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로톡 손 들어줬지만...여전히 남아있는 갈등의 불씨

[비즈니스 포커스]
 “변호사 찾아주는 앱이 왜 안 돼?” Q&A로 풀어본 로톡 갈등
# A 씨는 지난해 연말 천장에 누수 사건을 겪으며 윗집과 갈등을 빚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돈이 걸린 문제여서 정확한 법률적 상담을 받고 싶었지만 막상 적당한 변호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변호사를 통한 법률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기도 했지만 이렇게 사소한 일에 굳이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가 법률 상담을 받는 것은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이때 A 씨에게 해결책이 돼 준 것이 로톡이었다. 검색창에 ‘누수’를 넣으니 관련 상담에 답변을 달았거나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변호사들의 목록이 떴다. A 씨는 상담 답변을 읽어 본 뒤 그중 변호사 한 명과 법률 상담을 예약했다. 2만원 정도의 가격을 지불한 뒤 15분간의 전화 상담을 진행한 결과 윗집과의 갈등 해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소송까지 가는 큰 사건이 아니어도 정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갈등 상황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은 2014년 시작됐다.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한국 리걸테크 분야의 대표 주자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지금 로톡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의 오랜 갈등으로 체력이 고갈됐다.

기존의 전문가 단체와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의 갈등은 로톡 외에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랜 갈등 끝에 혁신이 꺾여 버린 로톡을 두고 ‘제2의 타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로톡 사태의 전말을 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짚어 봤다.

질문1- 로톡과 변협, 갈등의 시작은?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2012년 회사를 설립한 후 2014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law talk)’을 선보였다. 법률 정보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직접 찾아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변호사들은 로톡에 전문 변호사로 등록할 수 있다. 이때 변호사 등록은 무료로도 가능하지만 매달 25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무료 등록 변호사보다 검색 상단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로톡은 그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서비스를 출시한 다음 해인 2015년부터 대한변협을 포함한 변호사 단체로부터 수차례 고소·고발을 당했다. 변협 등은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단체다. 로톡에 대한 변협의 주장은 단순하다. 로톡의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알선·유인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로톡은 ‘변호사들의 광고할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변호사들에게 일종의 ‘월정액 광고료’를 받는 광고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다.

질문2-이미 ‘무혐의’ 처분 받은 로톡…그런데도 갈등이 지속되는 이유는?

로톡은 지난 수년간 지속된 법적 공방에서 변협의 고소·고발에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로톡은 중개형이 아닌 광고형 플랫폼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변협은 계속 공격하고 있다. 2021년 소속 변호사가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면 징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며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게 탈퇴를 종용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법무부는 2021년 8월 ‘로톡은 합법’이라는 유권 해석을 공식 발표했다, 헌법재판소 또한 2022년 5월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하기 위해 만든 핵심 조항들은 일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변협은 이후에도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했다.

이런 압박으로 로톡 가입 변호사들의 탈퇴도 가속화됐다. 4000여 명이던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징계 이후 현재 200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최근에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전한 신사옥은 이미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고 현재 직원의 절반을 떠나 보내는 인력 감축을 진행 중으로 알려져 있다. 로톡은 변협 등과의 갈등으로 인해 약 101억원 수준의 매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문3- ‘제2의 타다’ 우려 높아지는 중…로톡의 ‘기사회생’, 이미 늦었나?

변협의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이후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자 로톡은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의 변호사 징계 결정과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광고 제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에 공정위는 2월 23일 변협과 서울변회에 시정 명령과 함께 각각 10억원씩의 과징금 처분을 내리며 또 한 번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사업자 단체 금지 행위 위반 관련 최고 과징금 액수다. 공정위는 “변협이 로톡 광고가 변호사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라고 재단하고 징계한 것도 변협 권한 밖의 행위”라고 판단했다.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법률 시장에서 로톡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의 접근성과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는 데 무게 중심을 둔 결정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도 로톡이 ‘제2의 타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6월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된 후 결론이 나기까지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1년 6개월 동안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로톡은 혁신의 동력을 잃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헌법 소원이 결정되면서 변협 등에서 추가로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 여러 사정에 의해 연기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정위의 설명에도 공정위의 변협과 로톡 사이에서 결정을 하는 데 부담을 느껴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1년 6개월 동안 로톡은 가입 변호사들의 절반을 잃었고 결국 변협 또한 실리를 챙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공정위의 발표 이후 곧바로 논평을 내고 “공정위 제재 처분은 명백한 월권이며 변협은 제대로 된 사법 절차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로톡 사태를 결론 지을 공은 다시 한 번 법무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2022년 10월 변협에서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변협의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가 타당했는지를 검토하고 징계 취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법무부는 이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련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늦어도 3월에는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찾아주는 앱이 왜 안 돼?” Q&A로 풀어본 로톡 갈등
질문4- “로톡과 밥그릇 싸움 벌이는 변협”…변호사들의 시선은?

