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도성장 뒷받침했던 인구 보너스 소멸
한국도 의존도 낮추고 시장 다변화 준비해야

[비즈니스 포커스]
중국 시민들이 상하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시민들이 상하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정점(peak)을 찍었을까.

최근 중국 정부가 봉쇄 정책을 해제하면서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 회복 효과가 세계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부정적 예측이 확산되고 있다.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 인구 감소와 고령화, 부동산 위기, 성장 잠재력 약화로 경제가 구조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피크 차이나론’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국 지위를 꿰찰 것이란 경제학자들의 ‘미국 추월론’에도 회의적 시각이 번지고 있다.

인구 감소·성장률 둔화가 주요 근거

피크 차이나의 주요 근거로 꼽히는 것은 중국의 성장률 둔화, 인구 감소,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등이다. 중국의 2022년 경제성장률은 공식 목표치(5.5%)의 절반 수준인 3%에 그쳤다. 문화 대혁명의 마지막 해인 1976년(-1.6%) 이후 둘째로 낮은 연간 성장률이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도시 봉쇄 등 고강도 방역 정책을 고수하면서 그로 인한 지방 정부의 부채 누적, 실업률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출산율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하며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란 타이틀도 인도에 내줬다. 2022년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1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85만 명 줄었다. 중국의 인구가 감소한 것은 1961년 대기근 이후 처음이다.

유엔 인구 전망에 따르면 인도가 2023년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 큰 문제는 가파른 고령화 속도다. 2022년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억97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9%를 차지하며 2021년보다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2035년 60세 이상 인구가 4억 명(30%)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 선진국이 서서히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과 달리 중국은 경제적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속한 고령화를 맞닥뜨렸다.

30년간 지속해 온 산아 제한 정책과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수십 년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노동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2004년부터 루이스 전환점에 진입하기 시작한 중국은 고도 성장을 뒷받침해 왔던 ‘인구 보너스 효과’가 소멸되고 있다. 루이스 전환점은 개발도상국이 일정 시점에 이르러 저임금 노동자가 고갈되면서 임금이 급등하고 성장 둔화를 맞는 현상을 말한다.

노동 인구 감소에 따른 문제들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 인상으로 생산 비용 상승,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가 대표적이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중국 수출 특수 끝…내수 시장 공략해야

중국이 인구 감소와 미국의 견제에 따른 첨단 기술 산업 성장 정체 등으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경제 분석 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030년 이전에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 경제가 미국을 영영 뛰어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성장 동력이 약해진 중국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 수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 비율은 2000년대 이후 증가한 반면 중국의 대한국 무역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중국이 내수 중심 정책과 기술 고도화, 주요 산업 내재화를 추진하며 수입을 대체할 만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중국은 반도체 단일 품목 수출액 기준, 전체 수출액 기준으로 모두 최대 시장이지만 2023년 1월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로 20%선이 무너졌다. 대중 수출 비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대중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대중 무역 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대중 무역 적자 규모는 2022년 10월 12억5000만 달러, 11월 7억5000만 달러, 12월 6억2000만 달러에서 2023년 1월 39억7000만 달러까지 확대됐다.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중국 특수가 끝난 만큼 시장 다변화와 함께 새로운 중국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강내영 수석연구원은 “최근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등 중국 리오프닝을 수출 확대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소비재(화장품·가전 등), 중간재(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부품 등), 자본재(공작 기계 등) 수출 확대를 위해 전시회 참가와 한국 이미지 제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활용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오프닝, ‘인플레 폭탄’ 될 수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2023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4%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설정한 중국의 2023년 경제 정책 기조는 ‘안정 최우선, 안정 속 성장’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확대를 제시한 것이다.

오는 3월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전후해 중국은 경기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화타이증권은 “내수가 2023년 거시 정책의 중점이 될 것이고 소비 촉진, 인프라 촉진, 부동산 안정 관련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의 리오프닝은 글로벌 경기의 진작 측면에선 효과가 크겠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다.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2월 1일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 공동 세미나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이 글로벌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크겠지만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공급망 차질 완화라는 하방 요인과 원자재 수요 확대라는 상방 요인이 함께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도 중국의 소비 회복을 이끌 주요 요인이지만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3년간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봉쇄가 반복되고 부동산 침체와 청년 실업 급증으로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불안감을 느낀 중국인들은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려 왔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2023년 1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은행 계좌와 소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7200억 달러(약 914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하며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폭탄’을 퍼부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과 경제 회복, 금융 완화 조치에 따라 보상 소비와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심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중국의 부양책은 전 세계에 긍정적이었지만 2023년 중국의 리오프닝은 엇갈린 축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