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지의 IT뷰어]
[이명지의 IT뷰어]조규성 보려면 여기로... ‘스포츠’에 진심인 쿠팡플레이
펜데믹 기간, 거리두기를 견디게 해 줬던 OTT의 성장 속도가 정체되고 있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 OTT만 남겨두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 된 거죠.

OTT에서 중요한 것이 ‘락인효과(Lock-in)’입니다. 다른 OTT에서 제공하지 않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제공해 소비자들을 붙잡아 두는 거죠. 그런 점에서 ‘스포츠’는 꽤 괜찮은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생중계임과 동시에 충성높은 스포츠 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니깐요.

사실 스포츠 중계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스포츠 전문 채널들이 독점 중계권을 소유했지만, 해외에서는 이 시장에 OTT들이 뛰어들기 시작했어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프로풋볼리그(NFL)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유튜브가 7년간 14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또 애플은 지난해 4월부터 매주 금요일밤 메이저리그 경기를 생중계했고, 아마존은 지난해 7월 연간 10억달러롤 들어 NFL의 목요일 경기 중계권을 확보했어요. 이미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OTT의 ‘쩐의 전쟁’이 개막 한거죠.

그런 점에서 쿠팡의 OTT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중계를 공략하는 것은 꽤나 영리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부터 쿠팡플레이는 K리그 디지털 독점 중계로 스포츠 중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이번 K리그 준비를 위해 칼을 갈았는데요, 지난 1월에는 축구 해설계 레전드로 꼽히는 한준희 해설위원을 영입했습니다. 또 최대 17개의 카메라를 투입해 다양한 시각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중계 형식도 그간의 스포츠 중계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1시간 전후의 경기 중계 대신, 경기 전 전력 분석과 감독 및 주요 선수들 인터뷰를 통해 긴 시간을 할애했죠. 지난 주말 열린 공식 개막전에서는 홍명보 울산 감독, 김상식 전북 감독이 직접 프리뷰 인터뷰에 등장했죠. 스포츠 사령탑이라면 경기 전에는 다소 예민할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 볼거리를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하네요. 또 코미디언 김경욱의 ‘부캐’ 다나카와 SNL에서 ‘맑은 눈의 광인’으로 유명해진 김아영도 중계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프리뷰쇼는 마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을 연상시켰습니다. EPL을 중개하는 영국의 BBC나 스카이스포츠처럼 경기 전 프리뷰쇼를 통해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죠.

올해 출범 40주년을 맞이한 K리그가 OTT에서 독점중계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간 스포츠 채널에서 무료로 경기를 접하던 팬들에겐 처음엔 낯설기도 했죠. 하지만 새로운 중계 형식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편성은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생각보다 더 K리그에 ‘진심’입니다. 쿠팡플레이에서 K리그를 검색하면 각 구단의 자체 콘텐츠와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습니다. K리그 팬 입장에서는 쿠팡플레이를 구독하면 ‘본전’은 챙길 수 있는거죠.

K리그 뿐만이 아니라 쿠팡플레이는 자동차 경주회대 포뮬러 1월드 챔피언십 등 스포츠 중계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OTT 사용자수에서 쿠팡플레이는 이용자수 400만명을 넘어서며 웨이브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스포츠 중계로 다른 OTT들과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네요.

OTT에서도 ‘락인 효과’를 중시하는 쿠팡플레이의 전략은 마치 모기업 쿠팡을 연상케 합니다. 적자를 지속해 왔던 쿠팡은 지난해 3~4분기에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연간 최대 매출을 올렸죠. 그간 로켓배송에 수년간 투자해 온 결실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중계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한 것과 닮아 보입니다. 다른 OTT들이 아직 공략하지 않은 스포츠 중계를 공략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도 노릴 수 있죠. 지난해 쿠팡플레이가 속한 쿠팡의 신사업 부문도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고 하는데요, '스포츠'를 등에 업은 쿠팡플레이가 향후 OTT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