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통해 보는 250여 년의 절대 왕정, 부르봉가의 A to Z

[서평]
유행의 선두를 걷던 프랑스 부르봉가의 영광과 몰락
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
나카노 교코 지음 | 이유라 역 | 한경arte | 1만6000원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하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가 ‘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로 돌아왔다.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의 후속작으로, 합스부르크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 명문 중의 명문가 부르봉가의 250여 년을 우리에게도 친숙한 명화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 냈다.

프랑스 부르봉 왕조는 프랑스를 지배하던 발루아 왕조의 대가 끊기자 앙리 4세가 프랑스의 왕좌를 차지하며 시작됐다. 부르봉 왕가는 정략적 혼인과 전쟁 속에서 세를 불려 나가며 약 250년간 프랑스에 군림한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끈 루이 14세는 ‘나의 가장 큰 정열은 영광을 향한 사랑’이라며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신격화했다. 프랑스가 문화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바로 루이 14세가 건축한 베르사유 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국내외 수많은 예술가와 기술자를 불러 모아 건축·정원·조각·회화·공예 전부를 화려하게 통일하고 그 공간 자체를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예술품으로 완성했다.

또한 루이 14세는 예술을 대대적으로 후원했는데 루이 14세의 문화 진흥책 덕택에 수많은 예술 아카데미와 과학 아카데미가 탄생하고 프랑스 문화는 절정기를 맞이한다. 그 문화의 파급력은 여러 이웃 나라들에까지 광범위하게 미쳤고 유럽의 모든 왕과 귀족들은 루이 14세가 되고 싶어 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과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도 자국의 언어 대신 일상적으로 프랑스어로 읽고 썼고 시골 귀족들까지 프랑스인 고용인을 쓰는 것이 유행이었으며 훗날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 또한 태양왕을 동경해 베르사유궁을 본뜬 헤렌킴제성을 건축하기도 했다.

일명 ‘프랑스 모드(프랑스어로 유행)’라고 불렸던 당시 프랑스 문화는 유럽사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모든 유럽의 동경의 대상이자 세련된 문화를 향유했던 부르봉 왕조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천재 화가 루벤스에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21점의 연작을 그리게 한 자기애의 끝판왕 마리 드 메디시스, 소설 ‘삼총사’의 모티브가 된 미모의 왕비 안 도트리슈, 기적적으로 태어난 부르봉 왕조 영광의 정점 루이 14세, 사랑만 받고 자란 미(美)왕 루이 15세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내연녀 퐁파두르와 뒤바리,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모두의 위에 군림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부르봉 왕조의 말로가 시민들의 혁명에 의한 몰락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독특한 명화 감상법과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은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에서 부르봉을 대표하는 인물과 관련된 12점의 명화 및 그와 연관된 다수의 명화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명화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가 역사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시대적 배경과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작에서 슬쩍 얼굴만 내비쳤던 조연이 이 책에서는 주연을 맡기도 하고 반대로 전에는 당당한 주인공이었던 인물이 악역으로 재등장하기도 하는데, 어떤 왕조의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역사의 흐름 또한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를 읽는 재미 포인트가 될 것이다. 프랑스 부르봉, 에스파냐 부르봉,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복잡하게 얽힌 서양사를 어려워하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부르봉 왕조의 계보도와 연표를 함께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나카노 교코가 선별한 명화와 부르봉가의 매력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과도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