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세대의 하루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요즘 MZ세대의 흔한 일상이다.
이들은 등산·낚시·캠핑용 아웃도어를 일상복과 결합한 ‘고프코어룩’을 즐겨 입고, 전국 방방곡곡 오래된 노포집, 일명 ‘아재 맛집’을 찾아다닌다. 또 약과나 인절미, 미숫가루 등 전통 간식을 즐겨 먹고 필름 카메라처럼 오래되고 낡은 느낌을 선호한다. 입는 것부터 먹는 것, 즐기는 것까지 모두 부모, 조부모 세대의 것을 빼다 닮았다. 할매니얼(밀레니얼 세대+할머니)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들의 아재 맛집 탐방, 할매니얼 현상은 잊혀 가던 것들을 다시 살려냈다. 또 거기에 그치지 않고 트렌드의 중심에 세우고 품절 및 리셀 현상까지 빚었다. 약과가 대표적인 예다. 약과가 트렌디한 디저트로 자리매김한 뒤, MZ세대 소비자들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난 약과 맛집을 찾아 춘천과 의정부, 포천 등 전국 각지로 몰려갔다. SNS에는 맛집 약과 구매를 자랑하는 인증샷이 쏟아졌고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 오픈런(영업 시간 전부터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없이는 구매하기도 힘들어졌다. 콘서트 티켓팅하는 것만큼 약과 구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약켓팅’(약과+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중고마켓에서는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트렌드에 따라 식품업계 대기업들도 줄줄이 약과를 활용한 디저트 신메뉴를 내놨다. 아재 술이라고 불리던 위스키도 MZ세대 덕에 젊고 트렌디한 술로 거듭났다. 20~30대 젊은 층은 오픈 시간 1시간 전부터 위스키 판매장 앞에 줄을 서고, 중고마켓에서 비싼 값에 위스키를 사는 걸로도 모자라 인기 품목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원정 구매를 가기도 한다. 직장인 커뮤니티는 인기 위스키 구매 인증하거나 입문용 품목을 추천받는 게시글로 넘쳐난다.
편의점 내 양주 매출 증가율은 2020년 59.5%, 2021년 99%에 달하며, 대형마트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위스키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0%, 46% 증가했다. 또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 6,684만 달러로,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MZ세대는 어쩌다 아버지&할머니 세대 문화에 푹 빠지게 됐을까?
앞서 소개한 모든 문화는 기성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젊은 층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특히 Z세대는 ‘펀슈머(Fun+Consumer)’라고 불릴 정도로 새롭고 재밌는 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트렌드를 경험해 새로울 것 없던 젊은 층은 기성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냈다. 그리곤 이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재해석해 즐기며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즐기던 옛 문화는 ‘힙’스럽고 뻔하지 않다.
현재 식품뿐 아니라 패션, 대중문화 등 산업 전반에 스며들었다. MZ가 살려낸 아재&할매 트렌드는 하나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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