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낸 가처분 신청 결과도 주목해야
SM임직원 설문에서 85%가 "카카오 지지"
하이브 CEO, 직원 대상 설명회서 'SM 독립성 보장' 언급
"이수만 경영권·프로듀싱·로열티 없다"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본사./한국경제신문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본사./한국경제신문
카카오에 이어 하이브까지 뛰어든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이 가열되고 있다. SM 주가는 14일 11만 9100원까지 치솟아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에 접근했다. 새해 첫 거래일 7만5200원이었던 주가가 50% 넘게 뛴 것이다.

하이브는 앞서 오는 3월 1일까지 7100억원을 들여 주당 12만원에 SM 주식 25%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된다면 하이브는 40%에 이르는 SM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에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잔여 지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최대주주(지분율 최대 43.5%)에 오를 수 있다.

카카오는 2대주주로 올라서려던 당초 계획이 틀어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지난 2년여간 이 전 총괄프로듀서 측 지분을 포함한 SM 경영권 인수에 크게 공을 들여온 만큼 이번 분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 행동주의 펀드가 촉발한 SM 인수전SM 인수전 시작에는 지분 1.1%를 가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있었다. 지난해 SM 주주총회에서 얼라인을 주축으로 소액주주가 모여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이 전 총괄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는 지난 3일 이 전 총괄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공표했다.

이후 카카오와 손을 잡고 신주 발행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반발한 이 전 총괄이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 14.8%를 넘기면서 본격적인 인수전은 시작됐다. 하이브는 최대 지분 40%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 전 총괄은 하이브에 지분을 넘기면서 카카오로의 SM 지분매각이 위법하다며 지난 10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카카오-SM 이사회-얼라인’ 연합에 맞섰다.

상법상 주식회사가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필요한 한도에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즉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배정하면 안되는 것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신주 발행이 취소되고, 카카오의 지분 확보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이수만 SM 전 총괄프로듀서./연합뉴스
이수만 SM 전 총괄프로듀서./연합뉴스
SM임직원은 하이브보다 카카오 선호인수합병 과정에서 SM 임직원들의 불안도 존재한다. 경쟁자이자 거대 양사의 결합이 시장의 긍정적 경쟁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직원들이 투표를 진행한 결과 85%가 카카오 연합을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3일 직장인 커뮤니티 플랫폼 블라인드 내의 SM 라운지에서는 하이브의 SM 인수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을 묻는 투표가 올라왔다. 'SM 현 경영진(이성수·탁영준)과 카카오' VS '하이브와 이수만'을 선택하는 질문이었다. 해당 투표에는 222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카카오'는 190표를 받아 85%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반면 '하이브와 이수만'은 33표로 15%가량을을 차지했다.

SM 임직원들이 K팝 1세대부터 시장을 주도하며 쌓아온 SM만의 정체성이 사라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경쟁자였던 하이브와의 관계에서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 내 다른 게시글에서는 SM 직원은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하고 SM 아티스트들을 1등으로 만들어도 그저 실적 좋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될 뿐"이라며 "모든 전통과 역사를 부정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 게시글의 댓글에서도 "SM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라며 공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이브는 SM 임직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지난 13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열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해 SM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설명회는 가요계 최고의 ‘빅딜’ 성사와 맞물려 그간 뉴스 기사로만 소식을 접한 직원들에게 인수합병(M&A) 경과를 설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박 CEO는 “SM의 레거시(유산)를 존경한다”며 “SM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 하이브는 이미 멀티 레이블 체제를 증명해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M은 SM만의 가치가 있다”며 “그 색깔을 계속 지켜가고 하이브는 이들이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CEO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거취에 대해선 “이수만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나 프로듀싱하지는 않는다. 로열티도 더는 가져가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만 전 총괄과 의견을 같이하는 조병규 SM 사내변호사도 임직원들에게 전체메일을 보내며 SM 현 경영진의 행동을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이 메일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쪽은 하이브가 아닌 카카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며, 대주주(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이라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약 1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한 데 대해 “현 대표이사와 이사회 멤버의 지분은 0.3%라고 한다. 그리고 얼라인의 지분은 1% 남짓이다. 그러면 1월 20일자로 합의를 했던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지분은 다 모아 봐야 2% 안팎일 것”이라며 “현 경영진은 자신들을 지지해 줄 큰 지분을 가진 주주가 필요했을 거다. 이것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가 하이브와 카카오에 각각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문제 삼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카카오가 주당 9만원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받는 것을 찬성했었다. 조 변호사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던 얼라인이 하이브의 12만원 공개매수가 저가라서 반대하는 것이라면, 주당 9만원인 카카오의 인수에 대해서는 더 반대해야 옳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음 달 정기주총에서 이수만-하이브, SM이사회-카카오-얼라인 연합이 정면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가장 큰 쟁점은 경영진 교체다. 다만 SM 주주 명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폐쇄됐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하이브와 카카오가 이번 주총에서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주주인 이 전 총괄이 하이브 측에 주총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SM이사회-카카오’ 연합은 소액주주를 설득하거나 신주 의결권을 인정받기 위해 명의개서 작업을 다시 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