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위의 시장 지위와 안정적 수익 창출 능력이 투자 포인트…시총 2조 도전

서울보증보험 사옥 전경 (사진=서울보증보험 제공}
서울보증보험 사옥 전경 (사진=서울보증보험 제공}
기업 가치가 3조원에 달하는 서울보증보험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2010년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에 나오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상장 과정에서 걸림돌이 많다. 발행사와 주간사 회사 외에 정부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정부가 에너지 공공 기관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이 IPO에 도전했지만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상장이 무산됐다. 서울보증보험은 업계 2위라는 시장 지위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내세워 조 단위 기업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보증 잔액 452조원…주요 수요자는 중소기업과 개인

서울보증보험은 개인과 기업에 신용 공여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 최대 종합 보증 회사다. 1998년 외환 위기 때 파산 위기였던 한국보증보험과 대한보증보험이 합병해 출범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지분율 93.85%)로, 총 10조2500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보험업법상 손해보험사지만 일반 손해보험사와 차이가 있다. 보증보험 시장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무역보험공사·보증기금·공제조합·은행 등이 진입해 있고 기관의 특성에 따라 특정 영역의 상품에 집중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이행 보증, 신원 보증 등 보증 보험의 전 분야를 다루는 게 특징이다.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고 최근 중금리 대출 등 공적 보증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증 잔액은 452조원으로, 69개의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보증 시장 내 시장점유율은 2021년 기준 약 26%로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이어 2위다.

보증 보험의 수요자는 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개인들이다. 경제 주체별 보증 잔액 비율은 개인(59%)이 가장 높고 중소기업(34%), 대기업(7%) 순이다. 이렇다 보니 손해율이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경기가 악화하면 지급 보험금이 증가하고 구상률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보증 잔액을 산업별로 보면 금융보험업(28.4%), 제조업체(16.0%), 건설업(7.6%), 부동산 및 임대업(7.6%) 순으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보험영업부문은 2013년 용산 개발 사업, 2015년 경남기업 워크아웃 등 고액 보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율이 컸다. 지난해 3분기 손해율은 48.74%로 경과 보험료 대비 발생 손해액이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 2.56%포인트 하락했다.

보증 잔액의 95%는 사고율과 보험금 지급률이 낮은 비금융성 보험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상품별 보증 잔액은 보증 보험과 신용 보험이 각각 60%, 40% 정도다. 보증 보험 중에서는 이행 보증과 신원 보증 등의 비금융성 보증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용 보험은 개인 금융 보증 잔액이 2021년까지 5년간 연평균 약 37% 증가했다. 165조원의 신용 보험 보증 잔액 중 4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전세금 보장 상품 보증 잔액은 2018년까지 연평균 약 30%씩 증가했다. 2019년부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신용 보험 보증 잔액 중 4%를 차지하고 있다.

영업 방식은 대리점과 직접 판매 채널로 나뉜다. 원수 보험료의 약 35%가 임직원의 직접 판매로 발생한다. 100여 개 점포와 약 1000개의 대리점을 구축했고 다양한 상품과 포트폴리오를 통해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손보사 대비 수익성·건전성 뛰어나

서울보증보험의 수익성은 일반 손해보험사보다 우수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5.83%,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80%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ROA는 0.08%포인트 하락, ROE는 0.03%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투자 부문의 운용 자산 이익률은 일반 손보사 대비 낮다. 안전 자산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이다.

자산 건전성도 건전한 편이다. 2022년 3월 말 기준 운용 자산 중 현금·예치금·국공채·특수채 등의 안전 자산 비율이 42.9%에 달한다. 나머지는 회사채 및 금융채(28.4%), 수익 증권(14.3%), 기타 주식, 부동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손해보험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수익 증권(대체 투자), 외화 유가 증권 등 고수익성 자산 비율을 확대하는 것과 달리 안전 자산 비율이 업계 평균 대비 높은 편이다. 보험영업부문에서 흑자를 내는만큼 위험 자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유인이 적어서다.

위험 기준 지급 여력 비율은 2020년 말 413.87%, 2021년 말 420.24%, 2022년 3분기 392.24%로, 300% 이상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증 보험사는 일반 손해보험사와 달리 부리 개념이 없어 금리 위험액이 없다. 잔존 만기 3개월 이내 순유동성 자산으로 3개월분 평균 지급 보험금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유동성 비율은 2022년 3월 말 약 962%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외환 위기 때 보증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고 후순위 차입금 조달과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했다. CP 차입금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582억원이 남아 있다. 차입금 상환은 매년 19억원씩 상환하는 구조로 상환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대어필패’ 고리 끊을 수 있을까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 서울보증보험은 성공할까 [전예진의 마켓인사이트]
서울보증보험은 3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공모 절차를 시작한다. 최근 3년간 실적이 급증한 덕분에 기업 가치가 조 단위를 넘어섰다. 2021년 영업익 6000억원, 당기순익 4000억원을 돌파했고 자기 자본도 5조원대로 불어났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5395억원, 당기순익은 4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2022년 3분기 말 자기 자본은 4조7898억원으로, 기타 포괄 손익 누계액 감소 등에 따라 전 분기 대비 1203억원 줄었다.

정부는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후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해 공적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투입된 10조2500억원 중 상환 우선주와 배당 등으로 4조3483억원을 회수했고 5조9017억원이 남아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보유 지분의 10%를 매각하고 경영권을 제외한 나머지 34%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를 통해 매각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시 시가 총액을 2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 0.5배를 적용하면 2조4000억원대다. 일각에서는 예금보험공사의 구주 매출이 필수적인 만큼 공모가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이 2조원 중반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구주 매출 규모는 2000억원대로 예상된다.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하다는 것도 흥행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신선식품 배송 업체 오아시스가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IPO 시장에 대어들이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서울보증보험이 공기업 중 IPO 성공 사례로 남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 투자 운용사 관계자는 “공적 자금 회수라는 대의적 명분을 챙기면서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공모가를 제시하는 것이 IPO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