로톡과 변협의 갈등이 어떻게 결론이 나는지에 따라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이들은 로톡의 주요 소비자들일 것이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의 주요 소비자는 법률 서비스를 요청하는 ‘의뢰인’들뿐만이 아니다. 플랫폼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의뢰인과 만날 창구로 이용하고 있는 ‘변호사’들 또한 주요 소비자다.

로톡을 사용하는 변호사들의 70% 이상이 10년 차 미만의 젊은 변호사들이다. 변호사 수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젊은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의뢰인을 만날 창구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때 로톡과 같은 플랫폼은 자신들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홍보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얼굴을 보고 이뤄지는 상담이 아니다 보니 변호사의 이름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밑에서 일하는 사무 직원이 간단한 상담에 직접 대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때 정확하지 않은 법률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고 이는 법률 서비스를 요청한 의뢰인에게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법률 서비스 질의 저하’는 변협이 로톡과 같은 서비스가 대중화됐을 때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로톡과 같은 플랫폼의 규모가 커지고 지나치게 힘이 세진다면, 변호사들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로톡을 사용 중인 변호사들 가운데서도 벌써부터 이와 같은 플랫폼 종속 현상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더.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변협을 비롯한 변호사 단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로톡과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며 “변호사들 또한 각자의 경력과 입지에 따라 의견이 양분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력이 짧고 의뢰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은 로톡에 비교적 호의적인 반면 경력이 좀 쌓인 변호사들은 대부분 변협 측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젊은 변호사들이 로톡을 통해 활로를 찾아 나가고 있는 것도 맞지만 실제로 로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변협이 우려하고 있는 ‘법률 서비스 질’의 저하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며 “당장 결론이 나 어느 한쪽의 힘이 지나치게 세 지는 것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줄다리기가 지속되는 것이 변호사들에게도 더 나을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질문5- 지속되는 갈등에 ‘혁신’ 꺾인 로톡…스타트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로톡과 변협의 갈등은 ‘혁신과 기득권의 충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스타트업계가 로톡 사태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충돌이 현재 리걸테크 분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문가 단체와 새로 등장한 플랫폼 간의 갈등은 이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가 비급여 진료비 정보 공개에 관한 문제를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날을 세우고 있다. 플랫폼에 성형 전문 병원들의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의료 행위 알선’으로 보고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홍 대표는 지난해 1월 징역 8개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이와 같은 재판 결과는 과거 2015~2018년 강남언니가 의료 광고의 대가로 수수료를 수취한 일에 대한 것인데, 이는 불법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그레이 영역으로 존재해 왔던 부분으로 2019년부터 불법으로 판단이 됐다. 강남언니는 2019년 이후 수수료 모델을 운영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후 의협 등은 비급여 진료비 정보 공개 등으로 강남언니에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금 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는 세무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세무사회는 2020년 삼쩜삼과 업무 제휴 관계에 있는 파트너 세무사 7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데 이어 2021년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를 불법 세무 대리 혐의로 고발해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 나우는 대한약사회로부터 약사법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10월 고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직방 등 프롭테크(부동산 서비스)업계는 이른바 ‘직방금지법’으로 불리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변협과의 갈등 끝에 로톡의 운명이 어떻게 판가름 나느냐에 따라 향후 줄줄이 대기 중인 ‘혁신과 기득권의 갈등’ 또한 그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