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늪에 직면한 한국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성장의 장애물
실효성 있는 메기 효과 노려야

[경제 돋보기]

작년 한국의 경제가 3중고(물가·금리·환율)를 겪는 가운데 일부 과점 체제 산업에서는 역대 최대의 실적과 함께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정부의 인허가로 보호 받고 있는 산업인 금융과 통신 산업의 역대 최대 실적 소식에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컸다. 금융과 통신은 국민들에게 매일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 상품들이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고 통신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기업들은 수익이 커졌다. 반대로 그 사이 국민은 가계 지출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이들 국민 생활 밀접 산업에서의 과점 체제가 혁신을 게으르게 하고 국민적 후생 증대보다 이익만 좇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쟁을 보다 촉진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해당 산업에서는 민간 산업 영역에서 기업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과점 체제가 시장 경쟁에서 만들어졌느냐, 아니면 제도에 의해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판단과 해결책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특정된 산업은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제도의 틀 안에서 이뤄진 산업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판단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들 과점 체제 산업에 경쟁 촉진을 위해 메기를 푸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점 체제의 시장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그 메기로 인해 경쟁이 거세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으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증대된다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그 메기가 어떤 메기냐에 따라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많은 산업에서 과점 체제가 형성돼 있다. 과점 체제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일종의 고인 우물에서 묵시적 시장 분할로 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소기업의 관계에서도 서로 의존하는 관계에선 혁신적 노력의 부족해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대·중소기업 간에 굳혀진 하도급 구도 속에서 대·중소기업의 격차 문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서로에 의존하며 안주하는 상황에서는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 노동자의 평균 소득은 월 563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 노동자의 평균 소득은 266만원으로 2.9% 증가에 그쳤다. 대·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 격차는 2.1배로 전년도 2배 차이에 비해 더 커졌다. 이러한 대·중소기업 간 격차 문제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에 큰 장애물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관계 구도에 변화가 필요하고 변화를 위한 혁신적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 이후 2021년 4.1%로 올랐다가 지난해 2.6%로 다시 떨어지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9%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측하고 있고 민간 기관에서는 이보다 더 낮게 예상하고 있다. 작년부터 반도체를 포함해 수출이 부진해지며 무역 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내수 경기도 얼어붙으며 위기적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이 어려운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모두에서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메기를 통한 메기 효과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메기를 푸는 것만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메기 효과 사례를 충분히 학습해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혁신을 위한 ‘메기 효과’가 필요하다[이정희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