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 전면 리뉴얼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

휠라는 제2의 조던이라 불린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그랜트 힐(사진 왼쪽)'에 후원하면서 농구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연합뉴스)
휠라는 제2의 조던이라 불린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그랜트 힐(사진 왼쪽)'에 후원하면서 농구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연합뉴스)
휠라는 한때 알아주는 이탈리아 브랜드였죠. 1980년대엔 '윔블던 전설'로 불리는 스웨덴의 비에른 보리가, 1990년대엔 제2의 조던이라 불린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그랜트 힐'이 휠라를 선택하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그 명성이 예전만 못하지만요.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창업자인 잔세바로 휠라와 에또레 휠라 형제가 인근 거주자들에게 판매할 속옷을 생산한 게 시초입니다. 1923년 스포츠웨어 시장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하게 된 겁니다.

휠라의 전성기는 1980~1990년대입니다. 여러 스포츠 스타에 후원을 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테니스와 농구에 진심이었는데요. 처음에 언급한 비에른 보리 외에도 1990년대까지 테니스 선수로는 보리스 베커, 제니퍼 카프리아티, 킴 클리스터스 등을 지원했고, 농구선수로는 NBA의 제리 스택하우스, 래리 존슨, 크리스 웨버, 자말 매쉬번 등의 시그니처 라인을 만들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하이탑 농구화' 하면 휠라가 생각날 정도로 마케팅을 잘한 거죠.

그렇게 잘 되던 휠라가 2000년대 들어서 경영 위기를 맞습니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심어졌고,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결국, 본사보다 커진 한국법인 휠라코리아가 2003년 휠라그룹을 인수하면서 한국 기업이 됐습니다. 휠라코리아를 중심으로 휠라는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27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몰을 공식 리뉴얼했습니다. '디지털 플래그십 스토어'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인데요.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5개년 전략'의 일환입니다. 2026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매출 4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영업이익률 목표는 16%입니다.

일단, '숫자' 기준으로는 어느정도 성공했습니다. 휠라홀딩스는 지난달 2022년 잠정실적을 공시했는데 매출은 4조2208억원, 영업이익 430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5개년이 아니라 '글로벌 2개년'으로 끝날 정도입니다. 빠르게 매출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겠죠. 휠라도 알고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하는 데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고 밝혔으니까요. 이탈리안 헤리티지를 살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서 다시 재도약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직은 조금 모자랍니다. 잘 나가는 스포츠 브랜드라면 한 번쯤은 '없어서 못 신는다', '그 운동화 나도 구하고 싶다' 같은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휠라의 노력이 소비자 구매로 이어질지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요. 휠라가 약속한 기한까지 아직 3년이 남있으니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