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솔직히 밝혀야…회사는 ‘기회 주기’ 필요해

[경영 전략]
‘조용한 사직’과 ‘조용한 해고’ 사이의 간극, 어떻게 좁힐까[김한솔의 경영 전략]
‘조용한 사직.’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다. 회사에 속해 있지만 ‘적극적’으로 ‘열과 성을 다해’ 일하지 않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정해진 업무 범위 만큼만 일하고 다른 업무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과 삶을 동일시하지 않고 일에 휘둘리지 않는 삶인 셈이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이게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조직을 이끌고 가야 하는 리더들이다.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내야 하는 게 조직인데 이런 구성원 때문에 조직 분위기가 흐려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왜 자기만 힘들게 일하고 있는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에 대한 관리도 스트레스다. 그래서일까 ‘조용한 사직’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가 ‘조용한 해고’로 나타나기도 한다. 은근슬쩍 중요한 업무에서 빼 버리는 식이다.

일과 삶을 구분하고자 하는 직원과 좀 더 업무에 몰입해 주길 바라는 회사. 이 둘의 동상이몽을 풀 방법은 없을까.

서로 ‘누가 더 잘 버티나 보자’는 식의 힘겨루기는 모두 죽을 수 있는 ‘치킨 게임’일 뿐이다. 회사는 서로 힘겨루기가 아닌 ‘성과 창출을 위한 게임’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리더와 구성원 각각의 관점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고민해 보자.
업무 배제는 최대한 지양해야먼저 ‘조용한 해고’에 대한 욕망이 올라오는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하면 안 되는 것 한 가지를 짚어야 한다. 바로 ‘업무 배제’다. 별다른 이유 없이 하던 일에서 빼 버리거나 남들은 다 하나씩 갖고 있는 프로젝트성 업무를 특정 구성원에게만 주지 않는 식의 행동은 자칫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직원이 하려는 의지가 없어 일을 주지 않는 것을 ‘가해’로 인식하는 상황, 억울하다. 하지만 조직보다 개개인을 ‘약자’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업무 배제같은 행동은 리더 본인을 위해서라도 하면 안 된다.

리더가 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관찰’이다. 구성원 개개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본인이 잘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직원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재밌어 하고 또 다른 직원은 꼼꼼하게 자료 정리하는 업무에 흥미를 갖는다.

혹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아이디어 내는 것에 탁월함을 보이는 직원도 있다. 이를 파악하려면 구성원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주면 좋다. ‘조용한 퇴사’를 생각하는 직원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게 왜 필요한지 조금은 더 납득이 될지 모르겠다.

직원이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입사하자마자 ‘난 조용한 퇴사를 할 거야’라고 다짐하는 직원은 없다. 나름 열심히 기여하기 위해 일했는데 그에 맞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해 봤자 안 되네, 적당히 하자’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열심히 했는데 그런 일은 ‘더 태도 좋은’ 직원들에게만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차피 나는 들러리인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결국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통해 ‘증명’해 내지 못했기에 좌절하고, 그게 ‘조용한 퇴사’로 이어졌을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관찰을 통해 ‘잘할 수 있는 적합한 업무’를 부여하고 성과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 주기다.

리더가 해야 할 둘째 행동은 질문이다. 아무리 관찰해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OO님은 뭘 잘해요”와 같은 질문을 하라는 게 아니다. 회사 혹은 리더인 자신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요즘 많은 회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원온원(1on1)’대화다. ‘조용한 퇴사’를 결정한 직원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그런 마음을 먹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을 한다. 그 기간 동안 리더가 어떤 ‘개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원온원 대화를 통해 회사에 원하는 것을 듣고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시도하자. 리더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 주자.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한다면 왜 들어줄 수 없는지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리더가 구성원의 일과 삶에 대한 관점, 가치를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조직에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노력, 즉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고민을 듣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래서 질문을 활용한 대화가 필요하다.
선택의 자유는 모두에게 있다그렇다면 구성원은 무엇을 해야 할까. ‘조용한 퇴사’를 결정한 마당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해야 한다. 바로 ‘밝히기’다. 본인이 이 조직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솔직하게 얘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앞서 말한 리더와의 원온원 대화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업무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그런 결정을 했다면 하고 싶은 것을 요청하자.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역시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정말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면 ‘원하는 게 없다’고 알리자. 그리고 본인에게 주어지는 적당한 수준의 일만 책임감 갖고 처리하면 된다.

‘왜 나에겐 다른 직원들처럼 조금 더 그럴싸한 일을 맡기지 않는지’ 불평하지 말자는 의미다. 또한 이런 선택으로 인해 그만큼의 보상만 받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회사에서의 보상은 일의 강도나 난이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니까, 자신이 다른 사람들처럼 ‘더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 보상이 늘어나기는 힘들다.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조직으로서는 이게 당연한 대응이다. 회사는 사람을 채용하면서 원하는 게 있다. ‘이 정도의 일은 해 주겠지’라는 기대다. 그런데 더 많은 일을 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직원이 본인의 의지대로 ‘딱 해야 할 일’만 하게 되면, 회사의 계획은 틀어져 버린다.

이때 회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회사의 애초 계획에 맞게 그 직원에게 ‘기대만큼’의 일을 요청하고 보상을 주거나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다른 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면서 일을 시키는 것이다.

전자를 위해 원온원 대화를 하고 적합한 업무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 리더의 책임이자 의무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성원의 반응이 ‘저는 적당히만 일하고 싶은데요’라고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둘째 선택지 ‘다른 직원 활용하기’를 고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면 그만큼의 보상이 다른 직원에게 돌아간다. 결국 ‘조용한 퇴사’를 선택한 직원에겐 업무에 대한 관심도, 더 나은 보상에 대한 배려도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조용한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본인이 져야 한다. 회사는 그 선택을 존중할 수 있다. 그와 함께 회사는 회사의 관점에서 필요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직원 역시 회사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떤 조직에 들어갈 것인지,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지, 그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등 선택의 연속이다. ‘조용한 사직’을 선택하든 ‘열정 가득한 삶’을 선택하든 개인의 자유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선택의 자유는 모두에게 있는 것이니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