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 위한 멘토링 서적 ‘여자 전투력’ 펴낸 서명지 키즈스콜레 CEO

[인터뷰] “보호받아야 할 존재? 프로 세계에선 여자도 전투력이 필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부딪쳐 보겠다는 자세가 중요해요. 왜 먼저 나는 못 할 거야, 굳이 뭐 그렇게까
지 해서 승진해야 해, 그런 생각을 버리면 좋겠어요.”

직장 여성을 위한 멘토링 서적 ‘여자 전투력’을 펴낸 서명지 키즈스콜레 대표는 책 제목처럼 전투력으로 무장했다. 안 되는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일이 되게 하는 사람과 일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직 임원급까지 오른 여성이 많지 않은 시대에 던지는 ‘여자 선배’의 조언이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전체 이사회의 40%를 여성으로 구성하는 여성 이사 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도 2022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게 했다. 보이지 않는 벽, 여자들이 느끼는 사회의 유리 천장 때문이다. 하지만 유리 천장을 깬 선배들은 하나같이 시스템을 탓하기 전에 일단 도전하고 진짜 프로가 되라는 말부터 한다.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1995년 웅진출판 공채 5기로 출발해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의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것을 담았습니다. 제가 24세에 입사해 49세에 대표 명함을 받았어요. 지금은 50대 여자 최고경영자(CEO)로,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살죠. 시기마다 했던 고민이 달랐어요. 당시에는 무슨 고민을 했는지, 그럴 때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 제 경험을 토대로 후배에게 조언하듯 썼어요. 직장에서 성과를 끌어올리는 비결이나 사원·팀장·임원·CEO 등 직급별로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커리어 가이드라고 할 수 있죠.”

책 제목이 ‘여자 전투력’입니다. 여자들에겐 전투력이 꼭 필요하다는 의미인가요.
“무슨 일을 하든지 내 분야에서 프로답게 해낼 수 있는 실력,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닥치더라도 답이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전투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싸움닭이 되자는 의미는 아니에요.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을 품을 줄 아는 인성이 더 중요해져요.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일이 생겼을 때 뒤로 숨지 말아야 해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언제부터인가 여자 후배나 동료들이 세대를 막론하고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요’라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사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질문도 안 해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부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니 후회나 걱정은 조금만 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습니다. 힘들면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사거나 좋은 글귀로 마음 다잡고 이겨 내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문이 보인다는 걸 알려 주려고 했어요. 그런 팁들도 책에 자세히 담았죠.”

승승장구한 듯 보이지만 고비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야만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컸습니다. 남편과 사별할 때도 그랬고 아이가 자폐 판정을 받을 때도 하늘이 무너질 만큼 힘들었죠. 그래도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려면 돈을 벌어야 했고 저도 행복하게 잘살고 싶었거든요. 그러려면 일을 통해 제가 성공하는 방법이 원하는 삶을 얻는 유일무이한 돌파구였죠.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들, 나와 함께해 성장했다는 후배들이 하나둘 생기는 그런 보람도 얻으면서 일할 동력이 점점 늘었습니다.”

여자로서 아이도 잘 키우고 일도 잘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자들이 아이의 학업적 성취를 본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아이에게만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잔소리하고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봐요. 집안일까지 잘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버려야 하고요. 집 안 좀 지저분하면 어때요. 속도와 목표를 조정해 가면서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분명히 길이 보일 겁니다.”

윤제나 기자 z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