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철공소 사이에 들어선 작은 휴식처, 아케이드 서울
문래역 7번 출입구에서 도보로 3분, ‘요즘 것’임이 확실한 대형마트와 아파트 단지 뒤로 정반대의 세상이 펼쳐진다. 예술가들의 마을 문래창작촌이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상가와 철공소. 곳곳에 혼재하는 예술가의 공방들과 뉴트로(new+retro) 콘셉트의 카페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듯한 착각이 밀려온다.창작촌 초입에 익숙한 듯 새로운 공간이 들어섰다. 깊은 먹물색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높은 층고의 채광창을 통해 떨어지는 은은한 빛이 가장 먼저 반겨주고 이내 한 가지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도대체 뭐 하는 곳이야.’
1960년대에는 철공 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섰다. 금속 가공법인 시어링(shearing)에서 이름을 따 ‘샤링 골목’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강 산업의 호황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이후 금속 제조업이 침체하며 소규모 철공소만이 겨우 이곳의 명맥을 이어 갔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텅 빈 문래동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왔다. 작업 공간이 필요한 젊은 예술가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문래에 몰렸고 철공소 골목 사이사이 공방·갤러리·공연장 등 작은 예술 공간이 들어섰다. 허름한 철공소에서 쏟아지는 쇳소리와 낡은 건물 한쪽에서 꽃피는 예술의 이질적 조화. 문래창작촌의 시작점이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문래점 역시 공간 운영에 깃든 T.T.T.C의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첫 전시인 김선익 작가의 ‘임시 정원(Temporary Garden)’이 열리는 1층 전시장은 특정 콘텐츠가 뿌리내릴 수 없는 임시적인 공간으로 존재한다. 사람의 흔적이 묻어 나기 쉬운, 가장 가벼운 소재로 제작된 작품은 유동성을 더하고 어느 장소에서든 자신만의 임시 정원을 형성한다. 빛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창에서 쏟아지는 햇빛은 작품을 그대로 관통하며 매 시각 다른 형상을 만들어 내고 그 자체로 온전한 조명이 된다.
4월 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 이어 T.T.T.C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큐레이팅, 큐레이션이라는 용어가 확장되는 시대다. 패션·브랜드·디자인·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확장된 의미의 큐레이팅 실험을 이어 나가며 큐레이팅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나가는 것, 그게 아케이드 서울의 목표다.”
박소윤 기자 so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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