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시 주총 열고 안건 다뤘으나 최종 부결
인적분할 의안, 주총 특별결의 정족수 미달해 통과 안 돼
현대그린푸드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가결

현대백화점이 주주 설득에 실패하며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수한다.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주주 설득에 실패하며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수한다.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해 9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그룹의 알짜인 '한무쇼핑'이 지배주주를 위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는데, 현대백화점이 주주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국민연금이 반대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현대그린푸드 임시 주총에서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가결돼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속해 추진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분할을 통해 두개의 지주회사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목표였다.인적분할, 현대백화점은 '부결' 현대그린푸드는 '가결'10일 현대백화점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다뤘으나 최종 부결됐다.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 가운데 1578만7252주가 참석했는데, 이 가운데 524만4266주(35.1%)가 반대했다.

1024만2986주(64.9%)는 찬성했지만, 안건이 통과되기 위한 기준(참석자 3분의 2 찬성)에 도달하지 못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현대백화점의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최종 부결됐다"라며 "백화점업 성장성 한계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려고 했다. 이에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 지난달 31일 분할 이후 자사주 소각 및 확대된 배당 정책을 포함한 주주환원정책 추진 계획을 공시하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일부 시장과 주주분들의 비판적 의견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인적분할 의안은 주총 특별결의 정족수에 미달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이번 임시 주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왔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했던 분할 계획과 주주환원정책이 주주분들께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라며 "임시 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부결됨에 따라 그간 추진해왔던 인적분할과 분할을 전제로 시행 예정이었던 계획은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이번 임시 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최종 가결됐다. 이에 현대백화점과는 별개로 현대그린푸드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속해 추진한다. "을 게 없다" 주주 설득 실패로 끝난 인적분할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각각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으로 분할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향후 각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각 주력 사업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하고, 교환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주식을 매수하는 대가로 현금이 아닌 자사 신주를 발행)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형태다. 주력 사업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통해 향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완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인적 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으로 분리하고,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분리하려고 했다.

한무쇼핑은 1988년 한국무역협회가 무역센터에 백화점을 짓기 위해 현대백화점과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로, 2021년 말 기준 현대백화점이 지분 46.34%,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 10.38%를 보유하고 있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의 핵심 점포로 언급되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킨텍스점, 충청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을 가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경영관리계약에 따라 점포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적분할을 하게 될 경우 알짜 회사인 한무쇼핑이 소액주주보다 지배주주를 위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적이다.

인적 분할은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으로, 기존 법인이 신설 법인의 주식을 소유하는 물적 분할과 대비된다. 인적 분할은 각 사업 부문의 가치를 부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지배구조가 지배주주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적분할의 화두는 단연 알짜 회사인 한무쇼핑"이라며 "한무쇼핑 분리는 아쉬운 대목이다. 한무쇼핑의 사업회사 분리는 백화점 사업부에 대한 분할로 이어져 현대백화점 기업 가치에 있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설립 명분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나오지 않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에는 유리할 게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그룹 측에서 주주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면서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계획은 최종 무산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임시 주총 이후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앞으로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하겠다"라며 "적극적인 자세로 주주와 시장의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이며 긴밀한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