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활로 찾기 위해 민간 기업 격려 나선 시진핑…‘공동 부유’ 언급도 빼놓지 않아
[글로벌 현장] 시진핑 집권 3기를 공식 개막하는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제로 코로나’ 방역 철폐와 작년의 낮은 성장률을 감안하면 시장의 예상보다 다소 낮은 타깃이다. 부채 부담과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무리한 성장보다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부채 리스크 관리에 주력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3월 5일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를 5%로 제시했다. 이는 1991년(4.5%) 이후 가장 낮은 목표다. 중국은 작년에도 1991년 이후 최저인 5.5%를 목표로 제시했다가 3.0% 성장에 그쳤다.
올해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힘입어 중국이 5% 이상 성장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이란 예측이 많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5.2% 성장을 예상했다. 국무윈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도 5.1%를 예측했다.
야오양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장은 “정부의 성장 목표에 대해 많은 학자가 경기를 부양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중국의 잠재 성장률을 5.5%로 보고 있고 실제 6% 달성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또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재정적자율)을 3%로 제시했다. 재정적자율은 중국 지도부의 부채 리스크 관리 의도를 반영하는 수치다. 중국은 2019년 2.8%였던 적자율 목표를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3.6%로 올렸다. 이후 2021년 3.2%, 지난해 2.8%로 내렸다.
올해 중국이 재정적자율 목표를 다시 올리기는 했지만 다른 지표들과 함께 보면 재정 건전화를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먼저 국무원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50%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말 기준 중국의 정부 부채 비율은 50.4%로,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중국 중앙 정부의 국채 이자비용은 지난해 6382억 위안(약 120조원)으로 전년 대비 8.8% 늘었다. 올해 예산안에선 10.3% 급증한 7230억 위안으로 책정했다. 중국의 연간 재정 적자는 지난해 8조9600억 위안으로 역대 최대였다. 감세와 방역 비용으로 지출은 늘고 토지 사용권 매각 등 수입은 줄었기 때문이다. 이를 대입한 실제 재정적자율은 7.4%에 달했다.
국무원은 올해 업무 보고에서 감세 목표를 삭제했다. 또 부가 가치세 면제 대상 기업의 범위를 월매출 15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축소했다. 지난해에는 2조5000억원의 목표치를 제시했고 실제 4조2000억 위안 감세를 실시했다. 올해는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세수가 증가하고 감세 규모도 줄이면 실제 재정적자율은 정부가 제시한 3%에 보다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에서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이전 지출은 10조625억 위안으로 산정했다. 작년보다 7.9% 늘어난 규모지만 작년에 전년 대비 18% 늘렸던 것에 비하면 증가율은 내려갔다. 지방에 이전하는 국유 기업 이익금 규모도 8000억 위안에서 5000억 위안으로 줄였다.
지방 정부가 인프라 투자 목적으로 발행하는 특수목적채권 한도는 3조8000억 위안으로 2021년과 작년의 3조6500억 위안에서 소폭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올해 한도를 2조1900억 위안어치 끌어다 썼기 때문에 올해 실제 발행액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신규 도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작년보다 100만 개 늘어는 1200만 개로 내걸었다. 저우하오 궈타이쥔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 확대가 정부의 경제 방향인 내수 활성화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에선 올해 역대 최대인 1158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될 예정이다. 도시 실업률 목표는 5.5% 이하로 작년 목표 및 성과(5.5%)와 같은 수준이다.
국방 예산은 작년보다 7.2% 늘어난 1조5537억 위안으로 설정했다.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2020년 6.6%에서 2021년 6.8%, 작년 7.1%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의 올해 예산 지출 계획이 27조5130억 위안으로 작년보다 3% 늘어나는 것에 비춰 보면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진핑 지도부의 국방력 강화 방침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 대응하는 과학기술 예산은 작년 대비 3% 늘어난 3280억 위안으로 책정했다. 국무원은 “과학기술은 자립자강을, 산업 정책은 공급망의 약한 고리를 보강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 기업 살리기 나선 지도부
시 주석은 민간 기업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특유의 경제 어젠다인 ‘공동 부유’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3월 6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참석한 중국민주건국회와 공상업연합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산당이 공유제(국유) 경제와 비공유제(민영) 경제의 병행 발전 및 장려를 의미하는 ‘두 가지 흔들림 없음’을 시종 견지하고 있고 늘 민영 기업과 민영 기업인을 우리 편으로 생각해 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민영 기업의 공정한 경쟁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애를 타파하고 법에 따라 민영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가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도와 법률면에서 국유 기업과 민영 기업에 대한 평등한 대우 시행, 민영 경제의 발전 장려·지원 등을 통해 시장의 기대와 신뢰를 진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국유 기업이 전면에 나서고 민영 기업은 뒤로 물러난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를 경제 운용의 바탕에 뒀다. 2020년께부터는 ‘다 함께 잘 살자’는 공동 부유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동 부유 기조 아래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사교육, 부동산 등 민간 경제가 전방위에서 규제 폭탄을 맞았다. 민간 기업의 위축이 3년 동안 지속된 제로 코로나 방역과 복합하면서 중국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었다.
중국 경제 성장의 3대 축(부동산·수출·인프라) 가운데 부동산은 2021년 하반기부터 이미 급격하게 위축됐다. 수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인프라 투자는 정부 부채 부담에 여력을 잃어 가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내수 소비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민영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이 민간 기업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이들의 활력 회복 없이는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이자 동시에 중국의 개혁·개방 후퇴를 우려하는 국외 자본을 향한 메시지를 내놓은 측면도 있다.
시 주석은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공동 부유도 다시 강조했다. 그는 “국유 기업이든 민영 기업이든 공동 부유를 촉진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민영 기업은 모든 직원의 이익 공동체 구축을 촉진하며 기업 발전의 성과가 모든 직원에게 보다 공평하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은 ‘선부대후부(先富帶後富 : 먼저 부자가 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부를 이끄는 것)’를 언급하면서 자발적 기부를 촉구했다. 그는 “민영 기업가들은 중화민족의 전통 미덕을 계승·선양하고 공익·자선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부유해지면 책임감을 갖고 의롭게 살고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공동 부유의 방법론으로 제시되는 1차 분배(소득), 2차 분배(조세 중심), 3차 분배(기부) 가운데 3차 분배, 즉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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