인공지능(AI) 기업인 오픈AI가 2022년 12월 공개한 대화형 AI다. 딥 러닝 방식으로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할 수 있는 생성형 AI로,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답변하고 글을 창작할 수도 있다. 이 돌풍의 주인공은 불과 5일 만에 100만 이용자를 확보하고 40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유저 100만 명 확보에 페이스북이 10개월, 유튜브가 8개월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속도다.
2016년 ‘알파고’에 이어 챗GPT가 AI의 혁명으로 떠오르면서 빅테크와 AI 관련주가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챗GPT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AI 관련 회사들의 주가도 강세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최근 3개월(지난해 11월 7일부터 2월 7일까지)동안 2만1350원에서 9만2300원으로 332.31% 급등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AI의 원천 기술인 비정형 빅데이터 분석 기술력을 보유했다. 솔트룩스는 6750원에서 2만4450원으로 262.22% 뛰었고 셀바스AI는 5350원에서 1만3470원으로 151.77%, 마인즈랩은 1만1650원에서 2만9150원으로 150.21% 상승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챗GPT가 던진 AI의 영향력은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지속되고 있다”며 “AI의 주식 시장 영향력 확대는 기술주 강세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픈AI의 챗GPT 발표 이후 AI 개발 경쟁이 기존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구글과 MS 등 유수의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AI 기반 솔루션을 공개하거나 개발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수급 공백을 찾는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며 “기관 수급은 후발적으로 유입되면서 소프트웨어 업종 반등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시장은 바로 수혜주 찾기에 나섰다. 우선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상장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는 MS다. MS는 2019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투자, 2021년 추가 투자에 이어 현재는 100억 달러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오픈AI에 투자한 MS는 향후 자사 검색 엔진 ‘빙(Bing)’과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 등에 챗GPT를 접목해 AI 챗봇을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2월 7일 MS의 주가는 267.56달러로 오픈AI 투자를 발표한 1월 23일(241.55 달러)보다 26달러 정도 올랐다. MS로서는 클라우드에 이은 둘째 올인이다. 김중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MS와 오픈AI는 꽤나 오래된 ‘깐부’ 관계”라며 말그대로 윈-윈 관계라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다만 “생성형 AI 시장이 유망하고 MS가 현재 앞선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당장의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기 때문에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의 원조, 알파고의 아버지 구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구글은 2월 6일 챗GPT의 대항마 격인 ‘바드’ 출시를 공식화했다. 발표 다음날 알파벳의 주가는 4.61% 올랐다. 김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은 자타 공인 AI 분야의 선두 주자”라며 AI 알고리즘의 독보적인 역량, 고도화된 인프라, 검색 엔진으로 확보한 대량의 데이터가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공룡’에게도 약점도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프라이버시 저작권, 독과점 이슈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거대 기업일수록 불리하다. 김 애널리스트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비영리 단체인 오픈AI와 달리 거대 플랫폼 기업인 알파벳은 해당 이슈가 불러올 수 있는 역풍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AI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용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하면 AI를 구현해 주는 기업이다. GPT처럼 고도화된 AI 모델을 형성하려면 더 많은 GPU를 필요로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챗GTP에도 약 1만 개의 엔비디아 서버 GPU가 사용됐다. 엔비디아는 이 시장의 압도적인 1등이다. 전 세계 상위 500개 슈퍼 컴퓨터 중 엔디비아의 가속기 점유율은 무려 92%에 달한다. 주가도 반응했다. 연초 대비 42% 상승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챗GPT발 AI 대중화 관련 기대감이 상반기까지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숨고르기에 진입할 수도 있지만 이때를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챗GPT와 관련해 암바렐라반도체·모빌아이·C3 AI·알테릭스 등이 챗GPT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챗GPT가 연 생성형 AI는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초거대 테마다. 향후 최소 5~10년 이상 수많은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시각보다 중·장기적인 흐름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 회사 이름에 ‘닷컴’만 붙으면 주가가 뛰었던 이른바 ‘닷컴 버블’처럼 사업이나 이름에 AI만 들어가면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거품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김중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생성형 AI 관련주는 말 그대로 혼돈의 도가니”라며 “도박성 베팅이 아니라면 비즈니스 펀더멘털 자체가 튼튼한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받쳐 주는 종목들은 테마 편승에 따른 리레이팅을 기대해 볼 수 있고 단기 거품이 식는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가 추천하는 ‘AI 옥석’은 실질적인 서비스 경쟁력을 기반으로 빠른 유저 확보와 매출 발생이 기대되는 기업, 충분한 자본력과 기존 사업과의 실질적인 시너지가 가능한 기업, 밸류 체인 내에서 대체가 어려운 유니크한 기업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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