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선 타깃링크 대표 인터뷰

“바이오마커 필요한 기업에 적재적소 연결…
탄탄한 병원 네트워크로 정확하게 시료 분석,
1000여 개 시료 뱅크 확보도 강점”

2022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예비 창업 패키지 선정

[인터뷰]
오영선 타깃링크 대표.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오영선 타깃링크 대표.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 100세 인간) 시대. 지금 우리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 기대 수명이 100세 이상인 시대에 살고 있다. 건강하게 100세까지 무병장수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혈액만으로 여러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 시장에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27년 액체 생검 시장은 약 4조522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타깃링크는 서울대·하버드·엠디 엔더슨 등 국내외 제약·병원 연구소 경력을 가진 전문가 5명이 합심해 만든 혈장 단백질 바이오마커 기반의 액체 생검·신약 개발 회사다. 오영선 타깃링크 대표는 “한국인의 맞춤 혈장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다양한 질병의 조기 진단을 촉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항체 의약품을 개발해 환자와 환자 가족의 고통을 덜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인의 ‘건강 수명’을 늘리고 싶었어요. 2026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대부분 매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진행하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1% 정도밖에 안 되는 실정이에요. 건강 검진을 통해 얻는 정보를 늘려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실질적으로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죠. 개개인의 혈액을 분석해 질병의 다양한 바이오 지표, 즉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을 만들기 위해 창업했습니다.”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타깃링크도 혈액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인데 액체 생검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다른 검사에 비해 환자의 고통을 줄이면서 오진율도 낮출 수 있습니다.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조직 생검은 환자의 고통이 수반돼 검사를 기피하게 되고 병변이 존재하지 않는 부위를 채취하게 되면 질병이 검출되지 않을 수 있어요. 컴퓨터 단층 촬영(CT)과 초음파 등 영상 촬영 기법의 검사는 오진율이 10%에 달하지만 액체 생검의 오진율은 0.7%로 확연히 낮습니다. 또 액체 생검은 건강 검진을 통해 검사 결과를 쌓아 갈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병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들이 방대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타깃링크가 더 많은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액체 생검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

-혈장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가 있나요.

“바이오마커는 DNA·RNA·단백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정상인과 질병에 걸린 사람의 바이오마커를 비교 분석해 도출된 차이점을 가지고 약을 개발하거나 질병을 예측할 수 있죠. 바이오마커 기반으로 신약을 만들게 되면 성공률이 바이오마커가 없는 경우에 비해 3배 높고 신약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혈장 단백질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죠. 핵산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아 돌연변이 같은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크게 바뀌지 않거든요. 단백질은 자신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마커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요.”

-타깃링크만의 강점이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현재 혈장 단백질 바이오마커 시장에서는 장비의 정교화가 핵심입니다. 장비가 고도화될수록 같은 양의 혈액에서 더 많은 단백질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타깃링크는 초정밀 질량 분석기를 보유하고 있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미량의 단백체를 검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또 한국인 맞춤형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있다는 점도 타깃링크만의 강점이죠. 기존에 알려진 바이오마커는 대부분 서양인의 혈장을 분석한 것입니다. 자체적으로 서양인과 한국인의 바이오마커를 비교 분석할 때 다르게 나타나는 것들이 존재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인에게 맞는 바이오마커 표준화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고 현재 1000여 개 정도의 시료 뱅크를 확보했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또 탄탄하게 구축된 병원 네트워크도 큰 경쟁력이라고 자신합니다. 병원에서 제공받은 코호트 기반 시료들을 통해 질병 단계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정확하게 시료를 분석할 수 있거든요.”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를 신규 발굴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규 바이오마커를 발견하면 향후 어떤 식으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알츠하이머 같은 경우는 정확한 치료제가 없습니다. 알츠하이머는 질병이 진행되는 데 보통 10년 정도 걸리거든요. 만약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조기 진단이 가능해진다면 질병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발굴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항체 신약 개발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마커를 상용화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발견한 바이오마커의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이오마커가 일반인들의 건강 검진 검사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료 기술 국가 인증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의료 기술 평가를 받을 때 기존에 없는 기술이었고 사람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거든요. 질병 조기 진단과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타깃링크가 발견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들은 충분히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새로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집중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폐암 바이오마커 기반의 항체 신약입니다. 현재 타깃링크가 발견한 새로운 폐암 바이오마커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항체 신약 개발 회사 노벨티노빌리티와 공동 연구로 항체 개발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노벨티노빌리티는 2022년 8800억원 규모로 미국 바이오텍 발렌자바이오에 기술을 이전한 이력을 가진 전문성 있는 업체입니다. 실력 있는 업체와 공동 연구를 논의 중에 있어 폐암 항체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올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작년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예비 창업 패키지의 지원으로 연구·개발(R&D) 기반과 기업 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금전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멘토링·마케팅 교육 등을 제공받았죠. 전문가에게 경영 전반에 대한 멘토링을 받으면서 기업 설립과 운영에 대한 내실도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사업을 고도화하려고 합니다. 발굴한 바이오마커의 상용화 추진과 신약 개발 물질 최적화를 진행하면서 투자 유치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요.

“한국인의 혈장 표준화를 통해 한국인의 맞춤형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 의약품을 개발하고 싶어요. 한국인의 혈장 표준화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표준화를 위해 몇 만 개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바이오마커를 필요로 하는 기업·연구소·병원·국가와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이런 협력을 실천하기 위해 녹십자·씨젠과 같이 큰 제약 회사들과 공동 연구·개발을 논의 중입니다. 한 가지 더 이루고 싶은 점은 바이오마커 시료들을 뱅킹화하는 것이에요. 좋은 재료를 써야 맛이 좋은 것처럼 실험도 똑같습니다. 시료 뱅크를 만들어 언제든지 좋은 시료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