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빌려주고 컨설팅 수수료로 매출 올리는 방식
주요 특급 호텔들, 국내외에서 사업 확대 박차

[비즈니스 포커스]
롯데 호텔은 해외에서 총 4개의 호텔을 위탁경영 중이다. 롯데호텔이 미국에서 위탁 경영 중인 롯데호텔 시애틀점.
롯데 호텔은 해외에서 총 4개의 호텔을 위탁경영 중이다. 롯데호텔이 미국에서 위탁 경영 중인 롯데호텔 시애틀점.
신세계그룹의 조선호텔앤리조트(이하 조선호텔)는 한국 서핑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강원도 양양 인구해변에 2월 1일 ‘코랄로 바이 조선’을 오픈했다. 그런데 이 호텔의 소유주는 조선호텔이 아니다.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는 (주)지붕이라는 기업이 호텔 건물의 주인이고 객장에서 서비스하는 직원들도 조선호텔이 아닌 이 회사 소속이다. 조선호텔은 자사의 이름을 빌려주고 호텔 운영을 도와주는 컨설팅을 맡았다. 그 대가로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는 미국에서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 인근 도시인 샌호세에 개장을 앞두고 있다. 현재 호텔 착공에 들어갔고 2024년 완공이 목표다. 이 호텔도 코랄로 바이 조선과 마찬가지로 주인은 미국 현지의 건설사다. 이 회사가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호텔신라 역시 호텔 경영을 위한 컨설팅과 이름을 빌려주고 매출의 일정 부분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한국 호텔들이 자사의 경영 노하우와 이름을 빌려주는 대신 수수료를 지급받는 ‘위탁 경영’ 사업을 국내외에서 확대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호텔 브랜드를 찾는 시장 니즈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한국 호텔들의 위상이 국내외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호텔을 운영하는 방식은 직접 경영과 위탁 경영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 경영은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호텔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오너사와 운영사가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충동 신라호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등이다. 두 호텔 모두 건물 소유부터 운영까지 각 기업이 도맡고 있다.

잘만 운영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건물을 직접 매입하거나 통째로 빌려 인테리어까지 해야 하다 보니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또 이런 이유 때문에 빠르게 호텔 사업을 확장하기도 어렵다.
조선호텔도 한국에서 위탁 경영 박차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위탁 경영이다. 직접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주나 호텔 경영을 원하는 사업주에게 브랜드 사용 및 호텔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그 대가로 매출의 일정 부분을 지급받는다.

직접 경영과 비교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작지만 큰돈을 들이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위탁 경영은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메리어트·힐튼·하얏트·아코르와 같은 글로벌 호텔 공룡들이 이를 통해 한국 사업을 확장해 왔다. 고급스러운 데다 많은 충성 고객까지 확보한 자사의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거나 매출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호텔 체인들은 한국에서 직접 건물을 매입해 운영하는 사례는 없다”며 “기업이나 건물주에게 의뢰 받아 호텔 문을 여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이 대표적인 예다. 이 호텔의 건물과 직원들은 모두 조선호텔 소유 및 소속인데 글로벌 호텔 기업 메리어트그룹의 브랜드인 ‘웨스틴’의 상호만을 빌렸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웨스틴’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전체 매출의 일정 부분을 메리어트그룹과 나누고 경영 컨설팅도 받는다.

이에 따라 조선호텔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호텔 이미지 제고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유치다. 해외 관광객들에게 익숙하고 충성 고객이 많은 웨스틴이라는 브랜드를 앞에 붙임으로써 이들이 한국을 찾을 때 다른 호텔 대신 웨스틴 조선을 찾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글로벌 호텔들이 직접 모든 운영을 하는 위탁 경영 방식도 있다. 힐튼그룹이 서울 여의도에서 IFC몰에서 운영 중인 콘래드 호텔이 이런 경우다.

IFC몰의 실소유주인 브룩필드자산운용과 계약하고 직접 자사의 직원들을 내려 보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도 호텔 인테리어에 드는 비용 등은 건물 오너사가 지불하고 글로벌 호텔 체인은 단순히 경영만 맡기 때문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호텔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위탁 경영은 글로벌 호텔 체인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서히 이런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국의 호텔 체인들도 위탁 경영을 앞세워 한국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 주는 기업은 호텔신라다. ‘신라스테이’ 브랜드를 앞세워 매년 위탁 경영 호텔 수를 늘려 나가고 있다.

현재 호텔신라는 서울·제주·부산 등 전국에서 14개의 신라스테이를 위탁 경영으로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2021년 호텔신라가 올린 매출은 965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신라호텔’이 구축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위탁 경영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브랜드를 꾸준히 유치해 오던 조선호텔도 지난해부터 위탁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우이동에 문을 연 파라스파라서울을 통해 첫발을 내디뎠다. 이 호텔의 소유주와 운영사는 부산 기반 건설사인 삼정기업이다. 직원도 삼정기업 소속이다.
한국 호텔의 높은 서비스 품질, ‘위탁 경영’으로 날개 단다
조선호텔은 운영을 도와주는 컨설팅을 맡고 대가로 매출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는다. 이번에 코랄로 바이 조선까지 오픈하며 위탁 경영 호텔 수를 하나 더 늘리는 데 성공했다.

고무적인 부분은 해외에서도 한국 호텔 브랜드들의 위탁 경영을 통한 영토 확장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한류 콘텐츠와 케이팝 열풍 등 드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등에 업고 매년 그 수를 늘려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롯데호텔이 빠르게 위탁 경영 호텔 수를 늘려 가고 있다. 미국 시애틀을 필두로 러시아 사마라, 미얀마 양곤, 우즈베키스탄 등 4곳에서 자사의 브랜드를 단 호텔을 위탁 경영하고 있다.

호텔신라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위탁 경영을 위해 ‘모노그램’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베트남 다낭과 하노이, 미국 괌, 중국 시안 등으로 위탁 경영 사업을 확장 중이다. 2024년 서부 실리콘밸리에 있는 샌호세점까지 문을 열게 되면 그 수는 다섯 개로 늘어난다.

한국 호텔들의 실력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체인의 전유물이었던 위탁 경영을 한국 호텔들이 해외에서도 맡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서비스나 명성이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며 “좁은 내수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한국 호텔 기업들이 위탁 경영을 앞세워 특히 해외 영토 확장해 주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