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4월 29일 서울에서 프리-폴 패션쇼 개최 예정
너도 나도 먼저 한국에 오려고 난리도 아니네요. 한국의 위상이 달라지긴 했나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명품업계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구찌가 서울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열려고 했지만 이태원 참사로 취소됐다가 올해 5월에 여는데, 이에 앞서 루이비통까지 한국으로 온다고 합니다. 프리폴(pre-fall) 패션쇼를 열겠다네요.미국의 뷰티·패션 전문 매체 우먼스웨어데일리(WWD)가 최근 루이비통 기사를 하나 냈습니다. 다음 크루즈쇼를 이탈리아에서 연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WWD는 "이 쇼는 5월 24일 이탈리아의 섬 이졸라 벨라(Isola Bella)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브랜드 최초로 프리폴 런웨이 쇼를 위해 서울을 먼저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프리폴 패션쇼'를 여는 것도 처음인데, 그걸 서울에서 한다니.
프리폴 컬렉션은 상대적으로 가을겨울(FW) 컬렉션 또는 봄여름(SS) 컬렉션보다 덜 중요한 편에 속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메인에 해당하는 FW 또는 SS는 성대하게 패션쇼를 개최하는 반면 프리폴은 쇼룸에서 일부 에디터를 초청해 관련 발표를 하거나 룩북을 공개하는 식으로 넘겨왔습니다.
프리폴은 말 그대로 '초가을'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프리폴 컬렉션은 환절기에 입을 만한 옷들을 모아둔 거라고 보면 됩니다. 프리폴이라고는 하지만, 이때 공개된 옷들이 초봄, 초여름에도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몇년 전부터 프리폴 컬렉션의 중요도가 높아졌습니다. 활용도에 초점이 맞춰지니 디자이너가 '예술혼'을 불태우는 FW 또는 SS에 비해 조금 더 판매, 실적 등에 집중하기도 하고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이만한 게 없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루이비통도 프리폴 패션쇼를 연다네요. 4월 29일 서울에서요. 정확한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루이비통의 여성복 라인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첫 한국 행사가 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1월부터 루이비통 최고경영자(CEO)가 된 피에트로 베카리의 영향이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 루이비통 모회사인 LVMH는 2013년부터 루이비통을 총괄해온 마이클 버크를 경영 자문으로 옮기고, 디올 CEO였던 베카리를 루이비통으로 보냈습니다. 디올이 지난해 5월 이화여대에서 FW 패션쇼를 개최했는데, 이때 디올의 책임자가 바로 베카리였던 거죠.
게다가 한국이 요새 명품업계의 큰손이 된 것도 결정에 한몫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소비가 전년 대비 24% 증가한 168억달러(약 22조원)로 추정했죠. 1인 기준으로는 325달러(약 42만원).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을 크게 웃돕니다.
한국, 패션 기업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시장입니다. 지갑 여는 고객이 여기 있으니 팔아야 하는 곳에서 직접 찾아오는 게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닌 거죠. 물론 서울이 핫한 도시가 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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