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의사 시험 통과한 챗GPT 창작물은 글쎄.
지식재산권‧개인 정보 보호 이슈 논의 시작 필요.
유튜브 가짜 정보 해결 전엔 챗GPT 신뢰성도 떨어져

[경제 돋보기]

챗GPT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CEO가 2015년 설립한 비영리 법인 오픈AI가 작년 12월 1일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AI) 챗봇이다. 사용자가 대화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다. 챗GPT는 공개된 지 며칠 만에 100만 명의 이용자를 그러모았다. 기존 AI가 존재하는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분류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기능에 머물렀던 반면 챗GPT는 새로운 글은 물론 이미지·오디오·동영상 등을 생성해 낸다.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진화된 창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검색의 시대에서 대화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AI 뉴 패러다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투자은행 UBS는 2023년 2월 1일 보고서를 통해 챗GPT가 2023년 1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MAU는 월 단위로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 수로,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단 2개월 만에 나온 기록이다. MAU 1억 명 돌파까지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2년 반 정도 걸린 데 비해 엄청난 속도인 셈이다.

광풍에 가까운 챗GPT 영향으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투자 열풍도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9년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난 1월 다시 1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구글과 아마존 등도 유사 서비스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한국의 네이버·카카오와 통신사들도 한국판 챗GPT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챗GPT 서비스의 핵심은 어떻게 방대한 데이터를 더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AI 서비스에 특화된 반도체 개발로 연결된다. 스마트폰과 PC용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관심을 덜 받았던 고대역 메모리(HBM) D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BM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고난도 기술이 필요해 단가가 높아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한꺼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특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각광받게 됨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풍에 휩쓸려 본질적인 부분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챗GPT가 만능인 것처럼 과장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미국에서 변호사·의사 시험을 통과했다고 하지만 창작물 영역에선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의 결과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용량의 데이터는 결국 다른 사람들의 작품과 정보를 의미하는데 이 자료들을 요약·표절·인용·응용 등의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키고 기계적인 아이디어를 약간 첨부한다고 해도 이것을 순수 창작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지식재산권과 개인 정보 보호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아직 유튜브의 가짜 정보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챗GPT 결과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차별적·혐오적 내용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수천억 개의 복잡하고 민감한 단어를 걸러내는 모니터링 작업은 기계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가 하고 있다. 방대한 자료가 어떤 경로로 선택되고 첨삭되는지의 과정부터 살펴봐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챗GPT 열풍, ‘그림자도 봐야’[차은영의 경제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