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부작용 없이 치료 가능해 각광…한국도 불면증 치료 앱 ‘솜즈’ 승인
[지식재산권 산책]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면증 치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솜즈(Somzz)’를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했다. 디지털 치료제의 정식 명칭은 ‘디지털 치료 기기(DTx : Digital Therapeutics)’다.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 기기로 정의된다. ‘소프트웨어 의료 기기(SaMD : Software as a Medical Devices)’는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의료 기기의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가지며 독립적인 형태의 소프트웨어만으로 이뤄진 의료 기기를 말한다.
디지털 치료 기기는 의료기기법에서 정의하는 의료 기기 중 하나로, 인허가 심사·절차·관리 등이 모두 위 법률에 의해 규제된다. 디지털 치료 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C·모바일 제품·HMD(Head Mounted Display) 등의 범용 하드웨어에 설치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서 국제질병분류·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른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돼야 하고 작용 기전의 과학적(임상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 치료 기기의 등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발달, 환자에게 맞춘 개인 의료 서비스의 확대를 배경으로 한다. 솜즈는 불면증 환자가 수면 일기를 작성하고 수면의 질을 평가받도록 하는 등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 기기는 소프트웨어인 만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을 이용해 행동 교정, 만성 질환에 대한 치료적 관리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식약처는 이미 우울 장애 개선, 공황 장애 개선, 니코틴 사용 장애 개선, 알코올 사용 장애 개선, 불면증 개선 등에 관한 디지털 치료 기기 안전성 성능 평가와 임상 시험 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고시하기도 했다.
한국은 디지털 치료 기기를 허가한 열넷째 국가다. 2010년 이미 미국 웰닥(WellDIC)이 ‘블루스타’라는 이름의 디지털 치료 기기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블루스타는 당뇨병 환자의 자기 관리 지원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나 혈압, 약 복용 상황, 식사나 운동 관리를 일괄해 관리하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실시간으로 당뇨병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코칭을 한다고 한다. 이는 의사에 의해 처방되고 환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한다.
2020년 6월에는 미국의 아킬(Akill)이 소아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개선에 대해 세계 최초로 게임 기반의 디지털 치료 기기의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일본에선 2020년 8월 큐어앱(CureApp)이 일본에서 최초로 니코틴 의존증 치료 앱에 대해 승인을 취득했는데 같은 해 11월 보험 적용을 승인 받았다(3개월 치료할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2만8000만 엔 정도의 비용이 든다. 큐어앱은 2022년 9월 고혈압 치료 앱에 대해서는 보험 등재).
일본의 대형 제약사는 물론 많은 벤처 회사가 뛰어들어 개발하고 있어 암을 대상으로 한 출시·개발 품목 수는 2000개, 신경 정신 질환을 대상으로 한 출시·개발 품목 수는 4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만보계나 혈압 측정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치료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약물이 담당하던 부분을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고 개발 비용이 적고 개발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매일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지속적으로 치료해 나갈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다만 디지털 치료 기기는 자발적인 면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치료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고 건강보험 적용이나 보험료 산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개선해 약물 치료에만 의존했던 기존의 의료 생태계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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