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금융·유통 등 한화의 사업별 경쟁력 강화하기 위한 결정…삼형제가 나눠 각각 이끌 듯
[비즈니스 포커스] 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떨어져 나와 ‘한화갤러리아’로 홀로서기에 나선다. 업계에선 갤러리아의 홀로서기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남인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본부장에게 유통 사업부문 전반을 맡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미다.한화갤러리아를 책임지게 된 김 본부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화그룹의 유통 사업을 키우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기존 오너들보다 ‘젊은 피’에 속하는 30대 김동선 본부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것이다. 롯데·신세계·현대 등과의 경쟁에서 김 본부장이 갤러리아만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갤러리아, 2년 만에 다시 ‘독립’한화솔루션의 리테일 사업을 담당하는 ‘갤러리아부문’이 3월 1일을 기점으로 분할됐다. 한화솔루션은 2월 13일 임시 주주 총회를 개최하고 ‘갤러리아부문 인적 분할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갤러리아는 한화갤러리아에 흡수된 지 2년 만에 다시 떨어져 나오게 됐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2020년 12월 이사회에서 100% 자회사였던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하고 2021년 4월 흡수·합병을 완료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사업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사업 전략 추진과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지배 구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
인적 분할은 신설 회사와 기존 회사 모두 상장하는 방식으로, 물적 분할(모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상장하는 방식)과 비교할 때 모든 사업 부문의 가치를 부각할 수 있고 주주들의 투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할 비율은 존속 기업인 한화솔루션이 0.8986506, 신설되는 한화갤러리아가 0.1013494로, 쉽게 말해 ‘9 대 1’이다. 원활한 주식 거래를 위해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다. 기존 한화솔루션 주식 10주를 보유한 주주는 존속 한화솔루션 주식 9주(액면가 5000원)와 신설 한화갤러리아 주식 10주(액면가 500원)를 받게 된다. 1주 미만의 주식은 신규 상장 첫날 종가 기준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이번 결정으로 한화솔루션은 백화점 사업과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리테일 사업에서 손을 떼고 핵심 사업인 케미칼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만 주력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 측은 “갤러리아 부문은 인적 분할로 신속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춰 프리미엄 리테일 등 유통업과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수 갤러리아 부문 대표는 “최근 급격한 대외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기존 백화점 사업은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리테일 사업 다각화와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으로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피’ 김동선, 갤러리아 어떻게 키울까독립된 한화갤러리아는 3월 31일 재상장한다.
한화갤러리아는 인적 분할 이후 (주)한화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뀐다. 기존 ‘(주)한화→한화솔루션→한화갤러리아’ 구조에서 ‘(주)한화→한화솔루션’과 ‘(주)한화→한화갤러리아’로 나뉘게 된다. 갤러리아는 지주사 격인 (주)한화의 바로 아래로 들어갈 수 있어 지배 구조상 위치가 올라가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사업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지만 이를 통해 한화의 경영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영 승계 시 갤러리아가 (주)한화의 손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자회사로 있어야 계열 분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화학 등 주력 계열사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계열사를, 삼남 김동선 본부장이 유통 계열사를 이끌 것으로 관측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한화갤러리아를 중심으로 백화점·호텔·리조트 등 전반적인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한화갤러리아는 1976년 설립된 회사로, 한국 최초로 명품관 개념을 도입한 백화점이다. 2021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평효율(영업 면적당 매출)을 기록하며 명품관 개관 31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점포 수 5개(서울·경기·충청·경남)로 경쟁사 대비 숫자는 적지만 차별화된 명품 매장과 VIP 마케팅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는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김 본부장이 한화갤러리아를 잘 끌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본부장이 유통 사업을 직접적으로 담당한 것은 이제 1년 10개월 정도다.
김 본부장은 1989년생으로, 2014년 당시 만 25세의 나이에 한화건설 과장 직함을 얻어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2016년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을 맡았지만 2017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퇴사했다. 이후 퇴직 4년 만인 2020년 12월 한화에너지의 상무보로 복귀해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유통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21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이동하면서다. 승마 관련 사업을 시작으로 호텔·리조트 사업을 이끌기 위한 포석이었고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본부장)을 겸직하면서 그룹 유통 부문 신사업 전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김 본부장은 갤러리아백화점의 신사업 발굴과 VIP 관련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발굴 및 사업화 등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주요 사업 등 한화그룹의 유통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성과를 보이기 위해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주요 성과는 식음료 사업에서 나왔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 버거의 한국 유통을 성사시켰다. 파이브가이즈의 한국 1호점은 올 상반기 중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1월에는 스페인 세비아 북부 시에라 모레나 국립공원 이베리코 농장을 찾았다. 신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친환경 이베리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갤러리아는 올 하반기 이곳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이베리코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식음료 사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갤러리아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 본부장은 그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승마와 골프 관련 게시물을 주로 게재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직접 운영 중인 일식당 스기모토 관련 사진과 파이브가이즈 관련 사진 등을 올리는 등 유통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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